[인터뷰] 모든 락을 하는 모던락 밴드 에브리싱글데이

입력 2016-01-18 04: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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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이야기다. 뜻이 맞는 사람끼리 밴드를 결성하고, 곡을 만들고, 앨범을 발표하고, 노래를 불렀다.

여느 밴드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여기에 ‘시간’이 더해지면 이야기는 특별해진다.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더 그렇다.

허구한 날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밴드를 결성했다는 에브리싱글데이(문성남-보컬 베이스, 정재우-기타, 김효영-드럼)에게 음악을 하는 건 그저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것처럼 당연하고 평범한 일이지만, 올해로 18년째 이어진 이 평범함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감과 감동을 주기 충분하다.

물론 에브리싱글데이는 본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아무렇지 않은 듯’ 새 앨범을 발표했지만 말이다.

6번째 정규 앨범 ‘아무렇지 않은 듯’을 발표한 에브리싱글데이를 만났다. 만남의 명분은 새 앨범에 관한 인터뷰였지만, 딱히 인터뷰라기보다는 이런저런 화두가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또 이에 대해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고 하는 편이 어울렸다.

●검색 에브리싱글데이

사진|미니커뮤니케이션 답장


약 두 시간정도 이어진 에브리싱글데이와의 대화는 농담에 가까운, 아니 그냥 농담으로 던지는 말들도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신기하게도 그게 완전히 엉뚱하지만은 않고 어떤 결론을 도출해 내기는 했다.

이야기를 나눌 당시는 웃고 떠들기 바빠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차분히 내용을 복기하니 이날의 대화는 크게 3~4개의 주제를 두고 진행됐다.

그 첫 번째가 ‘검색 에브리싱글데이’이다. ‘검색 에브리싱글데이’는 말 그대로 에브리싱글데이를 검색하자는 프로젝트로, 검색을 통한 팀의 인지도 상승이 주요목표이다.

에브리싱글데이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으며 프로젝트를 주도한 권민영 대표는 “일단 정규 6집과 관련한 프로젝트는 마무리됐다고 할 수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에 검색이 많이 되고 있음을 체감하느냐는 물음에 정재우는 “그렇게 크게 체감하고 있진 못하다”라고 답했고, 권대표는 “난 엄청 체감하고 있다. 에브리싱글데이를 검색할 때 검색 결과 섹션이 우리 걸로 다 나오게 됐다. 그건 성공적이다”라고 상반된 답을 내놓았다.

이어 문성남은 “검색 프로젝트를 한 게 우리 노래를 검색할 때 ‘너목보 OST’가 아니라 에브리싱글데이의 ‘에코’로 검색해서 들어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아직 그렇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또 김효영 “이렇게 오래된 밴드가 이런 프로젝트를 계속 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의미 있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라고 정리했다.

사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18년차 밴드이지만 검색프로젝트를 해야 할 정도로 밴드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은 현실로, 여기에 대해서는 에브리싱글데이도 다양한 사례들을 늘어놓았다.

문성남은 “처음에는 OST를 정규앨범에 같이 수록하는 걸 내가 엄청 반대했었다. 정규앨범은 새로운 곡으로 채워야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OST를 수록한 이런저런 이유 중 하나가, 우리가 OST를 불러도 사람들이 들을 때 그 노래가 익숙하긴 하지만 ‘저 팀이 왜 저 노래를 부르지?’라고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걸 매치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정재우 역시 “공연장에 노래를 연주하면 바로 앞에서 ‘쟤들이 걔들이야?’하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쟤들이 왜 이 노래를 카피하지?’라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 사람도 보고 그런다”라고 사례들을 덧붙였다.

이어 “물론 이런 노래를 우리가 불렀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선 방송에 나가는 게 제일 깔끔할 거 같긴 하다”라고 말했으나 문성남은 “방송에 나가도 똑같이 ‘쟤들이 걔들이야?’라고 할 거 같다”라고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에브리싱글데이가 방송에서 보기 힘든 밴드는 맞다. 이에 방송무대에 대한 회의감이나 거부감이 있는지를 묻자 정재우와 권대표는 “회의감이 들 정도로 많이 나가봤으면 좋겠다. 못나가는 거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김효영은 좀 더 구체적이고 이와 다른 이유를 밝혔다. “요즘에 밴드들이 ‘탑밴드’나 ‘슈스케’ 같은데 많이 나오지 않나”라고 입을 연 김효영은 “내가 상대적으로 늦게 들어왔다 보니까, 이 형들은 그런 것과 담을 쌓고, 전혀 관심도 없고, 인디뮤지션의 자존심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술자리에서 넌지시 ‘저런 건 어때’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런 게 아니라, 저기에 나갔을 때 득과 실을 굉장히 치밀하게 계산하고 고민 끝에 안 나가기로 결정하는 것이었다”라고 폭로해 문성남과 정재우를 폭소케 했다.

이에 대해 정재우는 “그렇게까지 고민 끝에는 아니고 애당초 나갈 생각이 없었는데 나가자고 하니까 적당히 둘러댄 거다. 솔직히 피아나 내 귀에 도청장치 그런 애들도 나갈 줄 몰랐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정재우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조금 다르지만, ‘뮤직뱅크’ 같은 프로그램에 진짜 고생을 해서 한번 나간다고 한들, 예전 10년 전처럼 파급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더라”라고 순위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한 의문은 털어놓았다.

그렇다고 에브리싱글데이가 방송 출연계획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가요무대’나 ‘열린음악회’ 같은 프로그램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또 ‘뮤직뱅크’가 해외에서의 시청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자 “여기를 한 번 뚫어보자”라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보인 프로그램은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였다. 권 대표는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신청을 넣으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정말 진지하게 추진해보려 한다”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권 대표는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 한 번 나갔는데, 갑자기 라디오 국장님이 내려왔다. 이게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됐는데 팬들이 문성남을 두고 ‘생긴 건 파이터처럼 생겼는데, 목소리가 정말 그분이 맞냐’고 해서 궁금해서 내려왔다고 하더라. 이걸 보고 사람들이 헷갈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에피소드를 밝혔다.

문성남은 “제일 처음에는 파이터가 아니고 믹싱 엔지니어같다고 했었다”라고 넉살좋게 얘기해 거듭 웃음을 선사했다.

언급한 프로그램에 과연 출연을 할지 하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에브리싱글데이는 “굳이 안 나가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억지로 나가려고 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고생해서 나가느니 차라리 정도를 걷겠다”라고 방송출연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했다.

다만 18년차 밴드인 에브리싱글데이가 ‘검색 프로젝트’를 할 정도로 밴드씬이 힘든 상황이냐는 직접적인 질문에 지체 없이 “예”라고 대답을 내놓은 현실은 결과에 관계없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에브리싱글데이의 해외진출

사진|미니커뮤니케이션 답장


문성남이 농담처럼 “(해외진출을 위해)‘뮤직뱅크’를 뚫자”라고 말하긴 했지만, 요즘 밴드에게 해외시장 진출은 상당히 중요한 화두이다.

더군다나 에브리싱글데이는 여러 드라마의 OST작업으로 인해,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얻을만한 기반도 잘 갖춰진 편이다.

실제로 정재우는 “예전에 일본에서 온 친구가 우리 이름을 일본 검색사이트에서 검색한 적이 있는데, 우리 관련 기사가 굉장히 많이 뜨더라”라고 밝혔다.

일본과 관련해 또 하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일본에 에브리리틀씽이라는 인기 그룹이 존재한 다는 것으로, 정재우는 “일본에 공연하러 갔을 때 일본 관계자가 ‘(에브리리틀씽과)이름이 비슷해서 뭔가 익숙하니까 통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정작 안 불러주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단편적인 에피소드가 아니라 실제로 OST를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할 기회도 있었다. 에브리싱글데이가 OST를 맡은 드라마가 일본 수출 계약을 하면서 일본판 OST의 작업을 진행 중이었으나, 마지막에 수출 계약이 백지화되면서 아쉽게 일본 진출이 무산되고 말았다.

일본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중국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문성남은 “OST 때문에 공연에 초청되고 그러지는 않지만, 저번에 대만에 시상식은 한번 갔다 왔다. 골든 멜로디 어워드라고, 중국어로 앨범을 낸 세계 모든 가수들이 다 참여하는 시상식인데, 거기 우리가 참석했었다”라고 밝혔다.

이에 권 대표는 “한국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참석했다”라고 강조했지만 문성남은 곧 “우리 이전에 다른 한국 아이돌도 많이 참석했다”라고 말해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

그러나 권 대표는 “원래는 중화권에 음반을 낸 가수들이 참여하는 시상식인데, 우리는 별도 음반 발매가 없었어도 초청을 받았다. 이례적이라면 이례적인 일이다. 오히려 음반이 나왔으면 더 좋았을 거다”라고 아쉬움과 가능성을 함께 드러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해외로 강제진출을 하는 건 좋지만, 문제는 지속성이다. 정재우는 “드라마가 하고 있을 때와 드라마가 사라지고 난 다음이 갭이 크더라”라고 관심도의 차이를 밝혔다.

결국 드라마로 인한 관심이 밴드의 음악으로 이어지고, 또 남아있게 하는 것이 국내든 해외든 공통된 숙제인 셈이다.

●에브리싱글데이는 어떤 밴드인가

사진|미니커뮤니케이션 답장


그렇다면 원론적인 이야기로 넘어간다. 과연 에브리싱글데이는 어떤 가치관을 갖고, 어떤 음악을 하는 밴드인가.

여기에 대해선 먼저 에브리싱글데이라는 팀명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에브리싱글데이는 ‘매일 혼자 있다’는 뜻이 아니라, 매일 싱글을 발표할 정도로 항상 음악을 한다는 의미이다.

문성남은 “날마다 음악을 한다는 뜻이었다. ‘허구한 날 음악 하는’ 느낌이다. 이 허구한 날이라는 뉘앙스가 마음에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실제로 에브리싱글데이는 18년째 허구한 날 음악을 해오는 팀이 됐다. 다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에브리싱글데이의 음악은 여전히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문성남은 “정립해가는 과정이다. 그래도 이번 앨범은 이전보다 잘 가고 있지 않나 싶다. 이전에는 좀 정리가 안 된 느낌이 있었다. 우리도 음악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각자 하고 싶은 음악이 있고, 그런 걸 이해하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많이 없이 잘 어울리게 만든 거 같다”라고 점점 더 ‘에브리싱글데이의 음악’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재우는 “정립이라는 건 사실 죽을 때까지 하지 못할 거 같다. 사람이니까 내가 듣는 음악, 하고 싶은 음악이 바뀔 수밖에 없다. 강물이 멈추지 않는 것처럼 흘러간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여 어떤 고정적인 틀을 만드는 것은 아님을 밝혔다.

에브리싱글데이의 음악에 대해 개념적인 접근이 아니라 장르적으로 보면 흔히 모던락이라고 부르지만, 스스로는 파워팝으로 분류했다.

김효영은 “최근에 우리끼리 6집 앨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파워팝 밴드라고 정의를 했다”라며 “모던락이라고 하면 너무나 포괄적인 요소인데다가, 우리는 락을 베이스로 음악을 하고 있지만, 예전의 앨범과는 또 궤를 달리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효영과 정재우는 “최근에 파워팝이라는 장르가 쓰이는 추세다. 파워팝이 딱 정의돼서 쓰이는 장르는 아니다. 모던락의 범주는 너무 넓고 하다 보니 락적인 사운드에 대중 친화적인 멜로디가 더해진 장르를 그렇게 부르는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장르에 대한 정의는 예전부터 소모적인 논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서 한 밴드의 음악에 대한 장르구분이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성남은 유럽(Europe)이나 본 조비(Bon Jovi)의 음악이 당시에는 팝락으로 불리기도 했다는 예를 들며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모던락에 대한 정의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 해외 차트를 보면 R&B, 컨트리, 이렇게 가다가 모던락이라고 나오고 나머지 락 장르가 전부 들어있다. 모든 락이 모던락이다”라고 말했다.

말장난으로 던진 이야기지만, 에브리싱글데이의 음악은 이처럼 모던락에 포함되는 모든 락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어울릴 듯 하다.

에브리싱글데이의 이번 정규 6집 앨범에 팝 장르 뮤지션 이상유부터, 스카 장르의 스카 웨이커스, 펑크의 이성우, 실험적인 사운드의 정차식 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여러 장르의 피처링진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또 정재우는 뜬금없이 “다음에는 소울, R&B쪽을 한번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고, 이에 김효영이 “내가 그쪽 장르를 좋아한다”라고 말해 뭔가 새로운 스타일의 곡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이날 인터뷰 자리에서는 ‘흑인음악’이라는 표현에 대한 뉘앙스와 어디까지가 블랙뮤직인지에 대한 격론이 벌어져 확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말이다. (추가로 김효영은 ‘1950~70년대 미국 대중음악을 좋아한다’라고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에 대해 정확한 결론을 내렸다)

어찌됐든 한국 모던락의 큰형님들이라고 할 수 있는 에브리싱글데이지만, ‘대부’나 ‘큰형님’, ‘본좌’와 같은 으리으리한 수식어는 원하지 않았다.

문성남은 “그냥 ‘음악하는 아저씨들’ 정도가 좋다. 다만 한곳에서 꾸준히 음악하고 또 발전해가는 그룹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올해도 변함없이 꾸준하게 음악하고 활동할 예정인 에브리싱글데이는 “‘검색 에브리싱글데이’ 프로젝트가 성공이라고 할 만큼의 결과가 있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연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 또 꾸준하게 활동할건데, 올해 첫 단독공연보다 연말 공연에 더 많은 관객이 왔으면 하는 게 올해 목표이다”라고 말해 더 많은 사람들과 허구한 날 음악 하는 밴드가 되길 기원했다.

사진|미니커뮤니케이션 답장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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