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밀젠코 “‘쉬즈곤’ 음이탈? 평생 한 번도 없었다”

입력 2016-03-11 08:2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밀젠코 마티예비치, 사진|더하기미디어

지금이 90년대였다면 과연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She's Gone’의 주인공, 스틸하트의 보컬리스트 밀젠코 마티예비치(이하 밀젠코)가 한국에서 공식 활동을 선언했다.

그저 음원을 발표하고, 공연을 개최하는 수준이 아니다. 한국의 매니지먼트사 배드보스컴퍼니와 계약을 체결했고, MBC의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출연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또 드라마 ‘화려한 유혹’의 OST ‘My Love Is Gone’의 가창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언론과의 인터뷰가 진행되자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은 “왜 한국에서?”였다.

밀젠코는 한국에서 활동하려는 이유에 “항상 한국에서는 많은 사랑을 해줬고 소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She's Gone’으로 데뷔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고, 나를 사랑해주는 데서 다시 내 인생을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라고 밝혔다.

물론 밀젠코가 진심으로 한국에서 그런 감정을 느꼈을 수 있지만, 여러 내한 스타가 으레하는 립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 정도 말만으로는 한국에서 활동하려는 이유가 완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에 다시 ‘한국의 사랑’을 언제 느꼈는지를 묻자 “며칠 전만해도 누군가가 나에게 ‘나의 영웅’이라고 하더라. 그걸 듣고 정말 영광스럽고 기뻤다. 한국은 아이부터 노인들까지 존경하고 좋아한다고 표현을 해준다. ‘She's Gone’이 여러 나라에서 사랑을 받고 있지만 한국은 그것보다 더 크게 사랑해주는 느낌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역시 첫 대답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조금이나마 이해는 갔다. ‘She's Gone’이라고 하면 노래방 끝판왕으로 누구나 한번쯤 도전을 시도하던 곡이 아니던가.

밀젠코가 한국에 애정을 쏟는 이유와 진심은 오히려 그의 한국 생활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처음 입국할 때만 해도 5일 일정으로 한국땅을 밟은 밀젠코였지만, 체류기간이 하루하루 늘어나더니 벌써 한 달 동안 한국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그의 여자친구까지 한국에 들어와 함께 지내고 있다.

밀젠코 마티예비치, 사진|더하기미디어


‘복면가왕’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도중 밀젠코는 “처음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받고 두 달 반의 시간이 있었는데, 방송 직전까지 계속 한국어를 연습했다. 리허설 중에도 발음 문제가 있어서 다른 사람이 부르게 하자고도 했는데, 절대 내가 하겠다고 했다. 계속해서 연습을 했고, 가면을 썼을 때 외국인이라는 걸 모르게 하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한국노래를 앞으로도 부르려고 한다. 기회가 있다면 어떤 노래도 다 부르려고 한다. OST도 한국어로 다시 녹음할 기회가 생길 거라고 본다”라고 한국어 습득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사이 한국에서 어떻게 지냈냐고 묻자 밀젠코는 “이태원과 홍대, 강남을 돌면서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클럽에도 가봤다. 인터뷰가 있어 절제하면서 놀았지만, 춤도 추고 에너지도 많이 느꼈다. 여기서는 즐겁게 놀아도 뭔가 안정감을 느끼면서 놀 수 있다. 한국은 따뜻하고 친구 같은 분위기가 있어서 좋다”라고 한국 생활에서 느낀 점을 말했다.

이에 외국의 친구들에게 한국에서 꼭 경험해야할 것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식당을 모두 다 돌아라. 음식 문화가 너무 좋다”라고 말해 한국에 빠진 구체적인 이유들을 밝혔다.

이유야 어쨌든 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락스타인 밀젠코가 한국에서 활동을 한다는 건 분명 가요계에도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 밀젠코가 어떻게 한국 활동을 할 것인지에 집중해야한다.

먼저 국내 활동계획에 대해 밀젠코는 “일단은 많은 공연들이 계획 중에 있고, 서서히 구체화 시키고 있다”며 “여기 와서 잘 웃고, 잘 즐기고, 잘 놀고 있다. 사람들도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사람들이 스틸하트를 원한다면 스틸하트로도 공연을 하겠지만, 현재는 ‘밀젠코 타임’이다. 난 스틸하트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좋아하지만, 스틸하트에 있었을 때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한 나의 부분이 있다. 당연히 그건 스틸하트가 아니라 밀젠코로 보여줘야 할 부분이다. 단, 스틸하트는 영원히 죽지 않는 내 일부니까, (한국에서 스틸하트로)공연을 할 가능성은 있다”라고 말해 당분간은 밀젠코로 활동할 것을 밝혔다.

또 밀젠코는 국내 시장을 넘어 아시아를 아우르는 새로운 밴드를 결성할 계획도 살짝 언급했다.

밀젠코 마티예비치, 사진|더하기미디어


밀젠코는 “어쩌면 아이돌을 내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직접 멤버를 뽑아서 만들면 재밌을 거 같다. 현재는 아시아 밴드를 계획 중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멤버를 뽑아서 아시아 밴드를 만드는 계획이다. 일단 4월에 페스티벌이 있는데, 정식데뷔는 아니지만 그때 아시아 밴드를 결성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도 4월쯤에 싱글을 낼 계획이 있다. 항상 나는 락 음악을 베이스로 하지만 이번에 나올 곡은 약간 분위기가 다를 수도 있다”라고 예고했다.

더불어 밀젠코는 한국에서 꾸준히 인재를 찾고 있다고도 밝혔다. 밀젠코는 “홍대 클럽에 갔다가 굉장히 마른 여자가 드럼을 치는 걸 봤는데, 너무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었다. 명함을 건네고 소통의 기회를 갖긴 했지만, 아직 누구인지는 비밀이다. 다만, 워낙 실력이 있어서 내 밴드가 아니더라도 계속 노출이 돼야 하는 분이다”라고 말하기도 해 궁금증을 키웠다.

한국에서 활동을 하려는 이유와 계획은 어느 정도 알았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문제는 밀젠코의 실력이다.

지금의 스틸하트를 있게 한 곡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She's Gone’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밀젠코에게 궁금해 하는 부분은 과연 나이를 먹은 지금도 ‘She's Gone’을 라이브로 소화할 수 있냐는 것이다.

‘She's Gone’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밀젠코는 “내 인생을 표현하는 곡이기도 하고 커리어를 만들어준 노래다.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삶의 일부분이다”라며 “빌보드 성적은 ‘I'll Never Let You Go’가 더 높았다. ‘I'll Never Let You Go’도 아름다운 노래지만 ‘She's Gone’은 마음 깊은 곳까지 흔드는 심도 있는 곡이다. 뭐가를 잃은 아픔을 모두가 공감하는 곡이라서 더 와 닿지 않았나 싶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She's Gone’이 인기를 얻은 또 하나의 이유는 그 엄청난 고음 파트로 인한 난도 때문으로, 예나 지금이나 ‘She's Gone’은 노래 좀 부른다는 사람들의 도전 끝판왕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밀젠코 본인 역시 “가끔 내가 부르면서도 ‘내가 지금 뭐하는 걸까’ 생각을 한다”라고 농담섞인 답변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밀젠코는 “이 곡이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연결이 될지 모르는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 부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걸 유지하는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밀젠코 마티예비치, 사진|더하기미디어


사실 밀젠코가 ‘She's Gone’의 라이브를 부를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2014년과 2015년 스틸하트와 함께 연속으로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을 찾은 밀젠코는 당시 공연에서 라이브로 ‘She's Gone’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의 밀젠코의 목소리는 ‘She's Gone’을 막 녹음했을 당시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지금의 목 상태에 대해 밀젠코는 “27살 때 처음 노래를 부를 때는 생생하고 젊었다. 젊음에서 오는 힘이 있었다. 지금은 다른 목소리지만 인생을 살아온 경험에서 나오는 깊이와 감정이 있다”라고 그 차이를 설명했다.

이어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지금 목소리가 좋다. 27살 때의 목소리로는 표현을 못하는 노래도 있었지만, 지금 목소리는 어떤 노래를 불러도 표현할 수 있고, 또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좀 더 단도직입적으로 ‘She's Gone’을 부를 때 흔히 ‘음이탈’이라고 하는 실수가 있었는지를 묻자 “한 번도 그런 적은 없다”라는 답과 함께 불행을 쫓는 크로아티아의 전통 의식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이어 “몸이 아프고 컨디션이 안 좋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내 목소리를 믿고 불러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스틸하트는 결국 ‘She's Gone’만 히트한 원히트원더가 아니냐는 물음에는 강한 어조로 “난 지금 여기 있다”라고 답했다.

밀젠코는 “원히트원더라는 건 노래가 나오고, 가수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살아있고,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도 많은 음악을 만들고 새로운 노래를 부를 건데 내가 왜 원히트원더인가?”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통해 밀젠코에 대한 의문이 얼마나 해소 됐을지는 몰라도, 분명한 건 그가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밀젠코는 이런 도전과 에너지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마지막으로 밀젠코가 스스로에 대해 설명한 말을 덧붙이고자 한다. 밀젠코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밀젠코 마티예비치, 사진|더하기미디어


“아버지는 나에게 ‘마음이 늙으면 진짜 늙는다’고 했다. 30대에도 60대 얼굴을 한 친구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나는 아직 젊고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받으면서 젊음을 많이 만끽하고 있다. 육체적으로도 술을 좀 마시지만 취하게는 안 마신다. 담배와 마약도 안한다. 내 몸 관리를 열심히 한다. 또 무대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 한 적도 있지만 한번도 트라우마때문에 무대를 두려워한 적이 없다. 무대는 내 집이고, 무대 위에선 내가 왕이다. 두려움을 느껴선 안 된다. 물론 또다시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내 집을 떠나선 안 된다. 말에서 떨어지면 다시 말에 타야하는 것 아닌가. 무대에 오르지 않으면 나는 어디서 노래를 어디서 불러야하나? 내 침실에서? 노래를 불렀을 때 에너지를 전하고 느낄 것이다. 설령 고음을 못해도 계속 노래를 부를 것이고, 멈출 수밖에 없을 때까지 계속 노래를 부를 거다”

동아닷컴 최현정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