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병헌도 알고 보면 평범한 아버지였다. 동시에 한 아버지의 아들이었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서 만난 이병헌은 ‘아들 바보’이자 ‘효심어린 아들’이었다.
7일 오후 3시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 진행된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오픈토크-더 보이는 인터뷰(오픈토크)]. 행사의 주인공으로 초대된 이병헌은 기자들과 함께 배우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이야기를 펼쳤다. ‘배우 이병헌’으로서는 진중한 답변으로 팬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이날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인간 이병헌’의 고백이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전하다 자연스럽게 아들 준후가 언급되면서 그의 진솔한 매력이 드러났다.
이병헌은 할리우드 진출과 배우로서의 도전의 원동력으로 아버지를 꼽았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과연 내가 배우로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내 영화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내가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버지께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병헌은 “돌아가신지 17년 정도 됐는데 생전 아버지는 상상 이상의 영화광이셨다. 내가 TV를 볼 수 있을 나이가 됐을 때 주말마다 토요 명화를 보여주면서 배우와 영화 스토리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그만큼 엄청난 영화 매니아셨다”며 “‘그런 분이 내가 지금가지 경험한 것을 아신다면 얼마나 자랑스러워하실까’ 하는 생각을 할 때 굉장히 짜릿하다. 나 혼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지만 그 감동이 크다”고 고백했다.
그는 “많은 사람을 앞에 두고 일하고 있지만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크다. 그런 것들이 제가 자꾸만 새로운 곳으로 발걸음을 가게끔 하는 힘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TV 앞에 앉아 토요 명화를 보던 꼬꼬마에서 어느덧 큰 배우로 성장, 이제는 지금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이병헌. 자신의 유년시절을 비춰볼 때 그는 아들에게 과연 어떤 작품을 보여주고 싶을까.
이병헌은 “아들이 아직 너무 어려서 영화를 처음 보여주려면 제한되는 것들이 많다. 지금은 아직 TV를 봐도 5분 이상 집중하지 못해서 극장에 데려가서 영화를 보여주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로 보여줄 영화로 광기 어린 복수극 ‘악마를 보았다’를 언급하는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아들이 영화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아마 틈만 나면 영화관에 데려가지 않을까 싶다.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이라고 말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해운대(부산)|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