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씨마이 팟타이-룽르엉 꿰이띠여우-옌타포 피라냐 옌타포.
가장 친숙한 볶음쌀국수 ‘팟타이’
깔끔하고 깊은 국물 ‘꿰이띠여우’
동남아 여행의 대표 관광도시 방콕은 국수 천국이다. ‘과연 안 먹는 나라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동아시아권에서 가장 보편적인 음식이 국수지만, 태국의 국수사랑은 유독 각별하다. 방콕에는 한 집 건너 있다 말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국수집이 있다. 고명, 국물, 조리법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지만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에게 사랑받는 국수라면 팟타이, 꿰이띠여우, 옌타포를 꼽을 수 있다.
● 팟타이: 방콕 최고 인기 vs CNN 선정 월드 맛집
볶음쌀국수 팟타이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태국음식이다. 방콕에서 팟타이를 말할 때 가장 먼저 꼽는 곳은 팁 싸마이(Thip Samai). 거의 지존급 인기를 누리는 집이다. 카오산로드와 가까운 민주기념탑 근처에 있다. 오후 5시부터 영업하는데 새벽 1시에 가도 줄을 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값은 다른 데보다 훨씬 비싸다. 그래봐야 가장 고급인 ‘수퍼브’(superb)가 90밧, 3000원이 안된다. 오믈렛 비슷한 외관에 케찹소스로 볶은 것이 특징.
호이톳 차우래(Hoi-Tod Chaw Lae)는 미국 CNN 선정 월드 팟타이 맛집 5위를 내세우는 집이다.‘방콕의 가로수길’이라는 수쿰빗 통로에 있다. 계란옷을 입힌 해산물 팟타이가 주력이고 태국식 굴전 어수언도 인기 메뉴다. 새우, 굴 등 해산물이 풍성하고, 면의 식감이 좋다. 단, 기름기가 많아 혹자는 느끼하다는 지적도 한다. 이밖에 배낭족의 성지라는 카오산 로드에서는 조조 팟타이가 유명하다. 평균 이상의 맛에 가격은 불과 30밧(950원)이다.
통로의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호이톳 차우래의 가게 모습. 입구에 커다랗게 걸린 ‘ CNN 선정 세계5위 팟타이 맛집‘이라고 쓴 간판이 눈길을 끈다. 통로 호이톳 차우래의 팟타이. 아래가 해산물 팟타이고, 위가 새우 팟타이다. 가장 위에 보이는 것은 태국식 굴전 어수언. 일반적인 팟타이와는 조금 다른 모양새지만 방콕서는 비싼(?) 가격답게 해산물 등 속재료를 넉넉히 썼다. 방콕|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꿰이띠여우: 방콕 현지인이 꼽는 국수 맛집 쌍벽
쌀국수하면 흔히 베트남 포(Pho)를 떠올리지만, 태국도 쌀국수의 내공이 높다. 태국에서 쌀국수는 꿰이띠여우라고 하는데, 수쿰빗에는 현지인들이 꼽는 꿰이띠여우 강자들이 있다. 그중 첫 손에 꼽는 집은 룽르엉(Rung Reung). 쇼핑 명소 엠폴리움 백화점서 5분 거리인 소이26 골목에 있다. 외관은 정말 볼품없고 허름한 동네 밥집이지만 내공 깊은 국물 맛으로 유명하다. 어묵(룩친), 내장, 돼지고기, 곱창 등이 고명으로 올라간다. 돼지뼈 육수여서 언뜻 일본 돈코츠라면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깔끔하다. 한국 사람에게는 양이 너무 작아 요기하려면 곱배기를 먹어야 한다.
소이26에서 전철 한 정거장 거리인 소이23에는 40년 전통의 쌀국수집 아이야(Aiy Aroi)가 있다. 아속역 근처 골목의 작은 집인데 근처 직장인들의 인기 맛집이다. 국수 외에 오리고기를 이용한 덮밥류도 판다. 국물이 맑고 시원해 해장용으로도 딱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수쿰빗 아속역 근처 골목에 있어 찾아가기 쉬운 꿰이띠여우 맛집 아이야의 모습. 역사가 오래된 전통 맛집으로 직장인들의 단골집이라 점심, 저녁 때는 피하는게 좋다. 다른 집보다 국물이 좀 맑아 개운한 느낌을 주는데 소고기 고명 국수가 특히 맛있다. 수쿰밋 소이26의 꿰이띠여우 맛집 룽르엉의 대표메뉴. 왼쪽은 ‘바미 남‘으로 국물 없는 비빔국수로 면은 쌀국수가 아닌 계란국수(바미)다. 오른쪽은 국물이 있는 쌀국수 ‘꿰이띠여우 행‘으로 면은 중간 굵기의 센렉을 주문했다. 방콕|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옌타포: 내공 느껴지는 정통파 vs 관광객도 고려한 모던한 맛
팟타이나 꿰이띠여우에 비해 옌타포(yentapo)는 좀 낯선 국수다. 핑크빛 육수의 약간 엽기적인(?) 비주얼 때문에 처음엔 선뜻 다가서기 어렵다. 하지만 새콤달콤한 육수가 우리 입에 꽤 잘 맞아 태국여행 베테랑 중에 옌타포 마니아가 많다.
통로에서 아속 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만나는 소이49에는 옌타포 맛집 쎄우가 있다. 1984년 오픈해 30년 넘게 한 자리에서 영업하고 있다. 가격도 착하고 친절하지만 영어는 전혀 안 통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하는데 재료가 떨어지면 그전에 마감한다.
로컬 맛집을 꺼리는 사람이라면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시암 타임스퀘어의 옌타포 피라냐가 좋다. 옌타포 전문점이지만 다른 메뉴도 다양하다. 전통적인 풍미보다 외국인 기호를 고려한 현대적인 맛이다. 현지인처럼 생선껍질튀김을 주문해 국수에 얹어 먹어보자. 고소하면서 아삭거리는 튀김과 새콤한 국물, 면의 조화가 기막히다.
수쿰빗 통로에 있는 옌타포 맛집 쎄우의 전경. 방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로컬 맛집 분위기지만 이 지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현지인의 사랑을 받는 맛집이다. 통로 쎄우의 옌타포. 핑크빛 국물이 눈길을 끈다 새콤달콤한 국물 맛과 탱글탱글한 식감의 어묵(룩친) 등 고명이 일품이다. 면은 굵은 쎈야이다. 보통은 한국사람에게 양이 작아 피쎗(곱배기)로 주문하는게 좋다. 방콕|김재범 기자 oldfield@dogna.com
방콕|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