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짧지만 깊은 그의 필모를 보면 어디로 솟고 어디까지 퍼질지 예측할 수 없는 파도 같다. 퀴어 영화를 통해 ‘충무로 바다’에 뛰어든 그는 학원물에서 사극으로 너울을 그리더니 다시 퀴어(우정출연 개념)를 찍었다. 군대 예능 ‘진짜 사나이’와 음악 예능 ‘슈가맨’에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태양의 후예’로 크게 주목받은 후 ‘꽃길’을 걷나 했더니 스스로 쉽지 않은 길을 택했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커튼콜’과 ‘아기와 나’ 그리고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가는 영화 ‘괴물들’ 모두 저예산 영화들이다. 끊임없이 부서지면서 ‘배우 이이경’을 단련하는 중이다. 파도를 닮은 남자, 이이경을 부산 바닷가에 만났다.
Q. 영화 ‘해적’(2014) 이후 2년 만에 보네요. ‘해적’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었죠.
A. 부산국제영화제는 두세 번 방문했어요. 2014년에는 ‘해적’과 ‘일대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죠. 저는 영화제 운이 좋은 편이에요. 전주국제영화제에도 몇 번 갔고 ‘일대일’로 독일 베를린영화제도 다녀왔으니까요. 영화제는 누구나 올 수 없고 선택받은 자만 올 수 있잖아요. 배우로서 그런 영광을 누릴 수 있어서 감사하죠.
Q. 부산국제영화제는 배우 이이경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저에게 부국제란 ‘영광’이죠. 그 단어 하나에 모든 의미가 다 담겼어요.
Q. 이번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어요. 참석 배우로서 마음이 무거웠겠어요.
A. 영화제 자체적인 분위기도 안 좋았는데 개최 전날 태풍 피해도 있어서 안타깝더라고요. 정치적인 건 잘 모르지만 무엇보다 관객들이 있기에 우리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다음에는 서로서로 박수치고 박수 받으며 ‘행복한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어요. 내년에는 더 좋은 분위기에서 더 좋은 작품과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부산국제영화제가 지금 보다 더 행복한 영화제가 되길 바라요. 저도 한 번 더 오고 싶고요.
Q. 개막식 참석 명단을 보니 ‘일대일’ 김기덕 감독님 등 함께 작품한 영화인들이 많더라고요.
A. 만남의 장이었죠(웃음). ‘백야’를 함께했던 이송희일 감독님도 만나고 ‘일대일’ 김기덕 감독님도 오랜만에 뵀어요. 드라마 ‘하녀들’ 이엘 누나와 ‘처음이라서’ 민호와 소담이도 모였죠. 감회가 새로웠어요. 특히 민호와 소담이는 1년 만에 만났는데도 바로 어제 만난 것 같더라고요. 민호는 샤이니 컴백 활동으로 진짜 바쁠 텐데도 얼굴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Q. 올해에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선정된 ‘아기와 나’를 통해 초청받았어요.
A. ‘백야’(2012) 이후로는 영화 주연은 거의 처음이에요. ‘아기와 나’를 찍을 때만 해도 이 작품으로 제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을 줄 몰랐어요. 제가 전체 100신에서 100신에 모두 다 나와요. 원맨쇼에 가깝죠. 손태겸 감독님과 고생해서 힘들게 찍었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셨을지 궁금해요. 우리 영화가 부디 조용하게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많이 떨리네요.
Q. 어떻게 ‘아기와 나’에 연이 닿았나요.
A. 제 친구이자 감독인 민구를 통해서 제안을 받았어요. 손태겸 감독님이 예전에 어떤 영화를 보러 왔다가 제가 참석한 GV를 제가 궁금해졌대요.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제 인터뷰와 자료를 찾아보면서 캐릭터를 저에게 많이 맞추셨대요. 체대를 나와서 트레이너를 하려고 하는 등 전반적인 상황이 저랑 비슷해요.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재밌길래 출연을 결정했죠.
Q. 어떤 포인트가 재밌었나요.
A. 오래전부터 하정우 선배가 연기한 ‘황해’의 김구남 같은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김구남은 빚과 아내 때문에 한국으로 넘어왔다가 사기당해서 쫓기잖아요. 인물을 둘러싼 복잡한 상황이 ‘아기와 나’ 도일과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흥미로운 캐릭터였죠.
Q. 상대역인 정연주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A. 호흡이라 말하기에는 만나는 신이 너무 적네요. 영화에서 처음에 만났다가 정연주 씨가 도망가고 마지막에 딱 한 신 있거든요. 연주가 워낙 성격이 좋아요. 저를 받아들이면 친해지고 아니면 멀어져요. 연주와는 좋았어요.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Q. ‘아기와 나’의 도일은 군 제대를 앞두고 여자친구와 속도위반으로 낳은 아들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게다가 여자친구는 집을 나가버리고요. 쉽지 않은 캐릭터인데 어떻게 구상했나요.
A.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저를 보고 쓴 부분이 많아서 구상하기 어렵지 않았어요. 저도 한때 불효자였으니까요. 누구나 어린 시절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잖아요. 감독님의 그때의 저를 영화에 다 담아주셨어요. ‘아기와 나’에서 도일이 어머니와 나누는 대화도 저의 과거와 비슷해요. 감독님이 그만큼 저를 믿어주고 풀어주셨어요. 감사하죠.
상업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제 발언에 힘이 있다든지 제작진-배우과 같이 만들어가는 형식의 작업이 쉽지 않아요. 지금 굳이 ‘상업영화’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 자체도 좋은 단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커튼콜’과 ‘아기와 나’ 그리고 이번에 부산에 찍으러 온 ‘괴물들’ 등 저예산 영화를 추구해요. 지상파 작품도 좋지만 작품을 만들어가고 제 역량을 쌓아가기에는 이런 작품들이 좋더라고요.
Q. 특별히 작은 영화를 추구하게 된 계기나 작품이 있나요?
A. 한 작품을 꼽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대학교 때 연극도 했고 그동안 드라마 영화도 해보고 최근에는 뮤지컬도 해봤어요. MBC 드라마에서 단역한 것까지 포함하면 지금 모든 채널의 드라마에 다 출연한 거죠. 크고 작은 작품을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느낀 건 굳이 급하게 갈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원빈 선배처럼 태어났으면 모르겠는데 저는 연기력으로 승부를 봐야하잖아요. 안 가리고 했어요. 이제는 다 해봐서 웬만한 작품은 ‘감사한 거절’을 하고 있죠.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인터뷰②에 이어서 계속.
해운대(부산)|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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