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대중은 이제 막 첫 걸음을 걷기 시작한 이들에게 심하게 엄격한 기준을 들이댈 때가 있다. 이런 경향은 특히 어느 날 갑자기 대중에게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소위 ‘벼락스타’에게 더욱 심해진다. 그리고 이 엄격하고 냉정한 잣대를 통과 여부에 따라 그 ‘벼락스타’에게 진짜 ‘스타’의 이름이 허락된다.
이제 겨우 ‘마의 16세’를 지난 아역 이수민도 지금 깐깐한 대중의 시선을 통과 중이다. 최근 종영한 SBS 주말 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을 통해 그는 ‘하니’ 이수민이 아닌 ‘배우’ 이수민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처음에 드라마를 들어갔을 때 예상 외로 많은 관심을 받아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었죠. 그래도 첫 정극 연기 도전을 했는데 아무도 관심을 안 보이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어요. 촬영 초반에 빨리 녹아들지 못하고 헤멘 게 많이 아쉽죠.”
이수민은 ‘끝사랑’에서 고예지 역을 맡아 극중 지진희와 김희애 사이를 이어주는 등 종종 이야기의 중심에 섰다. 첫 정극 도전 치고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은 셈이다. 그럼에도 그는 “부담감에 위축되기보다 내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제가 지진희, 김희애 같은 대선배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 정말 영광스러웠어요. 선배들이 제게 많은 배려도 해주시고 가르침도 주셔서 오히려 더 많은 자신감을 얻었어요.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할 때보다 지금 조금이나마 제 스스로 성장한 것 같아서 뿌듯해요.”
분명히 시청률 같은 수치로만 본다면 이수민의 첫 정극 도전은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 이수민의 연기에 대한 평가 역시 꽤 박한 편이다. 하지만 “혹평을 받아서 오히려 마지막에 가서는 내가 고쳐야 할 부분들을 고칠 수 있었다. 만약 이런 말들을 듣지 못했다면 그렇게 끝까지 연기를 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 어린 배우가 연기를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이수민은 의외로 대중에게 오해를 받는 편이다. EBS '보니하니'의 진행 영상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갑자기 유명해 졌고 그 기세를 타 연기를 하게 된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고.
“처음에 ‘보니하니’로 이름이 알려졌을 때는 ‘꿈을 꾸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점차 사람들이 저를 알아볼 때는 희열을 느꼈어요. 그러다가 살짝 ‘너무 일찍 알려진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래 자신감이 남달라서 ‘언젠가 빛을 볼 날이 있을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제 예상보다 정말 빨리 온 거죠.”
그런 이수민에게 남겨진 과제는 두 가지다. 지금 자신에게 쏟아지는 사람들의 관심을 지켜가면서 배우라는 이름에 마땅한 실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수민 역시 “지금보다 더 잘 되면 좋겠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우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인 연기를 쭉 해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원래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인기가 확 붙었다가 어느 날 쭉 빠지기도 하잖아요. 다른 직업들보다는 훨씬 불안하죠. 그래도 그런 거에 집착하기 보다는 제가 더 노력하면 되잖아요? 절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어요. 그래서 연기를 선택한 걸 후회하거나 두려워하는 일은 없을 거 에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