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이라고? 현지선 심각하지 않다”

입력 2016-11-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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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중국 ‘한한령’ 논란 속에 송중기(위사진)가 현지 휴대폰 모델에서 교체되는 피해를 입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에 전지현·이민호 주연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제공|비보 공식홈페이지·문화창고

한류 드라마·음악 팬들 거부반응 없어
중국언론 자극적 보도로 여론몰이 시각
당국 움직임에는 예의주시할 필요 있어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모든 방송을 금지하라!”

최근 중국의 SNS인 웨이보를 통해 전파된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이다. 이를 현지 언론이 보도하고 다시 한국 언론이 인용하면서 급기야 중국 한류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문화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등 중국 측이 전면적인 한류 제재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미 7월 정부의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한류 콘텐츠에 대한 규제로 본격화했다는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기도 하다.


● “심각한 상황”

우려의 근거는 곳곳에서 나온다. ▲한류스타 송중기가 모델로 나선 한 기업이 최근 현지 스타로 그 자리를 대체했다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한중 동시방송을 위해 중국 심의를 요청했지만 여전히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푸른 바다의 전설’ 역시 중국 심의를 받지 못했다는 점 등이다. 이 외에도 황치열, 유인나, 싸이 등 한류스타와 관련한 현지 방송 콘텐츠에 대한 당국의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나열된다.

이에 대해 송중기 측은 “중국 측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사임당, 빛의 일기’ 제작진은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고, ‘푸른 바다의 전설’ 측은 “중국 동시방송을 위해 심의를 요청한 적이 없다”는 등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한한령’에 대한 불안감은 작지 않다. 중국 한류전문 한 에이전트는 “사드 배치 결정 직후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류를 제한하는 수준이 아니라 금지령이다”고 말했다. 중국 대형 기획사 위에화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이상규 대표도 “정부 당국의 정확한 지침이 없어 뜬소문이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실제로 현재 중국에서는 한국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한국 연예인이 모델로 나선 광고를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이런 상황은 향후 한국 경제에도 타격일 수밖에 없다”면서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팬들은 여전하다”

하지만 현지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의 중국 통신원인 손성욱 베이징 항삼 국제교육문화교류중심 팀장은 “한류 반감 분위기는 아직 심각하지 않다”고 밝혔다. 손 팀장은 “특히 한국 드라마나 음악을 접하는 팬들에게서 거부반응을 찾기도 쉽지 않다”면서 “한국문화를 즐기는 이들은 최근 상황에 크게 좌지우지하지 않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가 보고한 통신원 리포트(상자기사 참조) 역시 이 같은 사실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또 손 팀장은 현지 언론의 보도 행태에도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중국 내 일부에서 좋지 않은 기사로 여론몰이를 할 수 있다”면서 “(한류에 대한)반감의 댓글수도 평이한 수준이다. 급격히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지 분위기에 비춰보면 현재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불안감은 “실체 없는”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자국 문화콘텐츠 융성”(이상규 대표)을 위한 현지 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데 전문가들은 대부분 동의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현지 정서를 고려한 한국 측의 대응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류전문 에이전트는 이 같은 상황이 정치외교적 문제라기보다는 한류와 한국 연예인을 바라보는 현지의 시각과 정서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일부 연예인의 무리한 요구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면서 “이 참에 이런 상황을 명확히 정리하자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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