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복과 평범한 일상의 소박한 꿈을 송두리째 부정당했다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좌절과 분노의 목소리로 광장에 모여 촛불을 밝히는 이유가 그것일 터이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기가 막히고, 방송뉴스는 이를 고스란히 비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극장에 가지 않는다. 삶을 훼손당한 현실을 똑똑히 지켜보려 한다. 기어이 광장으로 나온 이들이 부르는 저항의 노래는 연일 거리를 울린다. 방송뉴스와 촛불의 광장에서 불린 노래를 향한 시선의 크기는 작지 않다. 그것이 민심이다.


● 방송 뉴스

최순실 특검법·대국민 담화 등 관심 증폭
각 방송 뉴스프로그램 시청률 2∼3배 급등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이라는 비난 속에서 국민의 눈과 귀는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 쏠렸다. 9월20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관한 첫 보도(한겨레)를 기준으로 각 방송 뉴스프로그램은 작게는 3∼4% 포인트, 많게는 기존 수치에서 2∼3배 급등했다. 사태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물론 그 분노와 허탈감이 얼마나 높은지 여실히 보여준다.

10월24일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룸’은 최순실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를 공개하며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사전에 검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3%(이하 닐슨코리아)였던 평균 시청률은 이날 4.283%로 급상승했다. 박 대통령의 1차 대국민 담화가 나온 다음날 MBC ‘뉴스데스크’도 평소 5% 시청률에서 7.1%로 상승했다.

10월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차 촛불집회 이후 민심은 더욱 요동쳤다. 10월31일 최씨가 검찰에 소환되면서 KBS 1TV ‘9시뉴스’ 시청률은 21.7%를 기록했다. 3월30일 송중기가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출연(23.3%)한 것과 9월12일 경북 경주 강진 발생(26.7%)에 이어 세 번째 높은 수치다. 또 여야가 ‘최순실 특검법’에 합의한 11월14일 ‘9시뉴스’는 19.0%를 기록했다.

뉴스뿐 아니라 시사교양프로그램인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11월19일 ‘세월호 7시간’(19.0%)을 방송하면서 2004년 이후 최고 수치를 갈아 치웠다.


● 극장

11월 극장 총관객수 급감 ‘4년 내 최저치’
걸출한 흥행작 없고 주말 촛불집회 영향

11월 극장 관객수는 급감했다. 일주일 중 가장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는 토요일마다 전국적으로 열리는 촛불집회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결과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올해 11월 극장 총 관객은 1268만3175명(영화진흥위윈회). 최근 4년간 최저치다. 지난해 11월에는 1527만명, 2014년 1519만명, 2013년 1337만명이었다. 한국영화 관객수의 감소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11월 1041만4836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58만8520명에 불과하다. 10월∼11월이 전통적인 극장가 비수기로 꼽힌다는 점을 감안해도 눈에 띄는 수치다.

영화계에서는 ‘촛불집회에 쏠린 민심’을 그 배경으로 짚는다. 현재 상영작 중 뚜렷한 흥행작이 없는 상황에서 시국과 관련해 연일 극적인 이슈가 쏟아지면서 ‘뉴스가 영화보다 재밌다’는 분위기마저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관계자는 1일 “관객 감소의 주요한 원인으로 주말 촛불집회 영향을 간과하기 어렵다”며 “걸출한 흥행작도 없어 감소폭이 더욱 크다”고 밝혔다. 그나마 흥행 중인 ‘럭키’와 ‘형’은 모두 코미디 장르다. 각박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하는 ‘웃음’을 내세운 역설의 힘이다.


● 음악

집회에서 불린 대중가요 음원 소비 늘어
양희은 전인권 이승환 공연영상 100만회

촛불 민심은 음악소비에서도 드러난다. ‘아침이슬’과 ‘상록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덩크슛’ 등 집회에서 불린 대중가요의 디지털 음원 소비가 11월 크게 늘어났다.

한 음악사이트에 따르면 11월26일 서울 광화문광장 5차 촛불집회에서 양희은이 부른 ‘상록수’는 10월 대비 11월 스트리밍 소비량이 192%나 늘어났다. ‘아침이슬’도 54%가 늘어났다. 11월12일 집회에서 개사해 부른 이승환의 ‘덩크슛’도 131%나 증가해 ‘폭증’ 수준이다.

11월12일과 19일 촛불집회에 참여해 공연한 전인권의 소속 밴드 들국화의 ‘행진’도 32% 늘었다. 이 밖에 11월12일 집회에 나섰던 크라잉넛의 ‘말달리자’는 18.8%, 11월26일 안치환이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로 개사해 부른 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15.6% 증가했다.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는 11.5%, 정권 퇴진을 외쳤던 조PD ‘친구여’는 9.1% 늘어났다.

유튜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엿볼 수 있다. 현 시국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DJ DOC의 ‘수취인분명’은 11월25일 공개된 후 12월1일 오후 6시 현재 유튜브 조회수 144만회를 넘었다. 11월26일 촛불집회에서 뮤지컬 배우들이 꾸민 뮤지컬 ‘레 미제라블’ 삽입곡 ‘당신은 듣고 있는가 성난 민중의 노래를’ 공연의 몽구스TV 영상도 공개 5일째인 1일 현재 36만회를 넘어섰다. 양희은, 전인권, 이승환 등 가수들의 공연 영상은 이미 100만회에 육박하고 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