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일베’에서 합성해 만든 사진을 사용해 물의를 빚은 SBS가 또다시 ‘일베 논란’에 직면했다. 이번에는 자회사 프로그램이 도마에 올랐다.
17일 방송된 SBS플러스 정치 풍자 프로그램 ‘캐리돌 뉴스’의 코너 ‘밤참 뉴스’에서는 미국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한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을 소개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故(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에서 이상이 발견됐다. ‘일베’에서 악의적으로 합성, 배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미지가 사용된 것.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표지에는 ‘지옥에 가라 미스터 노’(Go To Hell Mr.Roh)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본래는 ‘Hello Mr. Roh’는 메시지였다. ‘새로운 대통령’ 대신 ‘새로운 시체’(New Corpse)라는 표현도 담겨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방송 이후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사진 사용을 두고 항의가 빗발쳤다. 더욱이 SBS 자회사 채널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SBS플러스 ‘캐리돌뉴스’ 제작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17일 방송분 관련 많은 걱정을 끼쳐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한다. 사용한 이미지에서 사전 충분한 필터링을 하지 못한 명백한 제작진의 실수다. 우리도 당황하고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우리 프로그램은 사회 전반에 걸친 시사 풍자 예능프로그램으로써 이러한 실수가 없도록 세심한 신경을 많이 기울여야 함에도 부족한 부분을 보여 깊이 반성하고 있다. 해당 영상클립은 서비스를 중지하며, 앞으로 내부 필터링을 더 강화하여 이러한 실수가 없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더 면밀하게 준비해 더 좋은 콘텐츠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발방지 대책은 없었다. 이는 앞서 수차례 일베 사진으로 물의를 빚은 SBS도 마찬가지다. SBS는 뉴스,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검열하지 않고 일베 이미지를 사용해 반복적으로 사과한 바 있다. 이에 자체 검증시스템을 가동, 외부 포털사이트가 아낸 내부 DB(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 방송관계자는 동아닷컴에 “내부 DB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비용적인 측면도 있지만, 새롭게 생성되는 이미지를 모두 DB로 저장할 수 없는 문제다. 또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이를 확인하고 DB화하는 작업도 필요해 비용도 비용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결국 SBS의 일베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사과도 되풀이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SBS의 채널에 대한 신뢰성도 사라지고 있다. 사과와 함께 구체적인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할 때다.
<다음은 SBS플러스 캐리돌뉴스 공식 사과문 전문>
SBS플러스 캐리돌뉴스 제작진입니다.
어제 방송분 관련 많은 걱정을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사용한 이미지에서 사전 충분한 필터링을 하지 못한 명백한 실수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제작진도 당황하고 있으며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희는 사회전반에 걸친 시사 풍자예능으로서 이러한 실수가 없도록 세심한 신경을 많이 기울여야함에도 부족한 부분을 보여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해당 영상클립은 서비스를 중지하며, 앞으로 내부 필터링을 더 강화하여 이러한 실수가 없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캐리돌뉴스를 향해 많은 응원과 관심을 보내주시는 분들께 의도치 않게 염려를 끼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더 면밀하게 준비해 더 좋은 콘텐츠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