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마르멜로 “걸밴드? 트렌드? 우리가 다 뒤집어엎겠다”

입력 2017-07-13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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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멜로, 사진=롤링컬처원

21살 동갑내기친구들이 모여 결성한 밴드 마르멜로(현아-보컬, 유나-기타, 도은-베이스, 다은-건반, 가은-드럼)는 ‘당차다’를 넘어 ‘당돌하다’에 더 가까울 정도로 통통 튀는 매력의 소유자들이다.

물론 이것이 건방지거나 예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친구들답게 농담 섞인 발언들이 난무하는 사이에서 유발되는 웃음들은 오히려 기분 좋은 에너지를 선사했다.

또 장난스러운 모습 가운데에 숨어있는 각오와 목표의식은 이들이 음악을 대하는 마음만큼은 절대 장난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데뷔 싱글을 낸지 아직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신인 밴드를 두고 너무 거창하게 말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현재의 마르멜로가 결성된 건 2년 전의 일이다.

게다가 밴드의 원년멤버의 만남부터 따지면 5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유나는 “데뷔는 얼마 전에 했는데, 그전부터 중고등학교 친구들이라서 밴드활동을 꾸준히 했다”며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기타를 배웠는데, 중학교때 도은이를 만났고, 밴드 공연하고 그런 게 재밌어서 같이 하게 됐다”라고 기타 유나와 베이스 도은이 마르멜로의 첫 멤버임을 알렸다.

도은도 “나도 평범하게 음악 좋아하는 학생이었는데 밴드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처음엔 드럼을 치려고 했는데 밴드부에 베이스가 자리가 남는다고 해서 베이스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유나가 ‘우리 재밌게 살아보지 않을래’라고 권유를 해서 시작 했다”라고 결성 계기를 밝혔다.

그다음 합류한 멤버가 보컬 현아와 건반 다은이다.

다은은 “고등학교 때 밴드부였는데, 건반이 비어서 도은이 하자고 해서 했다. 어려서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8년정도 쳤었다”라고 말했고, 현아는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6살 때부터 클래식 피아노와 드럼을 치고 그랬다. 나는 원래 춤에 관심이 많았는데, 사주를 보러가니 무대 뒤가 아니라 앞에서 하는 걸 해야 대성한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노래를 배우고 보컬로 합류했다”라고 마르멜로 합류 계기를 밝혔다.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멤버는 드럼의 가은이다. 기존 멤버들과 직접적인 친분이 없는 가은이었지만, SNS의 힘 덕분에 마르멜로의 마지막 멤버로 합류하게 됐다.

가은은 “처음 교회에서 어깨너머로 드럼을 배웠다. 그러다가 특성화고를 가서 전공을 했는데, 고3때 연주 영상을 SNS에 올렸고, 이걸 보고 (마르멜로에게) 연락이 왔다”라며 “사실 난 밴드를 할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합주를 해본 적도 없었다. 그러다가 처음 합주를 하게 됐는데, 그냥 한번 해보자라고 시작했다가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라고 엉겁결에 밴드의 멤버로 합류했다고 털어놓았다.

‘어쩌다보니’라고 농담처럼 합류이유를 밝힌 가은이지만, 실은 가은이 마르멜로에 합류한 진짜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롤모델로 삼은 밴드가 같았기 때문이다.

가은은 “만나보자고 할 때 고민을 만이 했다. 그때 내가 더 프리티 레클리스(The Pretty Reckless, ‘가십걸’로 유명한 여배우 테일러 맘슨이 보컬로 있는 밴드. 하드록과 얼터너티브 록 장르의 밴드이다)라는 밴드를 정말 좋아했는데, 내가 말하기 전에 이 친구들이 딱 롤모델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라고 설명했다.

마르멜로, 사진=롤링컬처원


여기서 흥미로운 건 데뷔 싱글 ‘PUPPET’에서 귀엽고 상큼한 모습을 보여준 마르멜로가 롤모델로 상당히 하드한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주는 더 프리티 레클리스를 꼽았다는 점이다.

이에 유나는 “우리는 락이다. 라이브를 한번만 보면 느낄 수 있다. 우린 하드록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라이브를 보면 ‘보기보다 세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라고 하드록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유나는 “그런 폼나나는 밴드를 하고 싶었다. 사실 우리가 각자 좋아하는 장르가 다 다르다. 그래도 하나로 뭉쳐지는 부분이 록이라서 같이 하기로 한 거다. 그런 하드함이 우리에게 숨겨져 있고, 관객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에도 담겨 있고 그런다. 그런 밴드가 되려고 한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물론 그렇다고 마르멜로가 외곬으로 한 장르만 고집하겠다는 건 아니다. 당장 데뷔 싱글 ‘PUPPET’만 하더라도 상큼한 팝록 장르이며, 라이브에서도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려고 노력중이다.

현아는 “한 장르만 추구하기보단,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며 “우리가 지금 음악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다 좋아한다. 여러 가지 매력을 보여주려고 노려하고 있다. 이런 팝장르도 좋아한다”라고 여러 장르를 모두 소화하는 마르멜로를 다짐했다.

사실 이제 갓 데뷔를 한 신인이자 패기와 의욕이 넘치는 마르멜로에게 장르적인 정의를 내리는 건 무의미한 일이기도 하다.

지금 마르멜로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문제는 ‘걸밴드’에 대한 인식이다. 실제 마르멜로는 ‘말만 밴드고 댄스그룹하려는 거 아니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현아는 “‘너네 댄스그룹 전향하는 거 아니냐’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가볍게 생각 안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은은 “예전에 쇼케이스에서 이벤트성으로 언니쓰의 ‘맞지’를 춘 적이 있다. 댄스 아이돌을 하겠지라는 글을 보고 진짜로 우리가 춤을 췄다. 우리가 춤을 추면 심각해서, 그런 반응이 안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춘건데 진짜로 안 나왔다”라고 안도인지 아쉬움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또 도은은 “우리는 음악을 하려 모인 사람들이다. 그냥 밴드를 하는 친구들이다”라고 자신들의 정체성은 밴드임을 확실히 밝혔다.

유나는 “각자 좋아해서 악기를 한 건데, 하다보니까 친구들을 만나서 자연스럽게 밴드를 결성하게 됐다. 이친구들을 한명이라도 못 만났으면 밴드를 안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른 그룹과는 다른 점이 있는 것 같다. 더 끈끈한 유대감 같은 게 있다”라고 오랫동안 ‘밴드 마르멜로’로 활동할 것을 약속했다.

걸밴드의 또 하나의 함정이 있다면, 국내에서 걸밴드로 성공한 사례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은은 “(성공에 대한)부담감은 없고 그냥 즐기는 거다. 그런건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냥 좋아서 하는 거다”라고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다만 유나만은 ‘우리가 최초로 톱 걸밴드가 될 거다’라고 의욕을 불태웠다)

어려서부터 음악 영재나 신동소리를 들을 정도로 특출나지도 않았다고 밝힌 마르멜로는 (다만 유나만은 ‘그런데 나는 신동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그저 스스로도 또 자신들의 음악을 듣난 사람들도 즐거운 밴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도은은 “주변에서 그러니까 용기내서 음악을 할 수 있게 기반을 잘 다져놓고 싶다 정도의 생각은 있다”라며 “우리는 음악 속에 우리가 담고 싶어 하는 메시지가 있다. 우리 음악을 들으면서 희망적인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위로와 힐링의 자리가 됐으면 한다. 우리 무대를 보고 재밌고 신나게 하니까 힐링 받았다고 하는 분이 많다. 그거면 충분하다”라고 힘이 되는 밴드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마르멜로, 사진=롤링컬처원


물론 성공의 여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더욱 큰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이들이 데뷔와 함께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등 여타 밴드들과 다른 행보를 걷는 것도 이런 바람의 일환이다. (여담으로 멤버들은 음악방송에서 보고 싶었던 그룹으로 마마무와 청하 등 ‘걸크러쉬’ 매력의 여성 가수들을 꼽았다. 다만 유나만은 ‘차은우를 보고 싶었는데 나와 눈이 마주쳤다’라며 아스트로의 차은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다른 작곡가에게 받은 곡으로 데뷔를 했지만, 다음은 자작곡으로 채운 앨범을 발표해 진짜 마르멜로의 음악들을 들려주겠다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도은은 “써놓은 자작곡이 수 십 곡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약간 대중성과 거리가 있어서, 조금 더 리스너에게 어필하기 위해 다른 작곡가 분에게 받은 곡으로 싱글을 먼저 냈다”며 “구체적으로는 아직 언제라고 정해지진 않았지만, 다음에는 우리 곡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빠른 시일 내에 온전히 자신들의 음악과 이야기로 채운 앨범을 발표할 것을 약속했다.

더불어 마르멜로의 멤버들은 “가요계의 주류가 아이돌이지만, 그래서 더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라며 “힙합이 뜬 것처럼 밴드도 다시 일어날 거다. 우리도 음악 열심히 하고 있고, 힐링이 되는 밴드가 되게 더 노력하겠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라고 겸손한 당부를 덧붙였다.

다만 유나만은 “세계적인 음악의 흐름을 우리가 락으로 뒤집어엎겠다. 인생은 락앤롤! 락이다”라며 락스피릿 충만한 포부를 밝혔지만 말이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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