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극본 하청옥, 연출 백호민)의 정혜선이 안방극장을 제대로 울린 명품 열연으로 화해와 용서의 스토리에 불씨를 지폈다.
극 중 재벌가 노마님 경자 역을 연기 중인 정혜선은 지난 20일 방송된 ‘당신은 너무합니다’ 48회에서 회한으로 가득한 인생에 마침표를 찍으며 극에서 퇴장했다. 재벌가를 든든히 받치고 있던 큰 기둥의 무너짐에 가족들이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고, 슬픔과 오열 속 경자의 마지막을 잔잔히 비춘 화면은 탄식을 불러일으키며 그녀가 가족들에게 남긴 말들과 행동의 의미를 곱씹게 했다.
아들 성환(전광렬)을 홀로 키우던 평범한 여인에서 재벌가 노마님이 되기까지 여장부 중의 여장부로 두려움 없는 인생을 살았던 경자는 인생에서 이룬 것이 많은 만큼 죄과 또한 많은 인물이다. 아들을 재벌 회장으로 만들기까지 수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죽어가는 며느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등 이해 받기 힘든 선택을 해왔지만, 결국 성환이 살인죄로 구속되고 갈등과 반목으로 가득한 자손들의 모습을 지켜보게 되는 등 참담한 실상이 경자의 말년을 덮쳤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고스란히 돌려받듯 뒤늦게 이른 참회의 심정은 아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해 지금의 비극을 일으켰다는 자책으로 귀결됐고, 시름시름 앓아가며 쇠약해지기 시작한 육체는 결국 회한으로 가득한 경자의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 밤을 손자며느리 해당(장희진)과 함께 보내며 아들의 옥바라지를 당부하고 집안 곳곳의 보수를 부탁한 경자의 마지막 모습은 ‘용서’라는 단어를 굳이 꺼내지 않고도 스러져가는 경자의 모습 그 자체로 많은 의미를 담아내며 가족들의 마음에 큰 깨달음을 안길 것을 짐작케 한다.
그리고 경자의 이런 모습은 성환의 구속 전 보다 부쩍 상한 얼굴로 생의 마지막을 앞둔 노마님의 심정을 열연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게 소화한 배우 정혜선을 통해 구현되며 재벌가 구성원들만이 아닌 ‘당신은 너무합니다’ 시청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선사했다. 강렬한 대사나 행동 없이도 오랜 여운을 남기며 48회 엔딩을 장식한 정혜선의 명품 열연은 그녀에게 또 한 번의 최고령 엔딩요정 수식어를 얻게 하며 ‘당신은 너무합니다’가 남은 2회 동안 풀어낼 화해와 용서의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