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마동석 향해 “넌 배우하기 힘들어”라던 이들에게

입력 2017-11-0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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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마동석은 미국 유학파 출신으로 콜럼버스 주립대학 체육학과를 졸업했다. 이종격투기 선수 마크 콜먼, 캐빈 랜들맨의 개인 웨이트 트레이너로 활동하다 배우로 전향했다. 2002년 영화 ‘선수가라사데’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바람의 전설’(2004) 단역과 ‘천군’(2005) 조연을 통해 영화계에 입성했다. 당시 많은 이들이 배우가 되겠다던 그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단역으로 시작할 때 많은 분이 ‘너 같은 스타일은 배우하기 힘들어’라고 했어요. 역할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체격 때문이었죠. 저도 모든 역할을 다 할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마동석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타짜’ ‘비스티 보이즈’ ‘인사동 스캔들’ ‘부당거래’ 등의 조 단역을 거쳐 천천히, 충무로에 스며들었다. 데뷔 초에는 강한 인상에 어울리는 거친 역할을 주로 맡았다. 그러다 액션이나 느와르뿐 아니라 다른 장르로 연기 영역이 확장됐다. 그러는 사이 그는 ‘마블리’(마동석+러블리의 줄임말)로 불리게 됐고 섬세한 역할까지 맡아 사랑 받았다. 내 아내에게만은 따뜻한 남자(결혼전야)가 되었다가 섬세한 감성의 스타일리스트(굿바이 싱글)가 되기도 했다. 사족이지만 걸그룹의 전유물로 여겨진 뷰티 브랜드 광고를 찍은 게 그 예다.



하지만 그가 관객들에게 사랑 받을 때는 ‘천하무적’이미지다. 부당한 세력들에 맞서 유쾌하게 한 방을 날리는 이가 관객 편일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배가 된다. ‘베테랑’ ‘부산행’ ‘범죄도시’의 마동석에 대중이 열광하는 이유다. 마동석은 대세의 흐름을 탔음에도 “신기하다. 무대 인사를 가도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것은 내 인기라기보다 영화를 재밌게 봐서 환호해주는 것 같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마동석은 한 달에만 3~40편의 시나리오를 제안 받고 있다고. 600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에 이어 이번에는 코미디 영화 ‘부라더’를 선보였다. 누구보다 열일하는 배우지만 마동석은 “따지고 보면 1년에 4편 하는 게 다작은 아닌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필모그래피와 제안 받는 시나리오에 특이사항은 멜로가 없다는 것. 로맨틱코미디도 소화 가능한 마동석이기에 이제는 진한 멜로에 도전해볼 때도 되지 않았을까.

“멜로 영화 주인공은 잘생기고 멋진 배우가 해야죠. 저는 스무 살부터 이 얼굴이었어요. 화제가 된 사진은 18살 때 모습이고요. 외모를 포기한 지 오래됐어요. 저도 제가 나오는 멜로는 보고 싶지 않아요. (‘멜로 영화의 공식을 깨보는 것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깨질 것 같은데요. 하하.”


마동석은 연기뿐 아니라 기획자로서도 ‘열일’ 중이다. 10년 전부터 다양한 작품을 기획해온 그는 현재 콘텐츠 기획회사 팀고릴라를 이끌고 있다. ‘범죄도시’는 ‘함정’을 잇는 팀고릴라의 작품. 지난달에는 팔씨름을 소재로 한 신작 ‘챔피언’이 크랭크인했다.

“그때 그때 노트를 하면서 아이템을 준비해왔어요. 어딘가에서 이야기를 했다가 뺏긴 적도 있죠. 4~5년 전부터 작업 환경을 만들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작업해오고 있어요. 기준은 매번 달라요. 가장 중요한 건 ‘관객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죠.”

‘부라더’에 이어 ‘원더풀 고스트’ ‘곰탱이’ ‘챔피언’ ‘신과 함께 등 차기작을 줄줄이 선보일 예정인 마동석. “배우 하기 힘든 스타일”이라는 말을 듣던 신인 시절부터 배우와 기획자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지금까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 느낌일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해요. 보람차죠. 요즘은 주연으로 영화를 많이 찍고 있어서 예전에 비해 작품 수는 줄었어요. 하지만 그만큼 제가 끌려서 제 몸을 다 던져서 할 수 있는 작품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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