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아이비 “’혐오스런 마츠코’ 나를 닮은 것 같아요”

입력 2017-11-25 12: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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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하 ‘마츠코’)을 만난 뮤지컬 배우 아이비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동명영화의 팬이기도 한 그는 작품에 참여하게 됐을 때 누구보다 기뻤지만 막상 극의 들어와 그 인물이 되다 보니 이만큼 힘든 역할도 없다. 전작 ‘위키드’에서 15kg 드레스를 입고 노래를 불러도 봤지만 ‘마츠코’만큼 체력소비가 심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어떤 공연보다 긴장이 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행복하지 않았던 삶이지만 항상 사랑 받기를 꿈꾸며 살았던 여인 ‘마츠코’의 일생을 그린 뮤지컬이다. 일본 유명 작가 야마다 무네키의 동명소설과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아이비도 동명영화의 팬으로 대본을 받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영화가 굉장히 독특하잖아요. 영상미도 있고 반복되는 노래도 있고 만화적인 느낌도 강한데 이걸 뮤지컬로 어떻게 만들지가 궁금했어요. 그리고 마츠코의 삶이 굉장히 비극적인데 그걸 따뜻하게 풀어내기 때문에 무대 위로 이 감성을 어떻게 담아낼지도 궁금했고요. 그런데 보는 거랑 하는 거랑 완전히 달라요. 너~무 힘들어요.”

아이비는 ‘마츠코’가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 가장 힘든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시카고’에서 몇 달간 원 캐스트를 뛰고 ‘위키드’에서 뛰어다니며 넘버를 소화하던 그였다. 아이비는 “마츠코를 연기하며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다. 공연을 하면 모든 기운이 다 빠져서 축 처진다”라고 말했다.


“주말 공연이 두 번인데 보통 작품이라면 한 사람이 두 번을 다 하잖아요. ‘마츠코’는 절대 한 사람이 두 번 할 수가 없어요. 모든 장면이 정말 힘들고 연기와 노래도 정말 어려워요. 즐거운 장면도 있지만 대부분 감정을 억누르고 자제하는 연기이기도 하고 노래도 정말 높아요. 높은데 길게 끌기까지 해야 돼요.(웃음) 이렇게까지 높은 음을 진성으로 불러 본 적이 없어요. 이래저래 기력이 딸려요. 공연하는 날은 무조건 야식을 먹고 자야 해요.”

마츠코는 늘 사랑을 갈구하는 여성이다. 몸이 아픈 여동생 때문에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탓에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필요로 했다. 사랑의 결핍으로 인해 누군가에는 ‘혐오스런 인생’을 살아온 여성이 돼 버렸다. 이에 대해 아이비는 “우리는 모두 결핍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애정이나 사랑이 아니더라도 완벽하게 만족하며 사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마츠코’를 보면서 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결핍돼 있고 갈망하는 마음이 저와 비슷한 것 같았어요. 연예인이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어요.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저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렇지 않을까요. 정도의 차이일 뿐. 뉴스를 보면 애정결핍으로 일어나는 사건, 사고도 많고요. 이걸 어떻게 극복하는 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올해로 아이비는 8년차 뮤지컬 배우가 됐다. 2010년 ‘키스미 케이트’ 이후 왕성한 활동을 했고 ‘시카고’, ‘위키드’, ‘고스트’, ‘아이다’, ‘벤허’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며 뮤지컬 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우뚝 자리했다. 뮤지컬 배우로 꾸준히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지만 그 만큼 책임감과 부담감도 자리한다.


“겸손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매번 자신이 없어요. 원래 제 자신에게 혹독한 편이기도 해요. 사람들이 제 외모 때문에 늘 당당할 거라 생각하시지만 두려움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요. 제가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열심히 하기 때문에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자신감은 부족해도 무대 위에서는 정말 잘 하려고 노력해요. 표 값도 비싸고 정말 특별한 날에 오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좋은 추억을 선물하고 싶거든요. 어깨가 무겁지만 박수 받는 무대 위는 제게 특별한 공간이에요.”

최근에는 드라마 ‘보그맘’으로 오랜만에 대중 앞에 나서기도 했다. 소감을 물으니 “예전부터 시트콤을 해보고 싶었다. 박한별 씨를 비롯해 ‘엘레강스’ 맘들과 함께 수다도 떨며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라며 “실제로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나는 상상도 못한 일들이 참 더라. 그들끼리 쓰는 단어를 처음에 이해하느라 혼났다. 하하. 그런 모습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나간 것이 참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드라마 출연 이후 대중에게 한 발자국 다가서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니 “기회가 된다면 시청자들 앞에 나서고 싶지만 언제나 내 우선순위는 뮤지컬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뮤지컬은 들어가면 연습기간과 공연기간이 길다 보니 스케줄이 계속 잡히면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틈이 없어요. 게다가 뮤지컬이 정말 중독성이 짙어요. 배우와 스태프들이 한 마음으로 작업을 하는 것도 좋고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는 것처럼 행복한 게 없거든요. 도저히 헤어나올 길이 없어요. 좋은 작품으로 더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오픈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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