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군무·콘셉트·유튜브…케이팝 뮤비의 힘

입력 2017-11-2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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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의 ‘DNA’ 뮤직비디오. 사진출처|방탄소년단 ‘DNA’ 뮤직비디오 캡처

■ 싸이 기록으로 본 케이팝 뮤비의 진화

방탄소년단, 퍼포먼스+스토리…전달력 높여
걸그룹들은 다양한 콘셉트로 개성 표현
유튜브 통해 전세계 전파…해외팬 유입


26일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조회수 30억 건을 넘어섰다. 한국가수로는 최고 기록이다. 싸이는 그 후속곡 ‘젠틀맨’ 뮤직비디오로도 11억 건이 넘는 조회수를 얻고 있다. 싸이뿐 아니라 빅뱅, 트와이스, 방탄소년단 등 케이팝의 대표주자들 역시 뮤직비디오로 수많은 팬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다. 뮤직비디오가 케이팝의 대표적인 콘텐츠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세계 대중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케이팝의 성장도 뮤직비디오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넘치지 않는다.

케이팝 뮤직비디오가 이처럼 힘을 발휘하는 바탕은 무엇일까. 대중을 사로잡은 한국 뮤직비디오가 진화를 거듭해온 과정 역시 그 힘을 확인하게 하는 또 하나의 창이다.

은하수가 멤버 정국의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을 시작으로, 화려한 색채감 속에서 환상적인 우주공간과 기하학적 배경이 교차한다. 그 사이 멤버들은 세련된 안무로 공간을 넘나든다.

최근 미국 등 해외에서 뚜렷한 성과를 얻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DNA’ 뮤직비디오다. 연출자 룸펜스의 감각이 돋보이는 뮤직비디오는 28일 낮 현재 유튜브에서 1억7466만2815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9월18일 선보인 뒤 이달 12일 케이팝 그룹 최단 기간 1억 조회수를 지나 2억 건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이들은 2억 건을 돌파한 ‘쩔어’를 비롯해 ‘불타오르네’ 등 1억 건 이상 조회수를 나타낸 뮤직비디오를 모두 11편이나 지니게 됐다. 방탄소년단 측은 “그룹이 세계적인 팬덤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SNS를 통한 소통 못지않게 뮤직비디오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케이팝 뮤직비디오는 이제 유력한 플랫폼과 무대로서 그 기능을 강력히 발휘하고 있다. 단순히 노래를 영상화하는 데에서 나아가 완전한 콘텐츠 자체로서 매력을 과시하며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자료출처=유튜브코리아


● “역동성”과 “콘셉트”의 무대

전문가들은 케이팝 뮤직비디오의 힘을 “역동성”과 “콘셉트의 영상화”에서 찾는다. 남성그룹의 경우 ‘칼군무’로 상징되는 역동성을, 걸그룹은 각기 특유의 콘셉트를 각각 다양한 개성의 질감으로 구현해내는 영상의 힘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대체로 서정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해외와 달리 케이팝 뮤직비디오는 칼군무의 에너지 넘치는 매력이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칼군무가 드러내는 역동적 면모가 케이팝 자체의 힘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뮤직비디오도 실제 무대 위 퍼포먼스를 독특하고 개성 강한 영상에 담아내며 매우 유효한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얹혀지는 메시지는 그 매력을 더해준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스토리 위주로 구성한 퍼포먼스를 영상에 담아왔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음악하는 이들의 자전적 이야기(쩔어), 청춘의 성장통(피 땀 눈물), 세월호의 비극을 연상케 하는 노란 리본(봄날) 등을 담아내며 이를 한 치의 어긋남 없는 ‘칼군무’의 역동성으로 표현해 동시대적 감수성을 영상으로 빨아들였다.

남성그룹에 비해 비교적 그 각각의 콘셉트가 다양한 걸그룹은 이를 좀 더 세분화해 제대로 드러내는 방식에 무게를 둔다. JYP엔터테인먼트 김상호 이사는 “걸그룹의 경우 그 자체의 콘셉트를 최대한 유지하고 이를 부각시키며 또 지속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뮤직비디오 역시 이 같은 전략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시각적 힘을 지닌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각 멤버별 매력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데 비주얼의 콘텐츠로서 뮤직비디오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유튜브의 힘

케이팝 뮤직비디오가 이처럼 세계적인 시선을 모으게 된 데에는 전 세계 네트워킹을 가능케 한 온라인의 기능을 잘 활용한 전략도 기여했다. 특히 뮤직비디오를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가 큰 계기가 됐다는 데 관계자들은 동의한다. 대중음악 콘텐츠로서 뮤직비디오가 IT와 디지털 문화의 발전과 결합하면서 더욱 강력한 힘을 얻게 된 셈이다. 또 뮤직비디오 생산자들은 이를 적극적이고도 유력한 마케팅의 도구로 삼고 있다.

김상호 이사는 “잘 만든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를 통해 유통시키고 전 세계 대중에게 소개한 뒤 팬을 유입하는 방식이 이젠 일반적인 일이 됐다”면서 “그렇게 얻은 파급력으로 다시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으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강태규 평론가도 “유튜브 등 온라인을 주로 이용하는 세대는 아무래도 젊은층이고,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뮤직비디오가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면서 또 그 매력에 대한 강한 인상이 확산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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