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사사로운 이야기] ‘골든 글로브’ 니콜 키드먼, 여성의 승리를 외치다

입력 2018-01-1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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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니콜 키드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와우! 여성의 힘!”

구구절절한 수상 소감은 필요 없었다. 이 한 마디면 충분했다. 배우 니콜 키드먼이 최근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를 통해 TV미니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고 외친 말이다.

올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에서 지난해 시작된 성추행 근절과 여배우 인권을 위한 ‘미투’ 캠페인의 일환으로 여배우는 물론 참석자 대부분이 블랙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등장했다. 세상을 향해 공통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놀라왔지만, 사실 ‘미투’의 외침보다 더 부러운 건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의 탄생과 이를 가능케 한 ‘여배우들의 연대’가 아닐까 싶다.

‘빅 리틀 라이즈’는 HBO가 지난해 첫 시즌을 방송한 드라마다. 캘리포니아 부촌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뒤흔든 살인사건이 일어난 뒤 평범해 보이는 주부들이 이에 연루된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는 내용이다. 줄거리만 보면 크게 특별하지 않지만, 이 드라마의 진짜 힘은 여성들의 내면과 그들의 심리까지 담아내는 데 있다. 여성 시청자에 공감과 높은 지지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드라마를 탄생시킨 주역은 할리우드 톱 여배우들이다. ‘빅 리틀 라이즈’ 제작자는 니콜 키드먼과 리즈 위더스푼. 엄마이고 아내이지만 여성이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이들의 기획과 제작, 주연을 통해 작품으로 완성됐다.

주로 영화에서 활약한 이들 여배우가 TV 드라마 제작자로 나선 사실은 흥미롭다. 무엇보다 여성에 자행되는 각종 폭력, 특히 중년 여성에 닥친 삶의 딜레마를 다룬 드라마라는 점은 반갑다. 리즈 위더스푼은 제작자로서 작품상 수상자로 무대에 섰고, 이에 니콜 키드먼은 “여성의 승리”라는 수상 소감도 덧붙였다.

아직 미미하지만 국내서도 비슷한 움직임은 있다. 지난해 배우 문소리가 주연·제작·감독한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가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직 시작일 뿐. 실력 있고 매력 넘치는 여배우들의 만들어내는 그들의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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