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그래 연상호였지…‘부산행’→‘염력’, 영리한 사회고발 (종합)

입력 2018-01-23 1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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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현장] 그래 연상호였지…‘부산행’→‘염력’, 영리한 사회고발

‘돼지의 왕’과 ‘사이비’ 등 사회 고발 애니메이션으로 주목받은 연상호 감독. 그의 최초 실사 영화 ‘부산행’ 다음은 다시 본격 사회 고발 영화 ‘염력’이었다. 흥미로운 초능력 소재로 포장한 ‘염력’은 어두운 사회 문제에 ‘초집중’한 블랙 코미디 영화였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염력’의 언론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 이날 행사에는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 류승룡 심은경 박정민 김민재가 참석해 취재진을 만났다.

‘염력’은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아빠 석현과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 딸 루미가 세상에 맞서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6년 개봉작 가운데 유일한 1000만 영화이자 1156만명이 관람한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 간담회에 앞서 시사회를 공개된 영화 ‘염력’은 도시 개발 사업으로 인해 궁지로 내몰린 철거민의 애환과 그들 사이에 떠오른 ‘한국형 히어로’ 석현에 대한 이야기였다. 2009년 1월 20일 일어난 용산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연 감독은 “초인적인 소재를 다룰 때 한국 사회와 현실적인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능력을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다룰까 고민했다”면서 “한국이 근대화하는 과정에서 있었고, 지금도 일어나는 보편적인 시스템의 문제인 ‘도시 개발’과 히어로의 대결을 그리고 싶었다. 그러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행’이 성공을 거두지 않았다면 이번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부산행’을 통해 흥행 감독이 되면서 영화를 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다음 영화가 망할 수도 있지만 남들이 하기 어려운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한국에서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지기 어려운 코미디 장르를 하고 싶었다”면서 “사회적인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간 코미디에 흔치 않은 소재인 초능력을 섞었다”고 밝혔다.

연 감독은 더불어 “대중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적당한 경멸과 적당한 존경을 받으면서 생명력 있게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도전적인 ‘연상호 월드’에 과감하게 함께한 배우들은 류승룡 심은경 박정민 김민재 정유미. 특히 류승룡과 심은경은 애니메이션 영화 ‘서울역’으로, 정유미는 ‘부산행’으로 연 감독과 호흡을 맞춘 적 있다.

류승룡은 “유쾌하고 즐겁게 촬영했다. 연 감독에게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더라. 몹쓸 연기 지도를 해주는데 의외성이 많아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기서 ‘몹쓸’은 ‘몹시 쓸 만한’의 약자라고. 연 감독은 “연출할 때는 다급한 마음”이라면서 “내가 몸을 던져서 연기했다. 내가 연기에 몰입해 있다 보니 혀가 나오더라. 류승룡에게 혀가 꼭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연상호의 ‘몹쓸’ 연기 지도를 받은 류승룡은 극 중 염력을 사용하면서 날렵(?)하게 혀를 놀렸다.

심은경 박정민 김민재는 ‘연상호 감독의 팬’이라며 굳은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다. 심은경은 “감독님의 말 한 마디에 빵빵 터지곤 했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매번 지도를 해주는데 영감이 될 때가 많았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박정민도 “전부터 감독님의 작품 현장에 정말 있고 싶었다”며 “감독님이 현장에서 몹쓸 연기 지도를 해주면 그대로 따라하면 되더라. 헤매는 배우에게 실마리가 되는 포인트를 잡아줘서 좋았다. 감독님 덕분에 수월하게 연기했다. 함께 작업하다보니 어느새 연상호 감독님의 팬이 됐다”고 털어놨다.

김민재는 “감독님의 생각에 놀랄 때가 많았다”며 “작품을 보면서 되게 솔직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에 회의적인 생각을 했는데 현실적이고 삶에 가까운 이야기를 다이나믹하게 보여줘서 나 또한 관객으로서 내 삶을 돌아봤다. 영화를 보면서 감독님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민재 또한 “감독님의 몹쓸 연기 지도가 인상적이었다”면서 “처음에는 ‘왜 이러지’ 싶은 마음에 귀가 굉장히 빨개졌다. 하지만 사실 배우 입장에서는 기댈 곳이 감독님 밖에 없다. 이 작업에 되게 적극적이고 진중한 분이구나 싶더라. 믿고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관념적이거나 억지스러운 부분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정유미 또한 돋보였다. 그가 연기한 홍상무는 ‘베테랑’의 유아인에 버금가는 악랄함과 ‘똘끼’를 장착한 캐릭터. 연 감독은 정유미의 캐스팅에 대해 “‘부산행’ 후 정유미와 차기작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가 작은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하더라. 악역을 제안했더니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정유미가 가진 성격이 많이 포함된 인물이 나왔다. 정유미의 성격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해맑은 악당이 됐다. 정유미가 대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되게 공감 능력이 없는 해맑은 악당 같더라. 새로운 악당이 나온 것 같다”면서 “한두 테이크 간 후 일사천리로 했다. 정유미가 홍상무를 맡으면서 영화가 활력을 가진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NEW의 새해를 여는 첫 작품 ‘염력’은 31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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