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엔 ‘발 내밀기’…경마엔 ‘코 내밀기’

입력 2018-01-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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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이 엇비슷한 말들끼리 뛰는 경마에선 무조건 말의 코가 결승선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 1초당 1500프레임을 촬영하는 초고속 카메라로 본 ‘코차’(코가 살짝 먼저 들어온 경우)로 승패가 엇갈리는 장면.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경주마 코가 결승선 지나는 순으로 순위
육안 확인 어려울땐 초고속 카메라 사용
정밀 판정에도 식별 안된다면 동착 판정


스피드의 묘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쇼트트랙은 동계스포츠의 백미다. 짜릿한 스피드와 순발력을 구경하는 것도 즐겁지만, 경주 규정을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녀 1000m에서 김동성과 전이경 선수가 ‘회심의 발 내밀기’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장면은 지금까지도 극적인 승부의 하나로 꼽힌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스케이트 날이 먼저 들어온 사람이 이기는 규정 때문이었다. 이 기술에 뛰어났던 우리나라 선수들을 견제해 날이 얼음에서 떨어지면 안 된다는 추가 규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 경마 결승선 기준은 ‘코’일까, ‘혀’일까

쇼트트랙처럼 특별한 규정은 경마에도 있다. 실력이 엇비슷한 말들끼리 뛰는 경마에서는 결승선의 판정 룰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된다. 말이 기준이 되므로 기수가 아무리 팔을 뻗어 채찍을 내밀어도 소용없다. 말이 혀를 내미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마에서는 무조건 말의 코가 결승선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 이는 세계 경마 시행국의 공통된 사항이다.

경주마들이 결승선에 들어올 때, 코가 살짝 먼저 들어온 경우를 가리켜 ‘코차’라고 부른다.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한 경주가 바로 이런 경우다. 그 차이가 너무 미세해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울 때는 1초당 1500프레임을 촬영하는 초고속 카메라를 사용한다.

카메라는 0.01mm의 차이까지도 식별한다. 초고속 카메라를 동원한 정밀 판정에도 불구하고 박빙의 승부 중 몇몇은 도저히 식별이 안되어 결국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한 동착으로 판정하기도 한다. 덧붙이자면 결승선에 들어올 때 말과 기수가 함께 있어야 순위가 인정된다. 경마는 기수가 말에 타고 있어야 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마한일전인 SBS스포츠 스프린트(G Ⅲ)에서는 1위부터 3위까지 경주마가 모두 ‘코차’의 접전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200m 단거리 경주인데다 세 마리의 경주마 모두 경주 종반에 다른 경주마를 제치고 역전하는 경기를 펼쳐 재미가 더해졌다.

이처럼 스피드 스포츠의 묘미란 짜릿한 속도 경쟁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규칙을 알고 보면 즐거움도 더 크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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