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음담잡담] 일본은 지금 ‘제3의 한류’…취향문화는 자생적 부활

입력 2018-01-2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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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위쪽)-걸그룹 트와이스. 스포츠동아DB

26일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일본 오사카 도심 우메다의 유명 클럽 ‘아울 오사카’에서는 귀에 익숙한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방탄소년단 ‘마이크 드롭’이 육중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와 스테이지를 뒤덮었다. 아울 오사카뿐만 아니라 피카딜리, 밤비 등 오사카 유명 클럽에서는 세븐틴 몬스타엑스 블랙핑크 씨엘씨 트와이스 박재범 등의 노래가 분위기를 띄우는 노래로 울려 퍼지고 있다. 음악의 최신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클럽가에 케이팝이 주류음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젊은 층이 케이팝을 생활 속에서 즐기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 이는 새삼 반가운 현상이다.

오사카 시내 주요 클럽을 순회하며 디제잉하는 DJ윤피는 “방탄소년단이 지금 클럽가에서 최고 인기”라면서 “한국 가수들은 뭔가 능숙하다는 느낌을 주고, 음악도 멋있다”고 했다. DJ윤피는 “카라가 일본에 진출한 이후 클럽가에 케이팝이 나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다양한 케이팝이 나온다”고 했다.

도쿄에서도 10∼20대 사이에서 케이팝과 한국음식, 화장품은 인기 아이템이다. 혐한시위로 몸살을 앓던 신오쿠보가 치즈닭갈비 하나로 인해 다시 ‘한류의 성지’로 되살아났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일. 2012년 한일관계 악화 이후 2015년 330개로 줄었던 신오쿠보 한국 상점수는 올해 1월 현재 440여개로 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일본에 수출된 한국 음악 콘텐츠는 2010년 712억원에서 2016년에는 약 3000억원으로 4배가량 늘었다. 이미 트와이스가 히트곡 ‘티티’ 춤으로 선보인, 엄지와 검지로 ‘T’자를 만드는 ‘티티 포즈’가 일본 1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포즈로 꼽힌 바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세번째 한류 열풍’이라고 최근 소개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은 정치적으로 원활하지 못한 관계지만, 젊은층에선 그 분위기를 읽기 어렵다. 정치에 덜 민감한 10∼20대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좋은 것, 재미있는 것을 찾는다. 일본에서 한류는 이미 ‘취향문화’로 자리 잡았기에 자생적으로 부활한 것이리라. 새삼 문화의 힘을 느끼게 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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