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이징스타’ 김준한, 영화·드라마서 존재감 과시

입력 2018-02-03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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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화 ‘박열’로 얼굴을 알린 배우 김준한. 끝없이 탐구하는 그는 올해 ‘변산’, ‘허스토리’, ‘마약왕’ 등 영화를 통해 스크린에서 영역을 확장한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개봉하는 영화가 늘어나고 흥행작도 많지만 그 안에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두각을 나타내는 신인 연기자를 찾기는 사실 어렵다. 톱배우의 활약은 늘어도 오히려 신인들이 개성을 내보일 무대가 적은 곳 가운데 하나가 영화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박열’을 통해 주목받은 신인 김준한(35)은 실력만큼이나 ‘운’도 상당하다. 일본인 검사 다테마스를 연기한 그는 주인공인 이제훈, 최희서가 받는 관심과 대등한 시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은 물론 영화계 관계자들의 눈에도 들었다.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낸 덕분에 김준한은 지난해 대종상영화제 등 영화 시상식에서 신인상 후보에도 올랐다. 아쉽게도 수상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영화계의 러브콜은 계속되고 있다. 그가 촬영을 마치고 올해 개봉을 준비 중인 영화만 세 편에 이른다. 동시에 드라마로도 무대를 넓혔다. 최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얼굴을 비춘 그는 동성 간의 사랑을 담아낸 에피소드를 장식해 화제를 모았다.

“‘박열’은 시대극이라서인지 영화 쪽에서 일하는 분들만 알아보는 정도였다. 그런데 드라마는 확실히 파급력이 세다. 길거리에서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겼다.”

최근 그는 한 온라인 게시판에서 자신과 관련한 글을 발견했다.

“댓글 중에 ‘박열’의 다테마스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나온 그 사람이 맞느냐는 내용이 있었다. 둘 다 나인지 미처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글일 수 있지만 나는 정말 기분 좋았다. 연기자로서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바로 그거다.”

그는 “김준한이라는 이름보다 대본이나 시나리오에 있는 캐릭터 그 자체로 관객에 각인되고 싶다”고 했다.

“배우는 관객의 마음을 대신해줘야 하지만 사실 작품 속 캐릭터의 대변이기도 하다”는 그는 “내가 맡은 캐릭터를 위해, 제대로 된 대변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영화 ‘박열’에서의 김준한.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 “이준익 감독님은 아버지 같은 친구!”

김준한은 ‘박열’에서 보인 성과에 힘입어 영화 출연 제안을 연이어 받았고 그 결과를 올해 차례로 내놓는다. 최근 촬영을 마친 ‘변산’과 ‘허스토리’ 그리고 ‘마약왕’이다. 저마다 장르와 개성이 확실한 작품들로 올해 한국영화가 주목하는 기대작들이기도 하다.

특히 ‘변산’에서는 앞서 ‘박열’을 통해 자신을 발굴한 이준익 감독과 다시 만났다. 그에게 감독은 특별한 존재다.

“아버지 같은 분위기다. 아! 아버지라고 말하는 걸 감독님은 싫어한다.(웃음) 아버지 같은 친구라고 정정하겠다. 취미도 공유하고 있다. ‘변산’을 찍을 땐 촬영이 없는 날엔 근처 바다에서 같이 낚시를 했다. 감독님이 모터사이클을 좋아해서 같이 타자는데 아직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의 활약은 또 다른 영화 ‘허스토리’로도 이어진다. 김희애, 김해숙이 주연하고 민규동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실화 소재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일본군 피해 여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벌인 관부 재판을 다룬 이야기다. 김준한은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일본인이고 법조인인 캐릭터이다. 일본어 대사도 있고. 그래서 ‘박열’과 연장선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허스토리’의 시나리오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피해 할머니들을 돕는 인권 변호사 역이다. 과연 내가 극 중 인물들을 대변할 수 있을까, 많이 부족하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나를 믿고 역할을 제안해준 민규동 감독님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이들 두 편의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김준한은 또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매번 참여하는 작품에서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그를 향해서 모아지는 기대 역시 크다.

배우 김준한.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적지 않은 나이에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과정은 그를 계속 움직이게 한다. 20대 때는 록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한 김준한은 서른 살에 접어들 무렵 자신의 ‘길’로 연기를 택했다. 독립, 단편영화들에 참여해 경험을 쌓았고 그러면서도 영화 오디션에 응시하면서 기회를 엿봤다.

김준한은 지금의 자신을 있게 도운 사람으로 배우 고준을 꼽았다. 고준은 영화 ‘청년경찰’ 등에 출연한 개성 강한 배우다.

“나는 한 번도 연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고준 형이 내겐 연기 스승처럼 느껴진다. 무명 배우이던 나에게 형은 연기력부터 길러야 한다고,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니 탄탄하게 준비해 둬야 한다고, 늘 말했다. 형의 뚝심을 배웠다. 하하!”

김준한과 고준은 함께 단편영화 작업도 꾸준히 했다. 2015년 만든 ‘현도가’라는 제목의 단편영화는 두 사람이 공동 연출까지 했다.

“연기자의 길을 결심한 게 워낙 늦었기 때문에 관두고 싶은 마음이 늘 만큼 힘든 순간은 없었다. 막연하지만, 언젠가는 내가 꿈꿔온 대로, 영화에 출연하게 될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준비를 제대로 해 놓으려 했다.”

완벽하게 구사하는 일본어도 그런 ‘준비’의 일환이다. 김준한은 특히 언어에 있어서 탁월한 감각을 뽐낸다. 이미 그 실력은 ‘박열’에서 증명됐다.

배우 김준한.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그는 경상남도 마산에서 나고 자라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지만 사투리는 전혀 쓰지 않는다. 일본어는 물론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위해 현재 영어도 배우고 있다. 영화 ‘변산’에서는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음악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언어가 음과 리듬으로 들리다보니, 일본어도 자연스럽게 쉽게 익혔다. 오지랖 넓은 성격도 한몫을 했다. 호기심도 많다. 인문학이나 과학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나 강의 프로그램은 빠짐없이 챙겨본다.”

김준한은 얼마 전부터 동료 연기자들과 스터디를 시작했다. ‘박열’에 함께 출연한 최희서, 배제기, 윤슬 등 7명이 모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함께 영화와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호기심 많은 성격”이라는 김준한이 주도한 스터디 모임이다.

“각자 책 한 권씩 정해 읽고 모여서 같이 이야기도 나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연기자들이라 많은 도움이 된다. 늘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렇게 하나씩 깨달아가고, 깨우치면서 경험하고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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