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성희가 tvN 드라마 ‘마더’ 이후 KBS2 드라마 ‘슈츠’로 돌아왔다. ‘마더’를 통해 연기력을 확실히 입증받은 그가 곧이어 ‘슈츠’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많은 팬들은 반색했다. 하지만 휴식기 없이 바로 이어지는 작품이 지치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터.
“시간이 빠듯했어요. 그래도 배우로서 ‘마더’가 호평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죠. 근데 이게 너무 각인이 될까봐 걱정이 있었어요. 한 사람으로서도 어두워져 있어서 힐링이나 환기가 필요해 무리다 돼도 한다고 했죠.”
‘슈츠’는 미국드라마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에 작품에 들어가기 전 원작 ‘슈츠’를 보았을까.
“봤어요. 그런 작품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 이 작품 때문에 봤죠. 시즌3까지 정도 봤던 것 같아요. 사실 ‘마더’도 원작을 안 봤어요. 어쩌다 ‘마더’ 쉬는 날이었는데, 부모님과 뭘볼까 하다가 VOD로 보게 됐어요. 생각보다 재밌어서 정주행을 했죠.”
‘슈츠’는 현지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작품. 때문에 이번 작품의 인기에 대한 기대감도 컸을 것이다.
“기대했어요. 제가 로맨스가 오랜만이고, 특히 작품 자체는 아니지만 제 안에서 배역으로는 로맨스에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이었죠. 설레는 동시에 걱정도 있었어요. 형식 씨가 케미의 신이라고 알려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케미를 못 살리면 제 잘못이 되겠구나 싶었어요.”
고성희가 맡은 김지나라는 캐릭터는 ‘패러리걸(Paralegal, 변호사 업무의 효율적인 진행을 돕는 법률 전문가)’로, 원작에서 메건 마크리가 연기했던 역할이다. 메건 마크리는 ‘슈츠’ 출연 이후 영국 해리 왕자의 부인이 돼 더욱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이 역할을 연기하는 데 있어서 고성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워낙 매력이 있었어요. 저 역시도 그 배우의 목소리 톤, 의상 이런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대본을 읽었을 때 지나라는 인물은 레이첼(메건 마크리 분)과 달랐어요. 성격이나 표현하는 방식이요. 레이첼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니고 세련된 느낌이 들었다면, 지나는 통통 튀도 좀 더 거침없는 성격이었죠. 코믹요소도 있었고요. 전 개인적으로 지나가 더 좋았어요. 유일하게 참고한 게 레이첼의 스타일링이었어요. 그건 제가 가지고 왔죠. 그 옷이 저에게도 잘 맞는 스타일링이었고요. 제 장점을 부각시키기 좋은 옷이었어요.”
고성희가 ‘슈츠’에서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건 박형식. 키스신부터 가장 많은 대사를 주고받았다. 처음으로 ‘슈츠’를 통해 만나본 배우 박형식에게 어떤 부분을 느꼈을까.
“보인 것처럼 케미가 좋았어요. 저도 그 친구를 마지막으로 본 게 ‘진짜사나이’여서 오래된지도 몰랐죠. 어리고 순수하고 그런 이미지만 있었는데, 이번에 만나고는 굉장히 어른스럽고 남자답고 배우로서 프로패셔널 하다고 느꼈어요. 힘들었을 텐데 현장에서 분위기를 업 시키려고 하더라고요.”
그런 배우들과의 호흡이 시청자들에게 통했다. ‘슈츠’는 종영 직전까지도 수목드라마 1위를 수성하며 좋은 기록으로 막을 내렸다. 배우로서 이런 반응은 기분이 좋을 수밖에.
“신기하게 제 전작도 리메이크작이었어요. 리메이크작에 우려가 있더라고요. 근데 둘 다 정말 잘됐고, 좋은 평가를 받아서 기분이 좋아요. 시청률도 그렇고 ‘마더’는 작품성으로 인정을 받았죠. 보통드라마는 시청자의 연령대가 한정적인데, 이번 작품은 제가 느끼기에도 다양한 연령층에 어필이 됐어요. 기존의 한국 드라마와 달라서 부모님 세대에게는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는데, 어른들이 보고 계시더라고요.”
올해 29살, 내년엔 30대로 진입하는 고성희. 나이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가 배우로서 가질 수 있는 배역의 폭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을 수밖에 없다.
“저는 설레요. 배우로서 늘 30대를 꿈꿔왔거든요. 가장 폭 넓은 배역을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30대가 된다면 로맨스도 있지만, 강렬한 역할이나 전문적인 역할, 주체적인 역할을 맡는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기대가 되고 있어요. 또 로맨스에 집중하는 작품도 하고 싶고요. 코미디도 해보고 싶어요.”
로맨스에 욕심을 드러낸 고성희. 일 아닌 진짜 사랑도 함께 꿈꾸고 있을까.
“연애 욕심은 있어요. 사랑도 제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지점이고요. 굳이 일부러 막거나 안 할 생각은 없어요. 요즘은 일이 더 좋고, 일에 집중을 하고 있는 정도예요. 열애설을 겪어보니까 힘들더라고요. 생각보다 그 하루가 저에게는 고통스러웠어요. 사실여부를 떠나서 작품을 안 하고 있었으면 덜 했을 텐데, ‘슈츠’ 첫 촬영을 앞두고 그런 이슈가 터졌죠. 제 자신이 힘든 것보다도 작품을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 창피함이 저를 너무 힘들게 만들더라고요. 그런 것에서 약간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아요.”
그렇게 ‘마더’부터 ‘슈츠’까지 쉼 없는 2018년을 보낸 고성희. 그가 올 한 해를 되돌아봤을 때 올해를 가장 알차게 남겼던 한 가지는 무엇이었을까.
“남긴 게 많아요. 복귀를 하면서 쉼 없이 달려왔고, 28살에는 29살이 될 때도 일을 했는데, 그때 기억이 안 날 정도예요. 쉼 없이 복귀를 하고, 그렇게 그리웠던 현장과 연기에 대한 갈증이 컸는데, 그 지점을 마음껏 해 나가고 있어서 감사한 20대 후반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