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조·미셸 라·사라 손…할리우드는 지금 ‘아시안 어거스트’

입력 2018-09-0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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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치’의 존 조-미셸 라-사라 손(왼쪽부터). 사진|소니픽처스·IMDB

■ 주연 4명이 모두 한국계…영화 ‘서치’ 흥행으로 본 한국계 배우들의 파워

미국서 가장 성공한 배우 존 조
“한국계 배우만 캐스팅…이례적”
산드라 오, 올해 에미상 주연 후보

‘메이즈 러너’로 유명한 이기홍
단독 주연까지 해낸 스티븐 연
한국계 배우들의 ‘빛나는 도전’


꾸준하게 이어진 작은 물줄기가 마침내 큰 호수를 이뤘다. 미국에서 동양인 배우, 그 가운데서도 한국계 배우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한국계 미국인 가정을 배경 삼은 ‘서치’의 흥행은 이런 관심을 촉발시킨 기폭제가 됐다. 할리우드 대작의 주연이나, 세계적으로 성공한 드라마 주인공의 이름에서 한국계 배우를 찾는 일은 이제 어렵지 않다. 국내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모두 할리우드를 받치는, 또 하나의 힘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8월을 ‘아시안 어거스트’라고 칭한다. 아시안 배우들이 주연을 맡고, 미국 내 아시안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들이 8월 잇달아 흥행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불을 지핀 건 8월15일 북미서 개봉한 코미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아시안 배우로 주요 출연진을 꾸린 영화가 개봉 이후 3주째 박스오피스 정상 자리를 지키면서 사회적 관심사로까지 떠올랐다. 할리우드에서 주요 배우를 아시안으로 채운 작품이 등장한 건 25년만이다.

뒤이어 동참한 영화가 바로 ‘서치’. 주인공 존 조를 포함해 주요인물을 한국계 배우가 맡았다. 영화는 사라진 딸을 찾는 아버지가 노트북과 휴대전화 메시지, SNS를 통해 딸의 흔적을 추적하는 내용. 기발한 아이디어로 주목받지만, 국내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 건 한국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와 이를 완성한 배우들로 향한다.

영화 ‘서치’의 한 장면. 사진제공|소니픽처스코리아


● ‘서치’ 돌풍의 주역…한국계 배우 4인

서울에서 태어나 6살에 미국으로 이주한 존 조는 사실 ‘서치’ 이전부터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아시안 배우로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1997년 TV드라마 단역으로 출발해 조연을 거쳐 주연 자리에 오른, 경력 20년의 베테랑이다. 북미 관객이 열광하는 메이저 시리즈 ‘스타트렉’ 리부트에 2009년부터 참여중이란 사실은 그의 ‘위치’를 가늠케 한다.

물론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탄탄대로만 걸은 건 아니다. 여전히 인종차별적인 역할 구분으로 잦은 논란을 빚는 할리우드에서 살아남기까지 존 조가 격은 어려움도 상당했다. 실제로 그는 ‘스타트렉’을 갖고 내한했을 당시 “신인 때는 정형화된 동양인, 특히 중국인이나 일본인 역으로 많은 오디션을 봤다”고 밝혔다.

‘서치’의 또 다른 주연인 딸 마고 역의 미셸 라도 국내 관객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배우. LA에서 수질 관련 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가진 그는 최근 넷플릭스가 제작한 ‘길모어 걸스: 한 해의 스케치’를 통해 차츰 이름을 알리고 있다.

존 조가 20년간 꾸준한 도전 끝에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면, 미셸 라를 비롯해 엄마 역의 사라 손과 삼촌 역의 조셉 리의 경력은 짧은 편이다. ‘서치’와 만난 지금, 운 좋게 ‘아시안 어거스트’ 물결과 맞물려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사라 손과 조셉 리는 미국 활동을 전후로 한국에서 여러 도전을 거듭했다. 사라 손은 가수 가희, 손담비와 2006년 그룹 에스블러쉬로 데뷔한 경력이 있다. 조셉 리는 올해 4월 방송한 KBS 2TV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에 출연, 한국과 미국을 넘나드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계 배우 이기홍(왼쪽)-스티븐 연.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IMDB


● 노력 끝에 정상…이기홍·스티븐 연·산드라 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돌풍과 ‘서치’ 국내 흥행이 맞물리면서 할리우드 혹은 미국 내에서 한국계 배우들의 활동이 새삼 주목받지만, 사실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는 최근 2∼3년간 꾸준히 감지돼 왔다. 할리우드에서도 고집스럽게 한국이름을 쓰는 배우 이기홍, ABC 드라마 ‘워킹데드’ 시리즈로 세계적인 팬덤을 얻은 스티븐 연의 활약은 한국계 배우를 향한 인식을 바꿔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기홍은 10∼20대 타깃의 판타지 시리즈 ‘메이즈 러너’에 주연으로 발탁되면서 국내외에서 화제를 뿌렸다. 한국계 배우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의 주연을 맡은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스티븐 연은 ‘버닝’ ‘옥자’ 등 한국영화로도 익숙하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계 배우로 꼽힌다. ‘워킹데드’ 시리즈에서 영특하고 진중한 한국인 청년 역을 맡은 그는 드라마 성공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주인공으로 평가받는다. 이젠 할리우드에서 단독주연 영화를 내놓는 상황만 봐도 그의 위치가 짐작된다.

넘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장벽을 뛰어넘는 ‘아시안 어거스트’의 도전은 8월을 넘어 9월에도 계속된다. 시선은 이제 19일 LA에서 열리는 에미상 시상식으로 향한다.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에미상은 올해 처음 아시안 배우를 주연상 후보에 올렸다.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가 그 주인공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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