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현장] ‘군산’ 박해일X장률, 세 번째 만나니 좋지 아니한가 (종합)

입력 2018-10-05 17: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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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현장] ‘군산’ 박해일X장률, 세 번째 만나니 좋지 아니한가 (종합)

감독이 믿고 다시 찾는 배우, 배우가 믿고 함께하는 감독이 만났다. 영화 ‘경주’로 처음 만난 후 ‘필름시대사랑’에 이어 ‘군산’으로 재회한 장률 감독과 박해일. 감독과 배우의 이상적인 관계를 그리는 두 사람의 끈끈한 브로맨스는 작품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충만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이하 ‘군산’)가 5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행사에는 ‘군산’을 연출한 장률 감독과 출연 배우 박해일이 참석했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오랜 지인이던 남녀가 갑자기 함께 떠난 군산여행에서 맞닥뜨리는 인물과 소소한 사건들을 통해 남녀 감정의 미묘한 드라마를 세밀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경주’(2013), ‘춘몽’(2016) 등을 통해 지역과 공간을 아우르는 독보적인 시선과 방식을 구축하며 평단은 물론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아온 장률 감독의 11번째 작품이자, 그가 한국에서 만든 6번째 장편영화다.

장률 감독은 “몇 년 전에 특강을 하러 목포에 갔다. 목포의 공간이 정말 인상 깊었다. 일제 강점기 시대 건물도 많이 남아 있고 당시의 정서도 많이 남아 있더라”며 “어떤 인물과 함께 목포에 갈 것인지 생각했는데 박해일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박해일도 ‘좋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둘이서 목포로 갔는데 마음에 드는 민박집을 못 찾았다. 그러다 군산에 갔다. 그곳에도 일제 강점기 시대 건물이 많은데 목포와는 느낌이 달랐다”며 “군산의 공간은 목포보다 좀 더 부드러워보였다. 그렇다면 남녀가 같이 가서 연애하고 싶은 공간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 군산의 분위기가 영화를 바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해일은 목포부터 함께했고 문소리 등 다른 배우들은 군산부터 함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해일은 “‘경주’에 이어 다시 ‘군산’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게 돼 기쁘다. ‘경주’ 때도 마찬가지지만 장률 감독님과의 작업은 ‘어떤 이야기를 하실까’가 첫 번째는 아니다. 시간이 될 때마다 자주 만나서 감독님이 무슨 이야기를 하실지 많이 지켜보곤 했다”며 “그러다 감독님 따라서 함께 목포에 다녀왔다. ‘목포에서 한 작품을 만들어 봐야 겠다’고 하시 길래 또 한 지역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겠구나 싶더라. 군산으로 옮겼는데 감독님에게 잘 어울리는 이야기가 나오겠구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경주’(2013), ‘필름시대사랑’(2015)에 이어 이번 작품에도 함께한 장률 감독과 박해일. 왜 장률 감독은 많고 많은 훌륭한 배우 가운데 가장 먼저 박해일을 떠올렸을까.

장률 감독은 “한국에 몇 년 있으면서 제일 많이 만난 사람이어서”라며 “박해일과 자주 만나서 술을 마신다. 친구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농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박해일은 젠틀하다. 그런데 ‘젠틀한 사람’의 속마음을 더 모른다. 궁금증이 생기더라. 궁금증이 없으면 사람 관계에 재미가 없다”며 “연기 잘하는 배우는 많다. 그런데 어떤 배우들은 연기를 잘하는 방향이 하나다. 그런데 박해일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 방향이 많다. 그래서 그의 연기가 좋다”고 박해일의 매력을 꼽았다.

박해일도 장률 감독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박해일은 “장률 감독은 섬세한 감정을 가진 배우들을 보듬어주는 능력이 탁월한 감독이자 사람”이라며 “장률 감독님과 5년 정도를 함께하면서 세 작품을 찍었다. 처음에는 감독님과 내가 섞일 부분이 많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리를 가지면 가질수록 서로 호기심이 커졌고 관심으로 발전했다. 감독님은 그 관심을 캐릭터와 작품의 이야기로 녹여내더라”고 언급했다.

박해일은 이어 “장률 감독의 작품을 한 번도 해석하려고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감독님께 맡기고 감독님의 이야기를 잘 귀 기울이려고 했다. 그때 그 공간을 잘 느껴서 감정을 나오는 대로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작업해왔다. 그건 신뢰가 없으면 나오기 힘든 것 같다. 배우 입장에서 신선하고 즐거운 작업”이라고도 말했다.

더불어 그는 “장률 감독님의 상상력은 감이 안 잡힐 정도로 무한하다. 동네 사람처럼 친근하기도 하지만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부분이 매력적이다. 작품 또한 그런 것 같다”며 “앞으로도 지역명을 쓰면서 영화를 찍어나가실 것 같다. 전국 팔도 여행을 하면서 모든 국내 배우와 다 만나서 작업하시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장률 감독은 박해일과의 네 번째 작업을 꿈꿨다. 그는 “세상을 바라볼수록 세상을 모르겠다. 내가 모르는 그 ‘세상’을 누가 제일 잘 표현하겠는가 생각해보면 박해일이 떠오른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더불어 “박해일은 평소에도 시인 같은 면이 있다. 시인들이 좀 이상하지 않나”라고 농담하면서 “박해일은 본인만이 가진 리듬이 있다. 그의 그런 면에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계속 박해일이 떠오른다. 같이 팔도강산에 다니면서 작품을 더 찍어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다시 러브콜을 보냈다.

해운대(부산)|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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