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②] 추상미 감독 “천편일률적 캐릭터…소모되는 느낌에 힘들어”

입력 2018-10-31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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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②] 추상미 감독 “천편일률적 캐릭터…소모되는 느낌에 힘들었다”

배우에서 연출자로 전향한 추상미 감독이 영화감독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추상미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첫 장편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인터뷰 도중 자신의 인생에 찾아온 큰 전환점을 돌아봤다. 그는 “어릴 때 아버지의 무대를 동경했고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배우가 됐다”고 말했다.

추상미의 아버지 故 추송웅은 한국 연극계의 한 획을 그은 대표 배우. 희극배우로서 명성을 쌓았으며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을 발표해 관중 신기록을 세우며 모노드라마 붐을 일으켰다. 추상미의 두 오빠도 연극을 통해 데뷔해 배우와 연출가, 제작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추상미는 “영화까지는 괜찮았는데 드라마를 많이 하게 되면서 ‘소모적인 상품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에서는 어떤 역할을 잘 해냈을 때 이에 대한 존중이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잘 해내면 계속 똑같은 역할을 주더라”며 “막장 드라마도 한 번 했는데 더 이상 못하겠더라. 힘들었다. 미련도 없이 쉬어야겠다 싶었다”고 고백했다.

배우로서 추상미의 마지막 드라마는 ‘시티홀’(2009). 벌써 9년 전이다. 자발적 공백기를 통해 추상미는 남편과 2세를 준비했고, 4년 동안 실패를 겼었다. 유산의 충격을 잊고자 선택한 건 공부였다. 추상미는 “빨리 잊을 수 있는 길은 공부라는 생각에 대학원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단편 영화 ‘분장실’과 ‘영향 아래의 여자’를 연출한 후 장편을 준비하던 차에 아이를 임신했다.

뜻밖의 산후우울증은 다시 추상미를 연출로 돌아오게 했다. 아이를 향한 애착은 다른 아이들을 향한 관심으로 뻗어 나갔고 이는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연출하는 계기가 됐다.

추상미는 “연기와 연출의 본질은 같은 것 같다. 캐릭터를 위한 노력은 비슷한데 감독은 좀 더 다양하고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배우로 살 때는 고립되고 세상과 분리된 채 살았다. 내면에만 치중했다.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괜한 벽이 생기더라. 감독이 되니까 세상과의 소통에 관심이 커졌다. 사회적 이슈에도 민감해졌다”며 “개인적으로는 엄마가 된 후 따뜻한 시선이 생겼다.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겪었다”고 말했다.



추상미는 연출에 대한 만족도를 드러내면서 당분간 연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큐멘터리 ‘폴란드로 간 아이들’ 보다 먼저 계획했던 극영화 ‘그루터기’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한다. 그는 아네스 자우이 감독을 롤모델로 꼽으며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제가 배우로 활동할 때는 남자 감독님들이 많아서 캐릭터도 남자들의 프레임으로 보는 여자가 많았어요. 천편일률적이고 피상적이었죠. 저는 현실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너무 리얼해서 캐스팅 안 되는 역할은 제가 맡는 거죠. 주인공은 오그라들어서 안 할 것 같고요. 아네스 자우이 감독은 본인의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하는데 그게 멋있어 보였어요. 저도 그렇게 해보고 싶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커넥트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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