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오하늬 “아이돌 연습생→배우 선회? 연기는 혼나도 재밌어”
드라마나 영화 속 주연의 가장 큰 덕목은 역시 어느 장면에서나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 존재감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이건, 혹은 신들린 연기력이건 시청자들에게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주연은 그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한 셈이다.
이와 달리 조연의 덕목은 낄 때 끼고 빠질 때는 빠질 줄 아는 유연함이다.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애영 역을 맡았던 배우 오하늬는 극중 중전 소운(이세영)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는 친구 같은 궁녀로 등장해 극의 재미를 더하는 유연함을 발휘했다.
Q. ‘왕이 된 남자’가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크게 흥행했다. 배우 오하늬에겐 어떤 작품이었나.
A. 일단 내게 공부가 많이 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과 소통을 정말 많이 했는데 좋은 조언들을 들었다. 그리고 주변 친구들로부터 애영의 쪽진 머리나 한복이 잘 어울린다는 말도 들었다. 어떤 친구는 내가 한복 입은 모습을 보고 ‘착붙’이라고 하더라.
Q. 오하늬의 첫 사극이다. 아무래도 대사에 나오는 단어들이나 톤이 달라서 고생을 했을 것 같은데. 그리고 한 겨울에 촬영이 진행되지 않았나.
A. 처음 오디션을 볼 때는 사극 대사에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촬영이 시작되고 대사가 길어지면서 조금씩 어려운 부분이 생겼다. 다행히 애영 캐릭터가 권위가 필요한 직책이 아니어서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그리고 추위에 대한 부분은 한복 치마가 펑퍼짐 하니까 바지를 네 겹으로 입어가며 촬영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붙이는 핫팩, 충전식 발열조끼, 깔창까지 활용한 덕에 잘 견딜 수 있었다.
Q. 극중에서 가장 자주 호흡을 맞춘 것이 소운 역의 이세영이었다. 굉장히 친해졌을 것 같다.
A. 첫 촬영이 시작되기 전까지 중전인 소운과 애영이 어떻게 각별한 사이가 됐는지에 대한 상상을 많이 했다. 궁에 들어와서는 마마라고 부르지만 그 이전에는 아씨라고 불렀을 텐데 신분의 차이만 아니면 두 사람은 언니-동생 같은 사이였을 것이라고 설정하고 연기했다. (이)세영이와는 매일 붙어 다닌 거나 다름없어서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작품 경험이 훨씬 많아서 날 많이 도와줬다. 촬영장에 또래 친구가 둘 밖에 없어서 서로 장난도 많이 쳤고 대화를 특히 많이 나눴다.
Q. 곁에서 본 이세영의 연기는 어땠나. 그리고 오하늬의 연기 스타일은 무엇인지?
A. 내가 본 이세영은 왜 연기를 이렇게 오래 할 수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세영은 정말 모범생 같은 친구다. 늘 펜을 들고 대본에 뭔가를 적어가며 끊임없이 공부했다. 괜히 오래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 역시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는 캐릭터의 지난 역사들도 상상하고 분석도 많이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최대한 본능적으로 연기하려고 한다. 아무리 열심히 분석하고 예상해도 현장에서 상황이 바뀌는 경우가 생기더라. 열심히 분석하되 현장에서는 최대한 잊으려고 한다.
Q. 배우가 되기 전 잠깐 아이돌 데뷔도 준비 했었다고 들었다. 연기로 방향을 튼 이유는?
A. 아이돌 준비를 한 것도 연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그 때 3개월 안에 데뷔를 시켜준다는 말에 가족들과 상의를 거쳐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춤과 노래는 배우는 과정에서 혼이 나면 자신감도 사라지고 주눅이 들었다. 대신에 연기는 혼나게 되도 괜히 이걸 극복할 수 있을 것 같고 시간이 흐르면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웃음)
Q. 배우가 되고 난 후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소위 평범한 역할은 없는 것 같다. 하나 같이 개성적인 역할들이다.
A. 생각해 보면 그동안 마냥 예쁘고 여리여리한 캐릭터는 많이 안 했다. 오히려 속내를 감추는 이중적인 캐릭터도 많이 연기했다. 내 스스로는 내가 마냥 밝아 보이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보이기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신기하다. 배우로서는 좋은 일이다.
Q. 마지막으로 오하늬 스스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에 대해 말해달라.
A. 일단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무기는 남다른 감수성이다. 배우로서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감수성이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수더분한 역과 얌체 같은 역 모두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 올해에는 다양한 활동으로 나의 감수성과 넒은 연기 폭을 보여드리고 싶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