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야구소녀’ 이주영 “장점=버티는 힘, 유명해져 독립영화에 보탬 되고파”

입력 2019-10-05 17: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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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야구소녀’ 이주영 “장점=버티는 힘, 유명해져 독립영화에 보탬 되고파”

영화 ‘메기’로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이주영이 올해에는 ‘야구소녀’로 부산을 다시 방문했다. 독립영화계에선 이미 스타인 그에게 소위 말하는 주류(메인스트림, 상업영화)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주영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진행된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상업영화, 상업드라마로 불리는 것에서 주인공을 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바쁘면 좋고, 분량이 많으면 또 좋으니까”라고 답했다.

“저는 2011년부터 한 계단씩 오르고 있거든요. 한 번도 세 계단씩 뛴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정말 힘들게 한발 한발 왔죠. ‘메기’에서도 주인공으로 출연할지 몰랐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메인 스트림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제가 주인공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시기를 규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죠. 흘러가듯이 하다 보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영화 ‘야구소녀’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여고생 야구 선수가 금녀의 벽을 넘어 프로야구 진출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좌절하면서도 꿈을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는 청춘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린 청춘 영화다. 이주영은 시속 130Km 강속구를 던지는 천재 야구소녀 주수인 역으로 극을 이끈다.

영화에서 ‘130’이라는 숫자는 여자선수로선 대단하지만, 남자선수들과 비교해 프로가 되기에는 부족한 한계점을 의미한다. 이주영은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이에 비유,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유명한 배우가 된다면, 독립영화계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각오했다.

“독립영화와 저는 잠깐 헤어질 수는 있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예요. 유명한 배우가 돼 독립영화계에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제가 걸어온 길에 대한 최대한의 보답이라고 생각하죠. ‘메기’에 문소리가 출연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에요. 선배님도 작품에 매료돼 출연하셨겠지만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예요. 제 입장에서 문소리의 출연은 ‘메기’ 이옥섭 감독의 시작을 응원하는 애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평가 받는 일이 필연적인 직업이기에 누군가에 의해 미래가 단정 지어진 적도 많다. 고등부 야구단 홍일점 주수인처럼. 그는 “배우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평가 받는 직업 아닌가.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직업이다”라며 “동시에 그런 평가에 흔들리기 쉬운 직업이기도 하다”라고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고백했다.

“셀 수 없이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그 상처가 나를 단단하게 했다’는 말을 하진 않을 거예요. 아프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상처받을 것이고요. 다만, 저 스스로를 지키면서 일을 하고자 하죠. 어떻게 하면 나를 지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받은 상처를 상쇄해 나가요. 불과 1~2년 전에 나름의 성취가 있던 시기였는데도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부터 굉장히 혼란스러운 감정 상태를 겪었죠. 나에 대해 알아보겠다면서 취미 활동을 해보기도 했고요. 그냥.. 어떤 계기 없이 자연스럽게 치유됐어요. 당시 느낀 점은 저는 언제라도 또 바스러질 수 있다는 것.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나는 또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죠.”


경험한 취미 생활 중에는 애니어그램(Enneagram)이 있다. 성격 분석의 일종이자 나를 알아가는 방법이기도 한데, 쉽게 말해 ‘너는 원래 이렇게 태어난 사람이니까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어. 그러니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단다’를 알려주는 작업이다. 이주영은 “나 자체를 받아들이는 작업을 하는 것인데 정말 재미있다”며 "학창 시절, 나는 그 흔한 장래희망조차 써내지 못했을 정도로 되고 싶은 게 없었다. 자연스럽게 연기를 공부하면서 열등감을 느꼈고 극복하려고 아등바등해 본 적도 있다“고 속앓이 경험을 상기하기도 했다.



“20세 때까지 장래희망 하나 없는 딸을 보는 부모님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불효예요.(웃음) 다행히 연기자의 길을 가고자 했을 때 반대하지 않으셨죠. 응원해주셨고 부모님의 믿음 덕분에 저도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힘을 얻었어요. 그나마 몸 쓰는 것에 자신이 있어서 입시 체육을 공부했었고 논술 100% 전형으로 체육을 전공하게 됐었죠. 이후 우연히 연극을 보게 됐는데 신기하더라고요. 연극영화학과로 전과를 했죠. 연기적으로 최적화된 신체조건, 애티듀드를 가진 친구들이 모여있는 곳이여고 저는 열등감을 많이 느꼈었어요. 더 배우려고 극단에도 들어가보고 단편, 독립영화를 계속 찍었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장편영화에까지 출연하게 된 것이에요. 돌이켜보면 모든 것에는 다 수순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야구소녀’ 주수인은 너클볼(투수가 던지는 변화구의 하나로 궤도를 예측할 수 없다고 일컫는 구질)을 자신의 주무기로 한다. 회전력이 좋은 장점을 부각시켜 느린 구속을 보완한 것. 촬영을 위해 야구를 배우면서 주수인을 체화하려고 한 이주영은 “수인이 덕에 나의 장점까지 돌아보게 됐다”며 다짐을 나타냈다.

“‘단단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고 제3자 입장에서 제가 그렇게 보이나 봐요. 솔직히 저는 단단한 척 하고 싶어하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척을 하니까 실제로 단단해질 수 있는 힘을 얻게 됐어요. 그래서 저의 장점은 버텨낼 수 있는 힘! 이 바닥에서는 ‘버티면 언젠가는 풀린다’라는 말이 있던데요?”

부산|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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