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②] ‘82년생 김지영’ 공유 “결혼 주저하게 돼, 부모님도 반포기”

입력 2019-10-23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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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②] ‘82년생 김지영’ 공유 “결혼 주저하게 돼, 부모님도 반포기”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출연한 배우 공유에게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사는 것도 힘들죠?’라고 물었다.

공유는 “당연히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다. 오히려 영화에서 다뤄져 다행이었고 나는 이 영화를 남녀가 아닌, 가족이라는 키워드에서부터 출발했다”고 영화를 둘러싼 선입견을 언급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할 일이 없겠네’ 인터넷에서 우연히 봤는데 명언이에요.(웃음) 저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해도 걱정되지 않습니다. 다양한 관점은 존재할 수 있으나, 일방적인 비난이 안타까울 뿐이죠. 김지영을 따라가 보니 주변 인물들이 보였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들이더라고요. 현실처럼 느껴졌어요. 영화를 찍기 전과 찍은 후,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본질은 그대로에요.”


공유는 영화에 등장하는 아버지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 얼굴을 떠올렸고, 막내아들(김성철 분) 캐릭터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저도 집에서 막내아들이거든요.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온전히 제 관점이에요. 누나 말은 나중에 들어봐야해요.(웃음) 영화 속 막내아들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는데, 포지션 자체가 실제 저희 집하고 비슷했거든요. 부모님이 ‘네가 누나니까 동생한테 양보해’라는 말을 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아버지한테는 누나보다 제가 더 많이 맞고 자랐어요. 남자애들이 머리 커지면 누나한테 대들기도 하거든요. 누나한테 함부로 한다고 아버지에게 엄청 맞았었죠.”

미혼이지만, 현실 남편 대현 캐릭터를 대할 때 편안했다. 공유는 “내 나이대에 맞는 역할이다 보니 편안하고 재미있었다.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임했다”며 “대현이 불편하게 느껴졌거나 대현에게 공감하지 못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역할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소설보다 더 입체적이고 다정해졌다’는 말을 들었는데, 저는 철저하게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을 결심한 것이고 소설은 저에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대현 캐릭터에 충실하려고만 했죠. 결과론적이지만, 대현과 제가 비슷한 사람처럼 보였거든요. 적당히 상냥하지만 무난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다정한 대현을 두고 비현실적이라는 반응도 있던데, 대현 같이 심정 착한 남자 많아요. 공유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호감도 때문에 대현이 호감 있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제 주변에도 대현 같은 사람 많죠. 충분히 현실적인 인물입니다.”


영화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공유는 ‘79년생 공지철’이다. 때 되면 결혼하고 때 되면 아이 낳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 공유는 “20년 정도 사회생활을 하고 독립된 성인으로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비혼주의는 아니지만 결혼은 의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부모님도 이제는 반포기 상태다”라고 공유가 아닌 공지철로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저 역시 30대 중반에 주변에서 쏟아내는 결혼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면서 저만의 결혼관, 육아관을 만들어가게 됐죠. 갈수록 결혼도 출산도 육아도 대단할 일이라고 느껴져요. 점점 주저하게 되고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겁이 많아졌나봐요. 부모님도 한동안 ‘결혼 언제 할래’ 말씀을 많이 하시다가 이제는 포기하셨나봐요. 그 문제로 하도 싸우니까요. 논리적으로 ‘나는 부모님과 다른 세대 사람이니 양보해 달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부모님 잔소리에 대응하는 저만의 비결입니다. (웃음)”


끝으로 “나의 좋은 에너지를 담은 작품이다. 김지영을 이해하지 못하고, 김지영에게 공감하지 못했으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진짜 용기라고 생각한다. 이상적이지만 나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 중이고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공지철로서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82년생 김지영’은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 분)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3일 개봉.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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