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 1주일만에 10억 꿀꺽…실체 없는 ‘검은손 유혹’

입력 2019-11-28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그룹 블락비의 박경. 동아닷컴DB

■ 박경 ‘음원 사재기’ 폭로로 가요계 술렁…본격 공론화 되나

가요계 공공연한 비밀 된 사재기
구체적 물증 없어 밝히는데 한계
“시장 교란…강력한 법제화 필요”
유통 시스템 전반적 개혁 요구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일까.

의혹만 무성하고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던 ‘음원 사재기’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음원 사재기는 잊을 만하면 떠오르는 이슈이지만, 최근 그룹 블락비의 멤버 박경이 동료 가수 6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나도 음원 사재기 좀 하고 싶다”고 밝힌 글이 파장을 일으키면서 가요계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매니지먼트연합 등 음악산업 관련 단체들도 음원 사재기 의혹에 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가요계 안팎에서는 현재 상황을 계기로 음원 사재기의 실태를 파악해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 의혹에 의혹만…

사실 그동안 음원 사재기는 가요계 내부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통했다. 소문만 무성했다. 하지만 그 실태가 제대로 밝혀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

2013년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스타제국 등이 ‘사재기 브로커’를 디지털 음원 사용 횟수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해당 브로커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가수 이승환도 2015년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브로커가 순위를 올려주겠다며 억대의 금액을 요구했다”고 말하며 음원 사재기 시도 의혹을 폭로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사재기는 말 그대로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듣기)을 부당하게 이용(구입)해 조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특정 노래를 매크로 프로그램 등 비정상인 방법으로 스트리밍하면 그 횟수만큼 음원 차트에서 순위가 올라간다. 음원 사이트의 차트 1∼10위에 오른 곡은 좀처럼 순위 변화가 없어 같은 순위가 일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적게는 1억 원, 많게는 1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도 있어 이 같은 수법이 유혹의 손길을 뻗을 위험이 크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또 이전에는 이름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가수들이 차트 순위 상승을 통해 한번에 유명세를 얻으면서 관련 의혹에 휩싸이기도 한다. 지난해 봄 무명가수 닐로가 그 몇 달 전 발표한 음원으로 갑자기 차트 역주행해 장기간 1위를 차지하면서 사재기 의혹의 시선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 의혹 해소 등 대책 방안은?

닐로는 “순위에 오른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의혹을 풀어 달라”며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에 진정서를 냈지만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사재기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이처럼 지금까지 음원 사재기가 적발된 적도 없지만 관련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도 구체적인 물증이 없기 때문이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27일 “음원 사재기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다는 말은 많지만, 증거도 나오지 않았고 실체가 드러난 적이 없다”면서 “건전한 음악시장을 교란시키는 심각한 행위라 이를 파악해 근절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명확한 근거도 없이 무작정 의혹만으로 실태를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순위가 오르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재기 의혹을 제기한다면 가수들끼리 싸우자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대중의 신뢰를 모두 잃게 된다”며 “관련 부처에서 사재기와 관련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건전한 음악 유통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