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되고 또 전설이 되었네”…악뮤, 서사시 콘서트 ‘항해’

입력 2019-12-16 19: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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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되고 또 전설이 되었네”…악뮤, 서사시 콘서트 ‘항해’

'AKMU는 예술이 되고 또 전설이 되었네.' AKMU의 콘서트 현장을 찾은 팬들의 손에는 이러한 플래카드가 들려있었다.

AKMU(악동뮤지션)의 콘서트를 2년여 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공백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은 AKMU는 우리네 희로애락이 담긴 노래와 '힘 있는 서정'으로 관객들의 오감을 만족시켰다.

AKMU는 14일과 15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콘서트(‘AKMU [항해] TOUR IN 서울’)를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양일 전 좌석이 매진된 결과 시야제한석까지 오픈됐다.

뜨거웠던 예매 열기만큼 오랜만에 관객들 앞에 선 AKMU는 완성도 높은 무대로 긴 기다림의 아쉬움을 단번에 씻어냈다. 정규 3집 ‘항해’를 기점으로 악동뮤지션에서 AKMU로 팀명을 바꾼 이들의 변화와 성장이 고스란히 담긴 공연은 한 편의 서사시로 쓰여졌다.

◇ AKMU와 항해…명곡의 바다에 '풍덩'

콘서트는 AKMU가 자신들의 항해에 관객들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승무원으로 분한 이들은 '꿈의 항해 안내서'라는 제목의 브리지 영상을 통해 관객들을 음악의 바다에 초대했다. ‘항해’라는 공연 타이틀에 걸맞은 콘셉트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물 만난 물고기'로 포문을 연 콘서트는 AKMU의 정식 데뷔 전부터 현재까지 쏟아졌던 명곡들이 총망라된 현장이었다. 여기에 밴드, 브라스, 스트링 등 국내 정상급 세션 구성은 AKMU의 음악을 더욱 생생히 구현했다. '다리꼬지마', 'RE-BYE', '사소한 것에서'는 빅 밴드 재즈 편곡까지 더해져 한층 풍성해진 음악 세계를 표현했다.

타이틀곡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무대는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이찬혁의 입대로 2년여 만에 활동을 재개한 AKMU는 이 곡으로 공백기를 뛰어넘는 큰 사랑을 올해 받았다.

발매 8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을 유지하며 롱런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는 올해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일간차트 1위 최장 기록(누적 30회, 12월 16일 기준)까지 세웠다.

2019년 대표곡으로 꼽히기에 부족함 없는 만큼 관객들의 반응도 컸다. 곡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지는 박수 세례에서 곡의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이 전해졌다.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공연장 안을 가득 울렸다. 앞서 떼창가이드로 관객들의 참여를 독려했던 AKMU는 관객들의 떼창에 감격했다. 공연 중후반부인 'FREEDOM' 무대부터는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일제히 '떼창'을 하며 장내의 온도를 올렸다.

◇ 솔로무대부터 미발표곡 최초 공개

콘서트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솔로 무대는 이찬혁 이수현 각자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개인 무대는 당장 솔로로 나서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AKMU는 함께일 때도, 혼자일 때도 무대를 빈틈없이 채웠다.

이수현은 애니메이션 위주의 영화 OST 메들리를 선보여 관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인도했다.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수현의 드레스 자태는 곡의 분위기를 돋웠다.

그는 영화 '피노키오' OST 'When you wish upon a star'부터 '알라딘' OST 'Speechless'에 이르기까지 변화무쌍한 보컬을 뽐냈다. 짧은 시간 동안 각 영화의 명장면을 바로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몰입도를 끌어올리며 감탄을 자아냈다.

이찬혁은 콜드플레이 'Fix You'를 선곡해 열광적인 무대를 꾸몄다. 레드 재킷과 같은 색의 기타를 들고 시선을 잡아끈 그는 기대 그 이상의 무대를 선사했다. 현란한 기타 연주와 몽환적이면서도 폭발력 있는 음색으로 곡을 완벽히 소화했다.

이찬혁은 솔로 무대와 함께 미발표곡을 깜짝 공개하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전달했다. '사랑상실증'이라는 미발표곡은 이번 공연에서 최초 공개됐다. AKMU만의 색이 가득한 이 곡은 또 하나의 히트곡 등장을 예고했다. 예상치 못한 무대에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곡을 음미했다.


◇ ‘국민 남매’ 호흡…2년여만 콘서트에 ‘감동’

티격태격하지만 서로를 향한 신뢰와 애정이 묻어나는 대화들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AKMU만이 보여줄 수 있는 남매 듀오 케미는 평화의전당을 한층 훈훈하게 달궜다.

오랜만에 열린 콘서트인 만큼 소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찬혁은 “저한테 있어서 가까운 꿈이 콘서트였다. 3집 앨범이 콘서트를 해야 끝났다고 생각해서 너무 중요한 부분이었다”라며 이번 투어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그는 팬과 끈끈한 관계를 꽈배기라는 독특한 단어로 표현해 분위기를 띄웠다.

이수현은 “저희 안에서는 끊임없이 음악을 해왔지만 음악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결핍이 있었다”라면서 “그때 제게 중요한 게 뭔지 보이더라. 첫 번째 순위가 콘서트였다. 가장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오랫동안 여러분들 앞에서 노래하고 싶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노래하겠다”고 말했다.

팬들 역시 AKMU를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항해, 악뮤를 향해'라는 슬로건 이벤트로 감동을 자아낸 것. 첫 앙코르곡이 끝나자 일제히 펼쳐든 슬로건은 AKMU를 향한 팬들의 진한 애정을 실감하게 했다. 이어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를 떼창으로 선보이며 감동을 더했다.

서울 콘서트로 성공적인 전국투어의 시작을 알린 AKMU는 김해 대구 광주 고양 진주 부산 인천 창원 성남 수원 울산 천안 춘천 전주 청주까지 총 16개 도시 26회 공연으로 전국 팬들을 찾아간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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