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의 기억’ 이승준 감독 “美 제작사 제안에 아카데미 도전”

입력 2020-02-1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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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재의 기억’의 연출자 이승준 감독(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재의 기억’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에 관한 영화로, 한국 최초로 제92회 아카데미 단편다큐멘터리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아카데미 단편다큐 부문 후보 오른 ‘부재의 기억’ 기자간담회

“현지 관객들의 슬픔 공감 큰 힘
유가족 레드카펫, 예정 없던 일”

“같이 웃고, 같이 분노하고, 같이 눈물을 흘려요. 누구나 느끼고 공감하는 건 비슷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29분 분량의 영화 ‘부재의 기억’으로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상 단편다큐멘터리상 부문 후보에 오른 이승준 감독은 “시상식 전 뉴욕과 LA 상영회에서 얻은 반응은 뜨거웠다”고 돌이켰다. “분노할 부분에 정확히 분노하는 현지 관객은 국가가 ‘부재한’ 사건은 ‘어느 나라에나 있었다’면서 공감해줬다”고도 말했다.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최초로 세계 영화시장의 심장인 할리우드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부재의 기억’은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더불어 한국영화의 가능성과 저력을 증명했다.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뉴욕타임스, 가디언, 인디와이어 등 외신의 호평도 받았다.

아카데미상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이승준 감독은 1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에 (세월호를)알리겠다고 유가족과 나눈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라며 “세월호를 얘기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승준 감독이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단편다큐멘터리 부문 노미네이트 영화 ‘부재의 기억‘ 그 못다 한 이야기 귀국 보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아카데미 출품, 미국 제작사의 제안”

‘부재의 기억’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의 영상과 전화통화 기록을 통해 ‘국가의 부재’ 상황에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이승준 감독은 2016년 미국의 제작사 필드오브비전과 손잡고 작업에 착수했다. 자체 촬영 분량과 세월호 참사 자료를 축적한 416기록단의 방대한 자료를 종합해 작품을 완성했다. 편집본을 확인한 미국 제작사가 ‘아카데미에 출품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제안했고, 1년여 편집을 거쳐 성과를 거뒀다.

이 감독을 비롯한 ‘부재의 기억’ 팀은 10일(한국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서도 인상 깊은 장면을 연출했다. 감병석 프로듀서와 세월호 유가족인 단원고 학생의 두 어머니인 오현주·김미나 씨가 희생 학생들의 이름표를 목에 걸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미나 씨는 “레드카펫은 예정에 없던 일”이라며 “감독과 프로듀서의 아내들이 자리를 양보했다. 미처 옷도 준비하지 못한 우리에게 교민들이 큰 도움을 줬다”며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 “영진위 등 지원 없이 불가능”

아카데미상 후보 출품 자격은 LA지역 극장에서 7일 이상 상영한 영화에 한해 주어진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단편다큐멘터리인 ‘부재의 기억’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수상하면 자동으로 아카데미상 예비후보 자격이 주어지는 영화제를 공략했다. 2018년 뉴욕 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을 받아 예비후보가 됐고, 작품성을 인정받아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이승준 감독은 세계무대로 향하는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해 “희망적이다”고 말했다. 다만 아카데미상 등 성과를 이어가려면 단일 제작사나 창작자 개인의 힘으로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부재의 기억’은 미국 제작 파트너가 있어 가능했다”며 “다큐멘터리나 애니메이션처럼 극영화와 다른 장르까지 영화진흥위원회 같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또 다른 가능성도 열릴 것 같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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