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조정석 “‘슬의생’ 이익준은 사기 캐릭터…긍정 마인드 비슷”
tvN 2020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청자들에게 분명히 많은 아쉬움을 남긴 드라마였다. 퀄리티나 재미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기자기한 캐릭터들과 이야기들을 가진 채로 매주 한 편씩만 방송되는 것도 모자라 시즌제로 편성돼 이들의 이야기가 다 전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정석이 연기한 극중 간담췌외과 이익준 교수의 활약은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그는 시종일관 유쾌한 모습으로 극의 중심을 잡았으며, 그 와중에 채송화(전미도)와의 러브라인에도 충실했다. 덤으로 안정원(유연석)과 장겨울(신현빈)의 러브라인에도 관여했다. 극중 이익준 캐릭터처럼 자타공인 ‘오지라퍼’가 되어 극에서 활약한 것이다.
Q.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같은 인기를 예상했는지?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너무나도 슬기로운 제작진분들과, 감독님, 작가님, 배우 등 함께하는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촬영을 했었다.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드라마에 함께 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인 것 같다.
평범하지만 힘이 있는, 사람들의 삶을 그린 작품인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나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기대감도 컸다. 시작 전부터 많은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분들도 재미있게 봐주시지 않을까’라는 기대는 어느 정도 했던 것 같다.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 속에 담긴 따뜻함과 감동, 유머 이런 것들이 가진 강력한 힘, 이게 우리 드라마가 사랑받을 수 있던 원동력인 것 같다.
Q.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와 첫 작업이다. 대본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던데?
처음 제안을 받고 엔도르핀이 확 돌 정도로 기뻤던 기억이 난다. 출연을 결정한 계기는 아무래도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님과 함께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가장 컸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캐스팅 단계에서 내가 가장 먼저 캐스팅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나는 상대 배우 혹은 대본 내용을 알지 못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출연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오직 감독님과 작가님을 향한 믿음이었다.
Q.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첫 의학 드라마에 도전했다. 첫 의사 연기는 어땠나. 그리고 의사 연기를 위해 무엇을 준비했나.
의사 역할을 준비하면서 병원을 찾아 외래진료를 보시는 교수님들의 모습을 보며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간이식 수술에 직접 참관을 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이 촬영을 하면서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특히 제가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의사라는 역할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이익준을 어떤 의사로 표현해야 할까’였던 것 같다. 나는 이익준이라는 의사가 사람 냄새가 많이 나는 의사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들을 많이 고민했다.
Q. 극중 이익준은 실력도 완벽하고 유쾌한 ‘핵인싸’로 나온다. 본인과의 공통점은?
이익준 캐릭터와 공통적인 부분은 긍정적인 마인드와 낙관적인 성격, 그리고 뒤 끝이 없다는 점이 비슷한 것 같다. 그러나 ‘이익준’은 너무 다 잘하는 사기 캐릭터인 것 같다. 나는 이익준처럼 모든 걸 다 잘하지 않는다.
Q. 극중 의대 동기로 설정된 99즈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그리고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였는지?
모든 배우와의 호흡이 너무 좋았다.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 간의 호흡이나 현장 분위기가 좋았던 것은 드라마나 메이킹을 통해서도 전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이 질문을 받고 다시 한번 생각해 봤는데 함께한 99즈 배우들은 촬영이 끝나고 나니 더 소중함이 크게 느껴지는 친구들인 것 같다. 다시 생각을 되새길수록 4명의 배우 모두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다 너무너무 재미있고 좋지만 분위기 메이커 한 명을 고르자면 난 정경호인 것 같다. 경호는 스태프와 배우 등 모두를 잘 챙기는 스타일이고 또 촬영 현장과 분위기를 수월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친구다.
Q. 상대역인 ‘채송화’로 배우 전미도를 추천한 것으로 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 그리고 두 사람의 호흡은 어땠는지?
전미도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그리고 ‘채송화’에 너무 잘 맞는 배우이다. 사실 미도와는 촬영 전에는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고 오래전 미도가 출연하는 공연을 한번 본 적 있었다. 그때 미도의 연기가 너무 인상 깊게 남았었는데 감독님이 ‘송화’역 캐스팅에 대해 고민하실 때 갑자기 미도가 딱 떠올라서 추천했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감독님이 미도의 이름을 듣고 놀라시더니 오디션 당시 가장 ‘송화’에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던 배우가 미도라고 하시더라. 그러던 중 내가 미도를 추천했고 모든 상황이 절묘하게 잘 맞았던 것 같다. 또 개인적으로 다섯 명의 주연 중 ‘송화’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미도가 너무 잘 표현해낸 것 같다. 전미도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장점들이 송화 역에 정말 딱 맞았던 것 같다.
Q. 이익준의 코믹한 연기에 어디까지가 대본이고 애드리브인지를 궁금해 하는 반응이 많았다.
대본 98%, 애드리브 2%쯤 될까 싶을 정도로 정말 애드리브는 많지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애드리브는 ‘개구리 왕눈이’와 ‘샴페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샴페인 애드리브는 너무 신기하게도 콜라를 흔들어서 준 것도 아닌데 4~5번을 촬영할 동안 모든 콜라가 다 터졌었다. 사실 연결로 맞추려고 해도 쉽지 않은데 콜라가 다 터져서 그 장면이 가능했다. 절묘하게 잘 맞아서 그때는 순간 ‘혹시 예능 신이 온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기했다.
Q. 배우 조정석에게 있어 이 작품과 이익준 캐릭터는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난 작품을 할 때마다 항상 이 작품에 내가 어떤 역할이고, 내가 나오는 장면에서의 나의 롤과 목적을 분석하고 그걸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마찬가지로 익준이란 인물도 열심히 분석하고 그걸 표현해내기 위해 많이 노력했을 뿐인데 많은 분들이 너무 큰 사랑을 주셨다. 요즘은 조정석보다 익준이로 더 많이 불리는 것 같은데, 그저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익준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 친구에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고 배우 조정석도 익준을 통해 조금 더 성장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익준이를 표현하다 보니 평소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시도들을 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여러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나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진제공=잼 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