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슬의생’ 김준한 “채송화,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사람”“다시 돌아가고 싶다”
수개월 간 안치홍으로 살았던 김준한에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여운은 깊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사와 환자, 병원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시청률 14.1%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극중 의사 친구들 ‘99즈’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는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채송화(전미도 분)를 둘러싼 이익준(조정석 분)과 안치홍(김준한 분)의 묘한 삼각관계는 극의 재미를 더했다.
김준한은 극중 육사 출신 신경외과 레지던트 안치홍 역을 맡았다. 극중 이성적이지만 배려심 가득한 자상한 모습, 송화를 향한 지고지순한 짝사랑에 여성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전작 ‘봄밤’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당시 김준한은 한지민에게 집착하는 ‘구질구질한 남자친구’로 등장했다.
대중들의 달라진 반응에 김준한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들이 많다. 치홍의 성격 때문인 거 같다. ‘봄밤’ 때는 욕먹는 재미가 있었고 이번에는 응원이 힘이 됐다.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깊이 있게 보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또 ‘슬기로운 감빵생활’ 해롱이의 동성 남자친구 송지원 등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굵직한 인상을 남겼던 김준한은 특히 이번 작품에 대한 반응이 남달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확실히 더 많이 알아봐주시는 거 같다. 목소리만 듣고 알아봐주시는 분도 있어서 너무 놀랐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을 하는데 한 팬이 슥 다가와 ‘잘 보고 있습니다’ 하고 갔다. 내 목소리가 특이하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놀랐다”고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안치홍이 이토록 사랑받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준한은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바로 치홍의 ‘헤어스타일’. “치홍의 매력 포인트는 헤어스타일이다. 분장 실장님께서 제안해주셨고, 괜찮을까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 치홍이랑 잘 어울렸다. 그 제안에 감사했다”고 말했다.
수수한 헤어스타일은 치홍을 더욱 차분하고 순해 보이게 만들었다. 덕분에 송화를 향한 짝사랑이 더욱더 순애보처럼 와닿았다. 극중 치홍은 병원 출근 날 만난 송화를 수년간 묵묵히 짝사랑해왔다. 치홍의 마음은 송화에게 남자친구가 생긴다한들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치홍에게도 리듬이 깨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치홍은 송화에게 반말로 인사를 건네는가 하면, 다같이 모인 술자리에서 익준에게 “송화를 여자로 느낀 적이 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기도 한다.
김준한은 이러한 치홍의 변화를 익준에게서 찾았다. “치홍이 평소라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텐데 익준이라는 존재 때문에 쫓기듯이 그렇게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그게 옳은 선택이든 아니든 그런 맘에서 쫓기다 보면 생각이 짧아질 수 있고 선을 넘을 때도 있다. 모든 고백이 아름답게 전해지면 좋겠지만 사실은 서툰 경우가 많다”며 “송화도 알았을 거 같다. 이 친구가 서툴게 다가왔다는 걸. 그래서 짠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해당 장면은 치홍의 매력이 가장 극대화된 장면이라는 평을 받는다. 반면 평소 이성적이고 배려심 넘치는 치홍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준한은 시청자 반응이 이렇게 갈릴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양쪽 의견이 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재밌고 의미 있지 않았나 싶다. 좋았다는 분들은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용기를 내보는 선택을 응원해주시는 거 같고, 아닌 분들은 송화의 입장을 헤아려 주는 거 같다”며 “각자의 입장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송화를 둘러싼 익준과 치홍의 신경전 관전, 송화의 선택을 추측하는 일은 ‘슬의생’ 시청의 가장 큰 묘미가 아니었을까? 시청자들은 20년 지기 ‘인싸’ 절친 익준과 묵묵하지만 자상한 후배 치홍 사이에서 크게 갈등했고, ‘익송파’와 ‘치송파’로 나뉘어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김준한에게 ‘익송파’와 ‘치송파’ 중 어느 쪽을 응원했냐고 묻자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치송’을 응원하지 않으면 연기할 수 없을 거 같다”며 “익준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다. 하지만 전 치홍이를 대변하는 입장에서 치홍이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며 웃어보였다. 이어 “조정석은 캐릭터를 대본 이상으로 만드는 배우기 때문에 익준의 매력이 엄청났다. 하지만 내가 화력이 딸리기 때문에 ‘치송파’를 (선택해야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준한은 “내가 치홍의 상황이라면, 소심해서 송화에게 고백을 못할 거 같다. 치홍이는 오히려 용기 있는 사람인 거 같고 나는 용기가 없다. 그 점은 치홍에게 배워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상형을 묻자 김준한은 “송화 선생님이 너무 좋다. 사랑에 빠진 역할인데 연기하기가 너무 수월했다. 송화는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미도 누나 자체도 사랑스럽다. 귀엽고 착하니까 연기하기에도 좋았다. 너무 좋은 상대이자 배우였다”고 대답했다.
김준한에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안치홍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나게 해준 소중한 작품이다. “뻔하지만 행복하게 기억될 시간인 거 같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도 많은 사랑을 주고받았고, 시청자 분들께도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보람됐다. 오래 기억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힘이 되지 않을까”라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