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2일 방송된 ‘서울촌놈’ 시청률은 평균 3.2%, 최고 3.7%를 기록했다. 2049 시청률 역시 평균 2.2%, 최고 2.6%를 기록하면서 순조로운 첫 출발을 시작했다.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이날 방송에는 각자 ‘1박 2일’을 통해 다져진 예능감을 보유한 차태현과 이승기가 장혁, 이시언, 쌈디 등 부산 토박이들과 만나 부산 곳곳을 둘러봤다.
먼저 장혁은 부산을 떠나온지 오래 돼 사투리를 잃어버린 ‘반부인(반쪽 부산인’ 캐릭터로 활약했다. 그는 “영화 촬영 때 한달 반 동안 돼지국밥만 먹었다”며 자신있게 단골집으로 멤버들을 안내했다. 그러나 식사를 위해서는 미리 마련된 5개의 돼지국밥 중 단골 가게에서 만든 진짜 돼지국밥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장혁은 5개의 국밥 중 가장 먼저 후보군에서 제외한 국밥이 단골 가게의 국밥으로 밝혀져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이들은 태종대에 들러 미니 게임으로 해산물 먹기에 도전했다. 기존 야외 버라이어티에서 보여주는 큰 규모의 게임이 아닌 소소한 미니 게임으로 스피디한 진행을 이어갔다. 차태현과 이승기 등 예능에서 잔뼈가 굵은 두 사람의 진행력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이처럼 웃음이 가득했던 가운데 이날 방송의 백미는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래퍼 쌈디의 눈물이었다. 그는 그의 음악 인생이 시작된 클럽 ‘2PAC’과 부산대학교 굴다리를 찾았다.
이런 가운데 제작진은 쌈디가 부산에서의 기억을 담아 쓴 ‘사이먼 도미닉’의 가사를 녹여낸 영상을 보여줬다.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성공을 거두고 금의환향한 쌈디의 감성을 한껏 자극해 감탄을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제작진은 쌈디에게 인상 깊은 장소를 마련해 준 클럽 사장과 당시 그에게 음료를 주던 직원을 직접 찾아냈다. 쌈디의 눈물과 더불어 고향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 주는 감성적인 자막이 ‘서울촌놈’ 첫 회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런 ‘서울촌놈’의 전개가 더욱 반가운 까닭은 연출인 류호진 PD가 과거 KBS PD 시절 보여준 ‘1박 2일-서울 시간 여행 특집’을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당시 류 PD는 ‘1박 2일’ 멤버들에게 명동성당, 남산 팔각정, 창경궁 등 서울의 주요 명소를 찾아 환희, 열정, 고독 등을 주제로 사진을 찍어오라는 미션을 내렸다. 이후 이들은 KBS 본관에 모여 제작진이 직접 만든 영상을 감상했다. 제작진이 각 멤버에게 지정한 장소는 과거 그들의 부모님들도 사진을 찍었던 장소였던 것.
합성 기술을 통해 과거의 젊은 부모님과 장성한 아들이 함께 있는 장면은 방송 이후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개최한 시상식에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상을 수상했을 정도.
‘서울촌놈’ 첫 회는 앞서 언급한 ‘서울 시간 여행’ 특집을 빠른 템포로 압축해서 보여준 듯한 연출이었다. ‘1박 2일’과 같은 여행 예능이지만 미션이나 게임에 집착하지 않고, 풍경과 먹거리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웃음과 감동이 적정한 비율로 어우러진 첫 회였다.
앞서 차태현은 tvN ‘유퀴즈온더블록’에 출연해 류호진 PD와의 공동 작업에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농담처럼 “이번에도 안 되면 우린 안 맞는 것”이라며 “이제 그만하는 게 맞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때 유재석은 차태현을 제지하며 “원래 방송이라는 게 퐁당퐁당이다. 이번엔 잘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제 겨우 첫 회를 막 마친 만큼 유재석의 예언이 맞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류호진 PD가 오랜만에 그의 적성에 맞는,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돌아온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