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방송에서는 故 설리의 모친 김수정 씨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생전 설리의 삶을 되돌아봤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설리와 공개 열애를 했었던 최자가 언급이 됐다.
설리의 삶의 일부분이었던 최자가 언급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마치 설리가 사망한 원인의 큰 부분을 최자가 차지하고 있었던 것인양 보도가 됐고 이에 악플러들은 최자의 SNS에 찾아가 과도한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MBC 측의 반응은 ‘대중들이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이었다. ‘다큐플렉스’ 이모현 PD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성인남녀가 자연스럽게 만나고 사귀고 헤어졌을 뿐이다”라며 “최자 역시 피해자다. 따라서 최자씨가 방송 이후 비난 받는 것은 설리가 살아생전 그를 희생양 삼던 행태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친 김수정 씨가 최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방송 시간 상 편집이 됐다”라고 말해 제작의도를 의심하게 했다.
이에 대해 다이나믹 듀오 개코 역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MBC가 해당 방송분과 관련해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이라는 보도 자료를 배포한 것과 관련해 “최고의 시청률이 제작 의도였다면 굉장히 실망스럽고 화가 납니다”라는 글을 게시하면서 불쾌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최자를 향한 악플러들의 끊임없는 공격성 발언에 MBC 측은 ‘다큐플렉스’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15일 MBC 다큐플렉스 홈페이지에서는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 편의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가 중단됐다. MBC는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VOD는 제작진 요청에 따라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라며 “시청자분의 많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공지했다.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MBC 측은 “기획 의도와 다르게 설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악플이 달리면서 제2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제작진이 우려해 (VOD 서비스의)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자 역시 15일 인스타그램 일부 포스팅의 댓글 서비스를 차단시켰다. 포스팅과 관련성이 없는 댓글일 뿐더러 악플을 차단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MBC ‘다큐플렉스’ 설리 편은 안타깝게 사망을 설리를 위로하지도 못했고 그들이 말하고자 했던 ‘우리가 느꼈던 불편함의 실체’를 돌아보지도 못했다. 또 다른 ‘희생양’만 만들었을 뿐.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