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신시컴퍼니
배우 주원이 7년 전 뮤지컬 ‘고스트’(제작 신시컴퍼니) 초연을 준비 중이었을 때 그는 드라마 ‘굿 닥터’(2013)를 끝낸 직후였다. 드라마 스케줄이 끝난 후 그는 정신없이 뮤지컬 연습에 참여했고 공연 중이었을 때는 영화 촬영을 함께 해야 할 정도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큰 사랑과 관심을 받았기에 주원은 감사하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지만 돌이켜봤을 때 어느 하나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기에 7년 지난 지금 ‘고스트’를 다시 만난 주원의 마음가짐은 사뭇 다르다. 이번엔 좀 더 즐겨보자는 마음이다.
주원이 도전하는 뮤지컬 ‘고스트’는 1990년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 주연으로 큰 성공을 거둔 영화 ‘사랑과 영혼(고스트)’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한국에서 2013년 ‘비영어권 최초, 아시아 최초’로 초연된 ‘고스트’는 7개월의 공연 동안 23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주원 역시 4년 만에 무대에 복귀하며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에 주원은 누구보다 ‘고스트’ 재연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7년 전에 ‘군대 다녀와서 다시 한 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배우들끼리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 꼭 다시 하자’는 말을 할 정도로 재연에 대한 간절함이 컸다”라며 “공연이 할지도 모르는 마당에 군대에서도 계속 ‘고스트’를 생각하며 무대에 선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다 ‘나 안 부르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더라. 그런데 이렇게 다시 하게 돼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7년 전과 가장 다른 점은 작품을 대하는 자세였다. 주원은 “초연을 하고 있었을 때, 분명 행복하고 즐거웠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 너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다보니 공연에 대한 기억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라며 “7년이 지난 지금 그 아쉬운 점을 보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무대로 돌아오니 정말 좋더라. 연습부터 리허설까지 진행하며 ‘내가 이렇게 무대를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좀 더 놀아보자, 즐겨보자’는 생각이 많아요. 이전에는 생각이 너무 많아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두려움 없이 하고 있어요. 또 배우들과 제작진 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아져서 스스로 의견을 내고 다양한 표현을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 시도를 해보며 제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보려고 해요. 좀 더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주원이 맡은 ‘샘’은 연인 ‘몰리’와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보내던 차, 가장 친한 친구 ‘칼’의 배신에 죽임을 당한다. 죽은 뒤 영혼이 되고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샘은 무당 ‘오다 메’를 찾아가게 된다. 하나의 극에서 주원은 극과 극의 감정을 느끼며 연기하게 됐다. 이에 가끔은 너무 몰입이 돼 사지가 떨릴 때가 있다고도 말하며 연습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역할이 감정선이 굉장히 세다. 연인 ‘몰리’와 행복하다가 갑자기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하고 또 내가 가장 친한 친구의 사주로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며 느끼는 배신감 등 감정이 극에 치닫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라며 “이럴 때 감정을 조절하기가 정말 힘들다. 어떤 날은 너무 몰입을 해버리는 바람에 노래도 제대로 못할 정도일 때도 있었다. 여기에 연출께서는 감정 조절을 안 해도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노래를 잘하면서도 감정 몰입을 할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원은 캐릭터를 해석하는 데 7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극 중에서 샘은 몰리에게 “사랑한다”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7년 전 주원은 이런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캐릭터를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그는 “지금은 샘이 사랑한다는 말을 못하는 사연이나 뒷이야기를 생각하게 되더라”며 “내가 확신이 생기니 연기의 폭이 훨씬 넓어지더라. 대사 하나를 하더라도 느낌이 매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무대 위에서 외로움이 있다고도 말했다. 주원은 “역할이 영혼이니까요. 내가 말을 해도 아무도 못 듣고 안 보지 않나. 역할상 어쩔 수 없지만 실제로 외롭다. 그런데 ‘샘’이라면 이런 느낌일 것 같아 이 기분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고스트’는 마술과 영상을 활용한 무대 예술이 극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주원은 영혼으로 등장하는 샘이 연인인 몰리가 쓴 편지를 읽은 뒤 편지지를 접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에서는 동전이 움직이는 장면으로 유명한데 동전은 무대에서 잘 보이지 않아 편지지로 대신한다”라며 “영혼이 문을 통과하는 장면 등도 있지만 몰리의 마음을 돌리는 결정적인 장면이라 편지지가 접히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주원은 SBS 드라마 ‘앨리스’에서도 큰 사랑을 받으며 ‘군백기(군(軍)생활+공백기의 줄임말)가 무색한 연예인’이라 불리고 있다. 이에 대해 주원은 “어려운 점도 많았던 드라마지만 여러 가지를 시도해야 할 때라 생각한다. 너무 많은 채널이 있고 보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고 그것이 ‘앨리스’였다”라며 “내가 그 드라마를 할 수 있었던 것에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드라마가 잘 돼서 ‘고스트’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쉽사리 공연을 보러 오라고 말하진 못하는 현실이다. 코로나19로 모두의 건강이 제일 중요한 시기다. 이에 대해 주원 역시 “어려운 시기에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몰라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불안해하며 준비하고 있다. 정말 이 공연 하나를 위해 개인 방역을 누구보다 철저히 하고 있다. 이런 힘든 시기에 ‘고스트’가 위로를 드릴 수 있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