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오랜 꿈…‘브람스’ 덕분에 경험
책임감으로 연기 “한계는 나를 성장시켰다”
배우에게 소중하지 않은 작품이 어디 있겠냐만 박은빈에게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이하 ‘브람스’)는 특히나 깊은 의미를 남기는 작품이었다. 극 중 캐릭터와 동일하게 서른을 앞두고 스물아홉에 선택한 ‘브람스’. 박은빈은 바이올리니스트 채송아 역을 통해 오랜 꿈이었던 클래식을 체득하고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책임감으로 연기 “한계는 나를 성장시켰다”
“클래식을 좋아하고 바이올린을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잘하진 못했지만 집에 어머니께 선물 받은 바이올린도 있었죠. 대학교 때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들어가기도 했는데 초보 반에만 머물다 일 때문에 휴학하게 되면서 제대로 연습하진 못했어요. 하하. ‘브람스’를 통해 무대에 처음 서게 됐는데 첫 무대라 송아와 같은 마음으로 감격스럽더라고요. 드라마 덕분에 하고 싶었던 경험을 해볼 수 있었죠.”
클래식과 바이올린에 대한 뜨거운 열망은 박은빈을 ‘브람스’로 이끌었다. 흔치 않는 소재에 흥행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박은빈은 확신했다. 클래식이 아니더라도 ‘브람스’의 감성을 좋아할 시청자들이 있을 거라고. 예상은 적중했다. 가을에 어울리는 ‘브람스’는 잔잔한 감성으로 안방극장에 스며들었고 폭발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5~6%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만연했던 자극적인 콘텐츠와는 결이 달랐고 현대의 지친 청춘들에게 위로가 되는 드라마였다고 생각해요. 극 중 인물에 같이 공감하거나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저 또한 송아를 통해 저의 20대를 다시 회상할 수 있었어요. 참 선물 같은 작품이었어요.”
박은빈은 채송아를 연기하며 자아성찰의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흔들렸던 시기를 회상하기도 했고 연기에 폭발적이고 열정적이었던 시기를 떠올리기도 했다.
“재능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이 일(연기)이 내 적성에 맞나’ 가끔 생각한 적 있어요. 저 또한 제 선택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도 있었고, 책임을 돌리고 싶을 때도 있었거든요. 스스로 온전히 책임져야 할 때는 확신을 배제할 때도 있었어요. 그렇게 확신이 없을 때는 ‘도전’한다는 생각과 뚝심으로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살아온 것 같아요.“
흔들릴 때마다 박은빈을 다시 일으켜 세운 원동력은 ‘책임감’이었다. 박은빈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정신력으로 버텨왔다. 스스로 기대치를 세워두고 이에 합당하지 못할 때는 의구심을 가지고 답변을 찾으면서 성장해온 것 같다. 압박감보다는 잘 해냈을 때 성취감과 즐거움이 더 크더라”고 고백했다. 그는 “답변을 찾고 한계를 경신하는 과정이 내게는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고도 털어놨다. 그러면서 매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고민과 의문점을 담아온 커다란 ‘연기 노트’를 펼쳐보기도 했다.
“하고 싶은 게 많았던 터라 배우라는 직업이 저의 ‘니즈’를 잘 충족시켜주는 것 같아요. 짧은 시간 안에 한 사람의 완벽한 일생을 기승전결에 맞춰서 살아내고 감정을 떠나 보내주는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버거운 일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즐거운 작업이거든요.”
올해 드라마 ‘스토브리그’와 ‘브람스’ 그리고 영화 ‘보스턴 1947’까지 알차게 달려온 박은빈의 차기작은 어떤 작품이 될까. 서른이 된 후의 첫 작품이 되는 만큼 박은빈은 더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다카포(da capo),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마음을 상기시켜서 새로운 것에 도전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낯설지 않은 대본이라도 제가 어떤 마음으로 읽느냐가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피아노에도 관심이 있어서 피아니스트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 강단 있고 정의로운 캐릭터를 근래 많이 했는데 인성 빼고 다 가진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연기로서 승화할 기회가 생긴다면 날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아직 도전해보지 못한 장르도, 전문직도 많아서 차근차근 여러 직업을 체험해보고 싶어요. 쉬면서 틈틈이 검토해봐야죠.”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