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태오가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해 생각을 전했다.
10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 ‘새해전야’에서 세상의 편견에 부딪혀 오랜 연인에게 미안한 사랑꾼 패럴림픽 국가대표 래환을 연기한 유태오. 네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새해전야’는 옴니버스 로맨스 영화인 동시에 래환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실제 운동선수 출신으로 부상 때문에 꿈을 접은 그는 캐릭터를 준비하며 자신의 경험을 떠올렸다고 고백했다.
“13살 때부터 20살 때까지 독일에서 운동선수로 살았어요. 미친 듯이 운동만 했고 ‘NBA 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몰라요. 하지만 십자인대 부상, 무릎 수술, 아킬레스건 파열 등을 겪었어요. 의사는 ‘다시 걸음을 걸 수 있으면 감사한 것’이라고 했죠. 내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어요. 수개월을 우울증에 빠져 있었죠. 감히 제가 패럴림픽 선수에 비교할 수도 없고 그 마음을 다 알 수도 없겠지만 ‘뭔가를 잃었다’는 느낌은 알아요. 많이 힘들었지만 극복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찾은 제 경험을 래환에 대입해 연기했어요.”
유태오는 래환이 장애로 인해 위축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헤쳐 나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래환과 닮은 점은 순수함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순수한 면이 있고 운동도 좋아한다”면서 “하지만 나는 이제 래환만큼 순진하진 않다. 그 부분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유태오는 첫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만족감도 드러냈다. 그는 앞으로의 작품 계획을 전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칸 국제 영화제 이후 연기를 많이 못 보여드렸어요. 영화제를 통해 증명서는 받았지만 투자 가치가 있는 인지도는 아니니까 (제작자들이) 바로 주인공으로 캐스팅하진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마스크는 괜찮고. 그래서인지 단역, 악역, 임팩트 있는 역할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좀 더 보편적이고 대중성 있는 역할을 보여드리기까지 2년이 걸렸어요. 이제는 좀 더 편안한 연기를 할 수 있게 됐는데 앞으로는 멜로와 로맨스도 많이 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유태오는 “배우로서 좋은 스토리텔링의 한 악기가 되고 싶다”며 “옛 작품들을 보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나 또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남길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촬영해놓은 작품이 많이 있는데 나도 기다리고 있다.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