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오 “악역 전문? 실제론 멜로가 체질인 ‘사랑꾼’!”

입력 2021-03-10 18: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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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성오. 사진제공|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악역 전문 배우’.

배우 김성오(43)에게 11년째 따라붙는 수식어다. 2010년 영화 ‘아저씨’에서 소름 끼치는 범죄자로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후 줄곧 그렇게 불렸다.

장난기 넘치고, 착한 역할도 많이 했지만 유독 악역의 인상이 짙게 남았다. 섭섭할 법도 하지만, 10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오히려 ‘악역 끝판왕’이 되어볼 생각”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여유를 찾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악역만 제의를 받는 게 서운하고, 왜 이런 역할만 주어질까 자책한 적도 있었다”면서도 “이제는 나를 찾고 떠올려주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크다”고 돌이켰다.

9일 종영한 tvN 드라마 ‘루카:더 비기닝’은 악역의 자리를 한층 더 굳힌 계기가 됐다. 특수부대 출신 공작원으로 등장해 특별한 능력을 가진 김래원을 끊임없이 쫓았다.

김성오는 “드라마를 계기로 악역이나 액션에 대한 욕심이 더욱 커졌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래는 김성오와 나눈 일문일답.

배우 김성오. 사진제공|스튜디오 산타클로스



- 사전촬영으로 진행한 ‘루카’를 마친 소감이 어떤가.



“신선했어요. 일부러 마지막 회 초반에 제가 죽는 장면 이후로는 대본을 보지 않았거든요. 시청자 분들과 똑같이 결말을 궁금해 하면서 ‘본방사수’를 했죠. 재미있게 봤어요.”


- 특수부대 출신 공작원으로 화려한 액션과 추격 장면을 소화했다. 힘들진 않았나.



“고생 정말 많이 했죠. 하하하! 제가 했던 작품 중에서 액션 장면이 가장 많았어요. 하지만 제게 ‘수컷의 본능’과도 같은 존재예요. 그 자체가 재미있고 유쾌하게 받아들여져서 힘든 줄 모르고 했어요.”


- 다시 악역이다. 대중의 기억 속에 악역이 강하게 자리 잡은 것 같다.

“악당이 가장 기억에 남기 쉬운 캐릭터인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래도 과거에는 악역이 그저 ‘나쁜 사람’으로 그쳤다면, 이제는 다채로운 감정과 서사를 그리는 그릇이 된 것을 느껴요. 그런 변화 덕분에 시청자들도 더 다채롭게 악역의 매력을 느껴주시는 것 같아요.”

배우 김성오. 사진제공|스튜디오 산타클로스




- 지금까지 했던 악역 중 ‘역대급’ 캐릭터를 꼽자면?

“2016년 개봉한 영화 ‘널 기다리며’의 살인마 기범이요. 영화 ‘아저씨’의 범죄자 종석이 ‘나 배우입니다’라고 말하게 해준 작품이라면, ‘널 기다리며’는 제 인생을 많이 생각한 영화였어요.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극한으로 감량하느라 고통스러웠지만, 신인 배우 시절 가졌던 그 열정이 절대 식지 않았음을 실감한 순간이었어요. 배우로서의 김성오를 스스로 검증한 시간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제게는 굉장히 중요한 작품으로 남았어요.”


- 21년간 연기를 하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포기를 해야 하나’ 싶은 찰나에 오히려 ‘파이팅’ 넘치는 생각이 치고 들어왔죠. 2016년 다친 어깨를 수술하고 1여 년 정도 재활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배우로서의 욕심부터 경제적인 문제까지 복합적으로요. 그때에도 다른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차라리 빨리 연기해서 돈 벌자’고 생각했어요.”


- 멜로에 대한 욕심은 없나?

“왜 없겠어요. 저 욕심 많은 사람이에요. 하하하! 어떻게 보면 멜로에 최적화된 사람이기도 하고요. 제가 우리 색시(아내)와 연애할 때 스스로도 ‘진짜 사랑을 잘 하는구나’ 자화자찬할 정도였다니까요?!”

배우 김성오. 사진제공|스튜디오 산타클로스




- 2017년 KBS 2TV ‘슈돌’에 출연한 아들 아일 군의 근황도 궁금하다.

“우리 도롱이(아일 군 애칭)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올해 벌써 6살이 되어서 유치원 다니고 있습니다.”


- 아일 군이 배우를 한다고 하면 어떨 것 같나.

“결혼 전에는 아이가 공부 못해도 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거 찾아서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아빠가 되고 나니까 ‘아, 우리 도롱이가 공부는 잘했으면 좋겠다’ 싶은 거 있죠? 참 간사해, 하하하! 근데 그건 바람일 뿐이에요. 아들이 배우든 뭐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여건이 되는 한 최대한 해주고 싶어요. 그게 아빠 마음이죠.”


- 어떤 아빠인가.



“음. 다른 건 잘 몰라도 많은 걸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만은 커요. 사실 인생은 하고 싶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도롱이도 성공과 실패를 거듭할 것이고, 그러면서 자기 인생을 찾아갈 거라 믿어요. 옆에서 도전을 응원해주는 게 제 몫이죠.”


- 결혼 후 인생이 많이 바뀐 듯하다.



“맞아요. 결혼 전엔 저 혼자였어요. 오로지 배우의 꿈만으로 달렸죠. 독단적으로 혼자 판단하고 감정대로 움직이고. 그러다 연애를 하고, 결혼하니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예를 들면, 전엔 새벽 2시에 바다를 보고 싶으면 그대로 일어나 출발했는데 이젠 ‘색시가 날 미친 사람으로 보겠지’하면서 다시 눕는다니까요. 하하하!”


- 그 변화가 어떤가.



“싫은 적도 있었죠. 나는 자유롭게 살았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오해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어느 순간 ‘과거엔 그렇게 제멋대로 살아봤으니까 다른 방식으로도 살아보자’ 마음먹었더니 갑자기 재미있어지더라고요.”


- 배우 김성오를 달리게 하는 원동력은?



“가족이요. 전엔 좋은 작품이라도 제가 하기 싫으면 거절했어요. 이젠 작품을 받으면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문제들도 함께 떠올리게 돼요. 100% 배우로서의 ‘꿈’만으로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게 된 거죠. 그게 ‘마이너스’라 생각할 수 있지만, 돌아보면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작품들에 임하면서 여태껏 몰랐던 나를 발견해갔어요. 그게 배우로서도 도움이 되고요. 참 신기해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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