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영철이 2일 열린 에세이집 ‘울다가 웃었다’ 출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들고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사진제공|김영사

개그맨 김영철이 2일 열린 에세이집 ‘울다가 웃었다’ 출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들고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사진제공|김영사


힘들었던 인생사 고백…에세이집 ‘울다가 웃었다’ 펴낸 개그맨 김영철

부모님 이혼·사고로 세상 떠난 큰형
고교시절 인생의 눈물 다 쏟은듯
절친 송은이에게도 못 털어놨는데…
아픔 극복한 과정 보여주고 싶었죠
“오늘은 개그맨이 아닌 작가로 섰습니다.”

늘 쾌활한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오버한다’는 말까지 듣던 개그맨 김영철(48)의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손에는 직접 쓴 에세이집 ‘울다가 웃었다’가 들려있다. “지난해 1월부터 10개월간 아이를 품어 낳는 마음으로” 쓴 글을 묶은 책은 지난달 28일 세상에 나왔다. 18세에 겪은 부모의 이혼, 이듬해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큰형 등 카메라 앞에서는 좀처럼 꺼내기 힘들었던 인생사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2일 출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김영철은 “그동안 여러 영어책을 냈지만 이렇게 정식으로 책을 소개하는 자리는 처음”이라며 울컥했다. 하지만 감격도 잠시. 이내 “제 글 솜씨에 모두가 깜짝 놀라지 않을까 싶다”며 웃음을 터뜨린다.

역시, 방송가를 휘어잡은 ‘긍정의 아이콘’답다.


●“이제는 아픔 다 털어냈어요”


김영철은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어머니와 “언제나 가슴 한편에 자리한” 형, 그리고 ‘개그 DNA’를 나눠 가져 종종 방송에도 함께 출연한 두 누나에 관한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고교 2∼3년 시절 인생의 눈물을 다 쏟았어요. 20대 이후 겪은 많은 일이 그다지 힘들지 않게 느껴질 만큼 당시 정말 큰 고통을 느꼈죠. 혼자서 쉬지 않고 울다가도, 학교 가면 반겨주는 친구들 앞에서 개그맨 흉내를 내며 웃었어요. 그렇게 슬픔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부모의 이혼과 형에 대한 이야기는 “고향 친구들이 아니면 가까운 지인에게도 좀처럼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오래도록 절친하게 지낸 선배 송은이에게도 오래도록 말하지 못한 사연이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까지 가슴 깊이 지닌 아픔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랐어요. 어느 날 영어 공부를 위해 수업을 받다가 문득 가족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서야 ‘이렇게 담백하게 말하면 그만인데’라고 깨닫게 됐죠. 아픔을 모두 털어낸 지금에서야 고향인 울산 바닷가 앞에서 혼자 울고, 아프고, 외로웠던 영철이와 비로소 잘 작별한 기분이 듭니다.”

책 제목은 지난해 말 대장암 수술을 받은 누나 애숙 씨와 나눈 대화에서 착안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차마 말하지 못한 가족에 대한 사랑, 아픔을 극복한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고를 출판사 측에 넘기고 나서 누나의 대장암 소식을 들었어요. 믿을 수 없어 눈물도 안 나는 상황이었는데, 누나가 ‘서울 좀 일찍 가는 거로 생각하지, 뭐’라며 툭 말하더라고요. 서로 정말 울다 웃다 했어요. 그날 우리의 대화가 책을 축약한 하이라이트처럼 느껴졌죠.”


●“10년 뒤의 나, 미국에 있겠죠?”

책에는 가족 이야기뿐 아니라 1999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후 꾸준히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온 행보도 차곡차곡 담았다.

“오랫동안 ‘인터내셔널 코미디언’을 꿈꿨어요. 꿈을 이루고자 영어를 공부했고, 영어 공부 관련 책도 썼죠. 마침내 지난해 미국 코미디 쇼도 촬영하고 왔어요. 5년 뒤에는 제가 미국 에미상 무대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요? 벌써 수상 소감 연습에 한창이랍니다. 하하하! 꿈을 잊었거나 잃어버린 분들에게 저의 좌충우돌 도전기를 통해 용기를 드리고 싶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