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훤칠한 외모다. 그윽한 눈빛에 장난기가 어린다. 입을 열면 그 매력이 향상한다. 진중한 태도에 이따금 드러나는 소년 같은 매력. 배우 임성균의 첫인상이다. 다수 웹드라마를 통해 아는 사람은 알지만, 아직 임성균은 대중에게 낯선 배우다. 이런 그가 온전히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작품이 있다.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극본 민선애 연출 이민우)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을 바탕으로 그린 ‘남남’은 철부지 엄마와 쿨한 딸의 ‘남남’ 같은 대환장 한 집 살이와 그녀들의 썸과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임성균은 극 중 진수라는 인물로 등장한다. 진수는 진희(최수영 분)의 소꿉친구로, 진희의 첫 사랑이자 첫 실연의 주인공이다. 원작에서는 동성을 좋아하는 인물이다다. 드라마에서도 이 내용이 직·간접적으로 담긴다. 특히 진수는 임성균과 많은 부분에서 닮았다. 잘생긴 외모부터 친구를 위하는 마음까지도.
“진수에게 남다른 애정이 생겨요. 그냥 딱 저라고 생각할 정도로 닮았어요. 평소에는 장난꾸러기처럼 까불다가도 친구가 힘들 때 옆에 있어 주려는 마음마저 비슷해요. 100% 싱크로율을 자랑합니다. 감독님도 그런 점을 보셔서 저를 캐스팅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본을 처음 볼 때부터 진수가 저라고 생각하고 꼭 역할을 따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런데 감독님도 2차 미팅 때 스태프들에게 ‘이 친구(임성균)가 앞으로 진수다’라고 해주시는 거예요. 그 자리에서 캐스팅이 확정된 거죠. 너무 기쁘고 신기했어요. 잊지 못할 경험이었고, 이런 경험을 안겨준 진수 캐릭터가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 진수라는 인물에 미련이 많이 남아요.”
‘남남’은 모녀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사를 그린다. 여러 인간군상이 어우려져 평범하지만, 뻔하지 않은 이야기로 웃음을 안긴다. 그 중심에는 은미 캐릭터를 연기한 전혜진과 진희 캐릭터를 연기한 최수영이 자리한다. 임성균도 두 배우와 함께하는 시간이 유독 많았다.
“(최)수영 누나는 진짜 친구 같고 친누나 같은 사람이에요. 처음에는 두렵고 무서웠어요. 소녀시대는 제게 너무 연예인이라 어떤 벽이 있었는데, 그 벽을 허물준 사람이 수영 누나예요. 정말 반전을 지닌 분이세요. 털털하면서도 섬세해요. 현장에서 제게 많은 것을 일러주세요. 전혜진 선배는 느낌 그대로 카리스마가 남달라요. 처음에는 제가 인사하면 가볍게 받아주시고 마셨는데, 제가 자꾸 귀찮게 하니 엄마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겉은 차갑지만, 속은 따뜻한 분이 전혜진 선배세요. 두 선배 덕분에 현장에서 주눅들지 않고 편히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임성균은 두 여배우와 호흡을 맞춘 안재욱과 박성훈에 대한 고마움도 있지 않았다. “안재욱 선배는 되게 과묵하신데 갑자기 툭 던지는 유머로 현장 분위기를 180도 바꿔 놓으세요. 조용함 속에 한방이 있으세요.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노련함이 있어요. 그런 점을 배우고 싶어요. (박)성훈 형은 나이 차이를 모를 정도로 친하게 대해주세요. 동네 형, 어릴 때부터 쭉 알고 지낸 형처럼 편하게 이끌어주세요. 이 작품을 통해 좋은 형을 만난 것 같아 기뻐요.”
‘남남’은 1.266%로 시작해 5.532%로 마무리되며 시청률 면에서 성공한 작품이다.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입소문 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덕분에 임성균을 알아보는 이도 많다. 주변 사람들은 호들갑이다.
“전에는 별말 없던 가족도 이번에는 ‘진수 언제 나와’라고 격하게 반응해주세요. 어머니 친구들도 자주 연락와서 작품 이야기를 해주세요. 너무 힘이 되고 감사해요. 친구들이요? 사실 제 친구들이 작품을 보고 있긴 한지 의심스러워요. (웃음) 남자들이라 낯부끄러워서 말을 못하는 것인지, 20대 남자들이라 TV를 보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따로 말을 해주지 않아요. 그냥 만나면 ‘촬영 잘 했어?’, ‘다음에는 뭐해?’, ‘돈 많이 벌면 맛있는 거 사라’ 정도예요. 크게 반응하지 않지만, 마음으로 응원해주고 있다고 생각해 고마워요. 더 잘 되어서 보답하고 싶어요. 가족에게도 친구들에게도 그리고 소속사 식구들에게도요.”
‘남남’을 통해 얼굴을 알렸지만, 임성균은 아직 성장이 필요한 신예다. 여러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고 대중에게 한층 다가가야 한다. 임성균도 이를 잘 안다.
다행히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일찌감치 임성균 성장 가능성을 알아차린 관계자들이 ‘임성균 선점’에 나섰다. SBS 금토드라마 ‘7인의 탈출’(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과 tvN 새 드라마 ‘마에스트라’(극본 최이윤 홍정희 연출 김정권), 영화 ‘야당’(감독 황병국)이 바로 그것. 임성균은 ‘7인의 탈출’에서는 민도혁(이준 분) 동생 민재혁(임성균 분)으로 등장한다 .‘마에스트라’에서는 이무생 선배 어린 시절로 등장할 예정이다. 현재 촬영 중인 ‘야당’에서 강렬 존재감을 발산할 예정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제가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지만, 각 작품 캐릭터 모두 ‘남남’ 진수와 분명히 달라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임팩트가 있어요. 짧지만 강렬한 한방을 지닌 캐릭터들이라고 생각해요. ‘남남’ 진수를 보지 못한 분들이라면 ‘7인의 탈출’과 ‘마에스트라’에서 활약할 임성균을 기대해 주세요. ‘남남’을 보신 분이라면 진수가 아닌 캐릭터를 연기하는 임성균을 새롭게 받아주셨으면 해요. 촬영 중인 ‘야당’도 개봉하면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보는 즐거움을 더할 배우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