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지승현 “‘잊힌 영웅’ 양규 장군 제대로 알려 뿌듯” [인터뷰]

입력 2024-01-10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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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갱 ‘양규 장군’ 지승현

마지막 전투 촬영장 눈물바다
전사 장면 찍는 날이 내 생일
떠나지만 원없이 연기해 만족
10년 단역 생활이 성장 자양분
올해는 코믹극 로맨스에 도전
‘사극전문’. 배우 지승현(43)이 지난해 11월 종영한 MBC ‘연인’에 이어 최근 방송 중인 KBS 2TV ‘고련 거란 전쟁’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얻은 별명이다. 방송가에서 촬영하기 힘들기로 소문난 사극을 무려 두 편이나 병행하면서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여 간 꼬박 한복과 갑옷 차림으로 보냈다. 한여름 땡볕을 견디고, 영하 19도의 강추위에 행여 입김이 화면에 잡힐까 봐 숨을 참은 날도 부지기수였다.

덕분인지 ‘연인’과 ‘고려 거란 전쟁’은 각각 12.9%(이하 닐슨코리아)와 10.2%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히트했다. 지승현은 KBS 연기대상에서 인기상과 장편드라마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며 “난생처음”으로 트로피까지 품에 안았다. 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내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기도 하다. 모든 칭찬을 지금까지 잘 해왔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벅찬 심정을 드러냈다.


●“양규 장군 홍보대사 할래요.”

특히 ‘고려 거란 전쟁’에서 당대 최강국인 거란과의 전쟁에서 결코 뒤로 물러나지 않는 강직한 양규 장군을 연기해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7일 방송에서 3만 거란군이 애전 벌판에 몰려오자 군인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고 인사하며 적진에 뛰어들고, 온몸에 화살을 맞은 채 장렬하게 전사하는 장면은 시청자 사이에서도 ‘명장면’으로 손꼽히고 있다.

“마지막 전투 장면만 사흘을 공들여 찍었어요.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찍는 날은 마침 제 생일이었죠. 눈이 펄펄 내리는데, 새로 태어나는 기분마저 들더라고요. 피투성이가 된 채로 적군의 수장인 야율융서(김혁)가 있는 곳까지 300보를 걸어가며 싸우다 죽는 장면은 5분 58초 동안 오롯이 감정에 몰입해 촬영했어요. 양규 장군의 비장한 모습에 스태프들뿐 아니라 보조출연자들까지 슬퍼서 엉엉 울었대요. 그 말을 듣는데 ‘됐다’ 싶었어요.”

‘흥화진의 늑대’라는 별명을 가진 양규 장군을 표현하기 위해 기본적인 액션 훈련뿐 아니라 활 쏘는 방법, 당시 전투 방식, 승마까지 두루 익혔다. 주무기인 활은 촬영 내내 어디든 들고 다니면서 손에 익혔다.

“사실 촬영 전엔 양규 장군에 대해 잘 몰랐어요.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훌륭한 장군인데도 잘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양규 장군의 업적이 기록된 사료들을 찾아보며 공부했죠. 촬영할 무렵 주변에 양규 장군을 제대로 알리겠다고 약속했는데, 그걸 지킨 것 같아 뿌듯해요. 주변에선 제가 양규 장군님 홍보대사래요. 진짜 하고 싶어요.”


●“이제야 주어지는 기회 소중해”

2007년 데뷔한 이후 긴 무명의 세월을 보낸 그에게는 요즘이 “최고 전성기”다. 지승현은 “5년 전까지만 해도 한 회당 한 장면 나오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이렇게나 많은 분량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데뷔 초만 해도 굵고 낮은 목소리가 제 나이와 맞지 않다며 캐스팅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때로는 주눅도 들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죠. 그렇게 10여 년을 단역으로 전전한 경험들이 지금 돌아보면 성장의 자양분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최근 받은 인기상과 우수상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진 않으려고요. 연기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순간 힘이 들어가니까 그냥 지금처럼만 하자며 스스로를 다독여요. 아, 트로피는 정말로 무겁더라고요. 하하!”

올해에는 대중에 이름을 각인시킨 사극 대신 코믹극이나 로맨스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기회를 찾을 생각이다. 그는 “당분간은 중반부를 넘긴 ‘고려 거란 전쟁’의 열혈 시청자가 될 것”이라며 웃었다.

“비록 중간에 드라마를 떠나지만, 더 할 게 없단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걸 쏟아 부었기에 아쉽진 않아요. 이젠 편한 마음으로 보려고요. 일부러 17부 대본까지만 봤어요. 매회 손꼽아 기다리며 본방사수 할래요.”

유지혜 스포츠동아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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