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새벽 ‘KBS 중계석’에서 방송한 오페라 ‘나비부인’의 한 장면. 사진제공|KBS
공영방송 KBS가 제79주년 광복절인 15일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등장하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송해 뭇매를 맞고 있다. 심지어 메인 뉴스에는 좌우가 반전된 모양의 태극기를 노출, 시청자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논란은 KBS 1TV ‘KBS 중계석’이 15일 새벽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을 방송하며 촉발됐다. 해당 방송은 6월 열린 제15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일부를 녹화한 것으로, 일본인 게이샤와 일본에 주둔한 미국인 장교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다.
시청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를 다룬 ‘나비부인’이 우리에게는 아픈 시절을 관통하는 시대적 배경을 지녔다는 점에서 방송 시기가 부적절하단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주인공들의 결혼식 장면에 기미가요가 흘러나오는 모습까지 여과 없이 방송돼 거센 비판이 일었다.
15일 KBS 1TV ‘930뉴스’ 방송에 좌우가 반전된 태극기 이미지가 사용된 모습. 사진제공|KBS
문제가 잇따라 터지자 KBS 시청자센터내 시청자 청원 홈페이지에는 KBS 사과를 요구하는 글이 폭주했다. “광복절 의미를 모르나. 기미가요를 트는 방송사를 공영방송이라 할 수 있는가”라며 방송을 비판한 게시글 경우 순식간에 920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파장이 커지자 KBS는 이날 오후 “시청자께 우려와 실망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며 두 차례에 걸쳐 공식 사과에 나섰다.
‘KBS 중계석’ 경우 당초 7월 말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올림픽 중계로 밀리며 광복절 새벽 편성하게 됐다고 해명했고 아울러 “바뀐 일정을 고려 방송 내용에 문제는 없는지, 시의성은 적절한지 정확히 확인, 검토하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방송사는 이날 밤 방송 예정이던 ‘나비부인 2부’를 다른 공연으로 긴급 교체했고, 방송 경위에 대한 진상 조사도 벌일 방침이다.
‘930뉴스’에 대해서는 “인물이 태극기를 들고 있는 장면에 맞추기 위해 제작자가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태극기 그림을 반전시킨 결과였다”고 사과하며 뉴스 홈페이지에 이미지를 수정해 새롭게 업로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런 관련 대처에도 불구, KBS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SNS를 통해 “KBS는 지난 1월에도 잘못된 지도를 사용해 논란이 된 바 있다”고 지적하며 “공영방송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