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곡을 제외하고는 팬들만 아는 ‘그 노래’가 되기 일쑤인 수록곡. 이대로 묻히기 아까운 ‘K팝 명곡’을 매달 추천하는 코너.
- 1월30일부터 2월27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기준으로 하며 배열은 발매일순입니다-◆ 아이브 미니 3집 [IVE EMPATHY] : FLU, You Wanna Cry
- 공감 열쇠는 목소리. 치명적이지만 지독하게 얽히고 싶은 ‘FLU’, 수미상관 가사로 용두용미 위로를 건네는 ‘You Wanna Cry’, 두 개 수록 곡을 끝까지 듣게 하는 힘은 보컬이다. 섬세한 리듬을 꾸민 풍성한 사운드, 이를 뚫고 더해지는 목소리 배치와 조합이 멤버 개인과 팀의 존재감을 모두 살린다.
◆ 송가인 정규 4집 [가인;달] : 지나간다고
- 이 또한 지나간다고. 송가인의 국악 창법과 컨트리 트로트의 조합이 ‘흥’을 북돋는다. 인생의 굴곡과 희망을 호소력 있게 불러 몰입도를 높였고, 여기에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편곡이 더해져 세대의 벽을 허문다.
◆ 청하 [Alivio] : Even Steven (Happy Ending)
- 만인의 디바가 아닐 리 없다. 호흡을 끌고 가면서 속도감을 잃지 않는 청하만의 전개 방식이 ‘Even Steven’의 맛을 살렸다.
과거의 상처와 집착에서 해방되어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결단을 이야기하는 노래. 청하는 생동감 있게 곡을 소화하며 내면의 강인함과 해방감, 자신감을 깨운다. ‘Even Steven’를 통해 퍼포먼스 말고 보컬만으로도 곡의 주제를 각인시킬 줄 아는 디바로 자리한 청하의 현재를 확인해보자.
◆ 온앤오프 정규 2집 Part.1 [ONF:MY IDENTITY] : Good Place
- 장르 활명수. 어떤 장르든 다 소화시키는 그룹 온앤오프가 ‘굿 플레이스’로 하우스 본연의 매력을 알려줬다. ’황버지‘ 황현 프로듀서와의 호흡은 이번에도 옳았다.
’이거지!‘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오는 세련된 도입부와 낮은 음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후렴구까지. 영혼의 음악 단짝이 아름답게 색CHILL(칠)한 ’굿 플레이스‘에서 잠깐의 여유를 만끽하련다.
◆ 제로베이스원 미니 5집 [BLUE PARADISE] : Cruel
- 유닛의 좋은 예. 제로베이스원에게 이런 반항적인 면이 있었다니.
데뷔 첫 유닛곡 ‘Cruel’을 위해 성한빈, 석매튜, 김태래가 뭉쳤고, 반항적인 악동으로 변신해 제로베이스원으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귀를 잡아두는 일렉 기타 리프와 꽉 찬 리듬, 도발적인 보컬로 록 장르를 콘셉츄얼하게 소화했다.
◆ 지드래곤 정규 3집 [Übermensch] : IBELONGIIU, TAKE ME, 보나마나 (BONAMANA), GYRO-DROP
- 지드래곤, ‘배짱 두둑’ 음악력. 정규 2집 [쿠데타] 후 12년만, 미니 앨범 [권지용]으로부터는 8년이 걸렸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지드래곤은 잊히지 않고 [초인(위버맨쉬)]이 되어 돌아왔다.
음악 인생 N막을 열어 젖힌 정규 3집에선 지드래곤의 배짱이 느껴진다. 늘 그랬듯, 본인이 하고 싶고, 들려주고 싶은 음악을 했다. 대중이 좋아하는 코드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지드래곤이니 10년 전 흥행했던 스타일대로 신곡을 냈어도 본전이었을 텐데.
앨범은 감각적인 비트, 쉽게 각인되지만 독특한 멜로디가 탄탄한 기반이 되어 풍성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해외 팝과 K-팝의 현 트렌드 여기에 지드래곤식 팝(GD-POP)까지 모두 감상할 수 있다.
그 중 추천하는 4개 수록 곡은 오랫동안 그의 앨범을 기다린 팬덤, 대중 혹은 선공개된 ‘파워’ ‘홈 스위트 홈’으로 지드래곤에 입문한 리스너를 고루 만족시킬만하다.
영어 가사가 많아 해석이 필요하고 떼창할 수 있는 곡이 적지만, 지드래곤이 끓여온 김치찌개 ‘TAKE ME’와 찌개에 치즈 토핑을 얹은 ‘IBELONGIIU’로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나마나’는 집착 시리즈의 마지막이었던 ‘WINDOW‘(2013)의 스산한 분위기를 이으면서 더 노골적으로 야릇하게 판을 벌인다. ’GYRO-DROP‘은 마치 [초인]이 되어 구름을 침대 삼아 여유롭게 플로우 타는 랩과 언어유희가 있는 힙합 곡으로 앨범의 마지막을 홀가분하게 맺는다.
전효진 동아닷컴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