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매각을 추진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카카오엔터 주요 주주사에 서한을 보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할 의사를 전달했다.
66.03% 지분을 보유한 1대 주주 카카오가 경영권을 포기하는 배경에는 상장 작업 중단과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해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상장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의 전체 기업 가치는 11조 원 안팎으로 평가되고 있다. 2023년 초 PIF와 GIC로부터 약 1조2000억원을 투자받으며 이 같은 몸값이 책정됐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카카오엔터를 쉽사리 사갈 국내 기업은 선뜻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인수 후보로는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 등 게임사 및 하이브 등 대형 엔터사, 대형 PEF 등이 거론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뮤직(연예기획), 스토리(웹툰 웹소설), 미디어(제작사) 등 크게 세 가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멜론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1조812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1조8735억 원) 대비 3.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06억 원으로 2023년(692억 원)보다 16.5% 증가했다.
대신증권 임수진 연구원은 “국내는 네이버를 포함해 순 현금 흐름까지 고려 시 인수 가능성이 매우 낮고, 텐센트나 해외 엔터 기업들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며 “통매각이 어려워 SM엔터테인먼트(SM엔터)나 디어유 등 자회사를 디스카운트 주고 매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SM엔터의 경우 미국 시장 진출에 있어 카카오엔터의 나스닥 상장을 통한 미국 엔터사 인수 등 네트워크 확보가 필수였다”며 “SM엔터의 미국 시장 성장 기대치도 낮춰야 한다”고도 했다.
카카오엔터는 총 42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유 소속의 이담엔터테인먼트, 아이브가 있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공유·수지 소속의 매니지먼트 숲, 이병헌이 속한 BH엔터테인먼트, 유재석·유희열이 있는 안테나 등 주요 연예기획사들이 포함된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2023년 SM엔터의 지분 35%를 총 1조25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비용의 절반씩을 부담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는 21.18%, 카카오엔터는 1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카카오엔터가 매각될 경우 카카오가 카카오엔터의 SM엔터 소유 지분을 매입할 지도 관심사다.
다만 카카오가 AI 등 선택적 집중과 구조조정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SM엔터를 비롯해 자회사로 있는 여러 연예기획사들이 쪼개기 물량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9일 공시를 내고 “당사는 카카오 그룹 기업 가치 제고와 카카오엔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해당회사 주주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향후 관련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내 재공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