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쇼박스
“어떤 영화는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죠.”
유해진에게 영화 ‘소주전쟁’은 그런 작품이다. 최근 개봉한 주연작 ‘소주전쟁’이 호평에도 부진한 흥행을 기록 중인 것에 대해 속상해하면서도 “모두가 한 번쯤 돌이켜봐야 할 주제를 다룬 작품”에 출연한 것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고 힘줘 말했다.
‘소주전쟁’은 1997년 외환위기(IMF) 속 파산에 내몰린 소주회사를 매각하려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간 대립을 통해 돈과 직업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묻는다. 극 중 소주 회사에 인생을 바친 직장인 종록을 연기한 유해진은 “이번 영화를 통해 내 인생의 가장 큰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됐다”고 했다.
O“음주는 내가 전문가!”
연예계 소문난 ‘애주가’인 그는 극 중 음주 장면 촬영이 즐거웠다고 돌이켰다. “실제 생활을 그대로 녹여냈다”며 “음주 장면 만큼은 전문가”라는 특유의 재치를 발휘하기도 했다.
“소주는 참 독특한 술이에요. 예전에 ‘우리나라 주류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빈곤을 떠나 모두가 공평하게 소주를 마신다’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그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더라고요. 이 영화가 그 말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았죠.”
IMF 배경의 영화를 촬영하며 당시를 회상하기도 한 그는 “사실 나는 IMF라고 해서 더 고달프고 힘들진 않았다”면서 “원래 가진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씁쓸히 말하기도 했다.
“고정수입이 있었다면 수입이 줄어드는 걸 보면서 IMF를 체감했을 텐데 전 언제나 돈이 없었어요. 연극을 하던 때인데, 버스비 겨우 아껴서 하루에 빵 하나 사 먹고 그랬거든요. 극단 일이란 게 실상 불규칙해 아르바이트할 수도 없었어요. 그러니 늘 가난했죠.”
O“미혼이기에 연기에 올인”
유해진은 연극을 하며 연기는 물론 소품까지 ‘직접 조달’했었다고 했다. 택시기사 역을 위해 나무토막과 버려진 핸들을 이용해 무대용 자동차를 직접 만든 적도 있다면서 “그때 경험이 지금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며 웃어보였다.
“못 해내면 선배들한테 꾸지람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니 ‘해내야만’ 했죠. 당시 이것저것 만들었던 경험이 tvN 예능 ‘삼시세끼’에서 발휘된 셈이죠.”
연극이 인생에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던 그이지만, ‘오늘의 유해진은’ 일에만 매달리는 극 중 종록의 가치관에 “공감할 순 없다”고도 해 눈길을 끌었다.
“직업을 생계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마인드도 필요해요. 지금의 저는 연기를 위해 제 안정적인 모든 것을 포기하며 살지는 못할 거 같아요. 그나마 제가 이렇게 연기에 큰 비중을 두며 살 수 있는 건 제가 혼자 살기 때문이겠죠. 종록처럼 결혼 후에도 제 꿈이나 일만 좇으며 사는 건 다소 무책임하지 않나 생각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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