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각 영화 포스터

사진출처|각 영화 포스터


성수기 세밑 극장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맞선 한국 영화들이 규모가 아닌 ‘내실’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12월이지만, 올해는 수백억 원대 제작비의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자취를 감췄다. ‘아바타: 불과 재’를 비롯해 ‘위키드: 포 굿’, ‘주토피아 2’ 등 초대형 할리우드 작품들이 잇따라 개봉하며 총공세를 퍼붓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그렇다고 한국영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제작비 80억 원 이하의 중급 규모지만,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이야기로 무장한 작품들이 연말 극장가 공략에 나선다. 코미디·액션·재난·멜로·휴먼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영화들이 각자의 개성을 앞세워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12월 3일,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한국 영화 세 편이 동시에 출격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하정우의 4번째 연출작인 코믹 소동극 ‘윗집 사람들’이다. 매일 밤 선정적인 층간 소음에 시달리던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와 하룻밤 식사를 함께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성생활을 둘러싼 금기적 주제를 러닝타임 내내 거침없이 풀어내며 노출 없이도 야한 ‘19금 코미디’를 표방한다.

같은 날 개봉하는 허성태·조복래 주연의 ‘정보원’은 강등된 형사와 예측 불가 정보원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공조 수사를 그린 코믹 액션물이다. 좌충우돌 펼쳐지는 상황과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 경쾌한 액션이 시사회 이후 호평을 받으며 ‘의외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콘크리트 마켓’은 이재인·홍경 주연의 재난 영화다.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에서 현금 대신 통조림이 화폐가 되고 식량을 거래하는 ‘황궁마켓’이 열리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고립된 공간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관전 포인트다.

연인의 날로 꼽히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커플 관객을 겨냥한 멜로 영화들도 극장가를 물들인다. 24일과 31일 연이어 개봉하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오세이사)와 ‘만약에 우리’다.

추영우·신시아 주연의 ‘오세이사’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소녀와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아가던 소년의 애틋한 사랑을, 구교환·문가영의 ‘만약에 우리’는 현실적 이유로 헤어졌던 연인이 10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31일에는 휴먼 드라마 ‘신의 악단’도 관객을 찾는다. 박시후의 10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기 위해 조직된 북한의 외화벌이용 가짜 찬양단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