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뷔

방탄소년단 뷔



아티스트의 사적 대화가 소송의 전략적 도구로 전용될 수 있다는 충격적 현실은, 케이(K)팝 업계는 물론 대중도 경계해야 할 새로운 위험 신호라 볼 수 있다. 최근 방탄소년단 멤버 뷔가 의도치 않게 휘말리며 직접 입장을 밝힌 해당 사안은, 법적 적법성의 외피 아래 감춰진 교묘한 술책의 ‘민낯’을 드러내는 인상이다. 

뷔는 얼마 전 개인 SNS를 통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나눈 카톡 대화가 본인 동의 없이 법정 증거로 제출된 데 대해 “매우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 간 풋옵션 소송에서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한 카톡 대화에는 뷔가 아일릿의 뉴진스 유사성 논란에 대해 의례적으로 가볍게 맞장구 치는 듯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 가운데 하나로 삼아 민 전 대표의 과거 표절 의혹 제기를 단순한 의견 표명에 해당한다고 봤다.   

민 전 대표 측이 뷔와 나눈 사적 카톡 대화를 증거로 제출한 게 민사 소송의 범위에선 상대(뷔) 동의가 없어도 위법이지는 않다는 점은 향후 적잖은 사회적 반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민사 소송에 있어 증거 능력이 폭넓게 인정되는 점을 파고든 경우로, 대화 당사자가 자신이 참여한 대화를 소송에 활용할 경우 상대 동의가 없어도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는 점은 특히 ‘환기’해야할 대목이다.  

그러나 적법하다는 것과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로, 다분히 의례적으로 보이는 ‘립 서비스’조차 적어도 민사소송 등에 있어 본의와 다르게 ‘무기화’될 수도 있다는 점은 곱씹어봐야 할 여지가 다분하다.

지인 간 사적 대화에서 “비슷한데”라고 건넨 한마디는 맥락상 ‘추임새’에 불과하다고 보는 게 ‘통념적’으로 이치에 맞으며, 누군가 하소연하면 “그러게요”라고 맞장구 치는 것도 인간관계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런데 재판부의 진의가 잘못 해석되고 있다 할 지 언정 판결문이란 필터링을 거쳐 일부 대중에겐 ‘사회적 명망이 있는 특정인이 해당 논란에 동조했다’는 식으로 탈바꿈 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무런 책임의 의미도, 전문적 판단도 실리지 않은 일상의 한마디가 사실이자 진실인 양 호도되고 있는 것이다.

구도 자체의 ‘교묘’함도 주목할 만하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분쟁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하이브 핵심 아티스트를 끌어들여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았다. 뷔 입장에서는 소속사와의 관계에 있어 의도치 않게 불필요한 곤란에 처하게 되는, 기상천외한 상황이 ‘강제’됐다.

뷔의 ‘무해한 선의’가 민 전 대표로 인해 증거가 된 셈으로, 이를 소송 전략의 일환이라 넘기기에 민 전 대표가 ‘별안간 이용당한 쪽의 체면을 너무 가벼이 본 측면’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뷔 SNS 캡처

뷔 SNS 캡처


팬덤이 직시해야 할 지점도 있다. 뷔 외에 그 누구도 될 수 있는 응원 아티스트의 의미 없는 사적 맞장구가, 언제든 법정에서 뜻하지 않게 적어도 민사 소송에선 증거가 될 수 있으며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안에서 뷔의 발언은 ‘별 뜻 없던 게 별 의미가 된 격’으로,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유막론’ 특정 진영의 무기로 쓰이고 말았다. 어떤 팬덤 이건 최애 아티스트가 이런 방식으로 이용당하는것을 용인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하이브도 먼저 카톡을 증거로 사용하지 않았느냐”는 식의 반론도 제기하고 있지만, 이것이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의 실제 목소리’인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격한 논쟁에는 늘 ‘편이 따르기’ 마련으로, 누군가 ‘프레이밍’했을 수도 있는 논리가 마치 아미 내부의 자성론인 양 확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본질을 흐리는 이런 식의 논점 전환에 극히 일부라도 휘둘리는 일도 워낙 다발적이었던 탓인지 몰라도 ‘뉴진스 직방계 사태’에 있어서는이젠 ‘좀 질리는’ 면도 있다.


허민녕 기자 mign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