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쇼트트랙대표팀 노도희, 심석희, 이소연, 김길리, 최민정(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이 19일(한국시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고 있다. 밀라노ㅣ뉴시스

여자쇼트트랙대표팀 노도희, 심석희, 이소연, 김길리, 최민정(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이 19일(한국시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고 있다. 밀라노ㅣ뉴시스



[스포츠동아 강산 기자]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는 대한민국이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종목이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2022년 베이징 대회까지 역대 8차례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를 따내며 이 종목 최강임을 입증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메달을 따내지 못한 것도 결선 1위로 골인한 뒤 제임스 휴이시(호주) 심판의 석연찮은 페널티 판정에 발목을 잡힌 탓이었다.

2022년 베이징 대회 은메달로 숨을 고른 여자대표팀은 2026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계주에선 반드시 우승하고 싶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원 팀’으로 뭉치기 위해 개인 감정도 내려놓았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고의 충돌 피해 의혹으로 불편한 동행을 이어왔던 최민정(28·성남시청), 심석희(29·서울시청)는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목표로 레이스 순서를 바꾸는 데 동의했다. 4번 주자 심석희가 1번 주자 최민정을 밀어주는 ‘필승 패턴’이 부활했다.

김길리(22·성남시청), 노도희(31·화성시청), 이소연(33·스포츠토토)도 각자 장점이 뚜렷했다. 김길리, 이소연은 스피드가 뛰어나고, 노도희는 자리를 지키는 데 능했다. 1번 최민정, 2번 김길리, 4번 심석희의 자리를 고정하고, 3번 자리에 변화를 줬다. 준결선에 이소연, 결선에 노도희가 나섰다. 19일(한국시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 결선을 앞둔 선수들은 손을 한데 모아 파이팅을 외쳤다.

김길리(오른쪽)가 19일(한국시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호하고 있다. 밀라노ㅣ뉴시스

김길리(오른쪽)가 19일(한국시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호하고 있다. 밀라노ㅣ뉴시스


결과는 달콤했다. 4분04초014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위 이탈리아(4분04초107), 3위 캐나다(4분04초314)는 물론 베이징동계올림픽 우승팀 네덜란드(4분09초081·4위)까지 제쳤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금메달이 확정되자 선수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번 대회 빙상 종목에서 나온 첫 금메달이다. 통산 6번째 올림픽 메달을 따낸 최민정은 이승훈(스피드스케이팅), 진종오(사격), 김수녕(양궁)과 함께 동·하계 올림픽 최다 메달 타이를 이뤘다.

전략이 완벽하게 통했다. 쇼트트랙 계주에선 앞선 주자가 다음 주자를 밀어주는 건 단순한 배턴 터치가 아니다. 더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는 추진력을 전달하는 기능도 포함된다. 실제로 심석희가 마지막 레이스를 마치고 최민정을 밀어주는 상황에 추월이 시작됐다. 선두로 질주하던 캐나다가 휘청거린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레이스 내내 최민정이 심석희의 배턴 터치에 추진력을 얻고 속도를 올리는 패턴이 없었다면 추월을 장담할 수 없었다.

김길리(왼쪽), 최민정이 19일(한국시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밀라노ㅣ뉴시스

김길리(왼쪽), 최민정이 19일(한국시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밀라노ㅣ뉴시스


특히 최민정과 김길리의 순발력은 결선 레이스의 백미였다. 최민정은 15바퀴 반을 남기고 2위였던네덜란드가 미끄러진 순간 휩쓸려 넘어질 위기에 봉착했다. 2000m 혼성계주서 김길리가 코린 스토더드(미국)에게 휩쓸려 넘어진 상황이 재현될 뻔했다. 그러나 최민정은 남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충돌을 피했고, 끝까지 경쟁을 이어갈 수 있었다.

김길리는 특유의 추월 능력을 뽐냈다. 1바퀴 반을 남기고 인코스로 이탈리아의 에이스 아리아나 폰타나를 추월했다. 순위 다툼이 벌어진 10바퀴째에서 무리하게 추월하지 않고 체력을 안배한 덕분에 마지막에 모든 힘을 쏟을 수 있었다. 노도희 역시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매 레이스마다 인코스를 지켜내며 금메달에 일조했다. 모두의 승리였다.

심석희(오른쪽), 노도희가 19일(한국시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밀라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환호하고 있다. 밀라노ㅣ뉴시스

심석희(오른쪽), 노도희가 19일(한국시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밀라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환호하고 있다. 밀라노ㅣ뉴시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