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장농면허의기막힌외출

입력 2008-06-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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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퇴근을 해서 우편물을 보니 아들이 다니는 대학원에서 입학식 초청장이 와 있었습니다. 몇 년 전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포항에 살고 있었습니다. 시간도 맞지 않았고, 멀다는 핑계로 입학식에 가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서울과 조금 떨어져있긴 하지만 포항보다는 가까운 김포라서 ‘꼭 가야지’하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대학원에 들어갔는데 이번에도 안 가면 아들이 혹시라도 서운해 할 것 같았습니다. 그 날 남편은 회사에 일이 생겨서 저 혼자 가야 될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서울에 나갈 때면 항상 남편과 같이 다녔는데, 혼자 가려니 불안했습니다. 지하철 타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마침 내방객을 위해 주차장을 개방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혹시 차를 운전해 갈 수 있을까 하고 인터넷으로 지도를 검색해봤습니다. 하지만 워낙 길눈이 어두워서 지도를 봐도 뭐가 뭔지 몰랐습니다. 남편이 내비게이션 작동 방법을 알려줘서 만져봤는데, 원래 기계는 만지기만 하면 고장을 내는 편이라 쉽게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운전면허를 딴 지는 15년이나 됐지, 게다가 얼마 전에 큰맘 먹고 바꾼 차는, 수동기어 자동차가 아니라 오토매틱 자동차라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대학원 입학식인데, 엄마가 꼭 참석한다는 마음에 저는 그래도 운전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출발하는 당일 날 부지런히 서울 떠날 준비를 했는데, 이게 웬일이래요? 밤새 비가 왔는지 노면이 젖었습니다. 이왕 차 몰고 가기로 결정한 거 어쩌겠습니까, 혹시라도 행사에 늦을까봐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준비를 하고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처음부터 남편에게 배운 내비게이션은 작동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얼렁뚱땅 출발해서 혼자 한강 제방도로에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잘 할 수 있다는 자기암시를 걸며 운전을 했는데, 저 멀리 차 두 대가 접촉 사고로 부서져 있는 걸 보았습니다. 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길 찾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학교 주차장도 넓어서 쉽게 주차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주차장에서 내리는데 어찌나 스스로가 대견스러운지…, 신이 나서 얼른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습니다. 딸아이와 아들아이가 저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무사히 참석했던 아들의 대학원 입학식 날. 학교로 찾아가는 길은 혼자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들이 운전해서 편하게 올 수 있었답니다. 운전하는 동안 겁도 많이 났고, 걱정도 많이 하고, 식은땀도 많이 흘렸습니다. 그래도 이제 운전에 자신감이 생겨 어디든 잘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운전하면, 옆에 잔소리꾼 남편을 태워도 드라이브 잘∼ 할 수 있습니다. 경기 김포|윤복순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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