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요즘좋은엄마노릇하기힘들어요

입력 2009-05-0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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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저희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가게 하나를 얻어 장사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니까 남편 혼자 벌어서는 턱없이 부족하더라고요. 장사는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고, 7개월 만에 다른 사람에게 양도했습니다. 문제는 딸이 입학한 학교가 저희 가게 근처에 있다는 겁니다. 집하고 거리가 멀어서, 집 근처 학교로 전학을 와야 할 것 같은데 신랑이 반대를 하는 겁니다. 하지만 어린애가 통학하기에 너무 먼 거리였고, 제 생각엔 친구들과 더 친해지기 전에 얼른 전학시키는 게 더 나을 것 같았거든요. 둘째가 연년생이라 어차피 한번 전학을 시켜야하는 문제였습니다. 그렇게 남편과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집 근처 학교로 전학 오게 됐는데, 딸아이가 낯선 환경에 겁을 먹고, 교실로 안 들어가려고 하는 겁니다. 전학한 그 날이 짝꿍을 새로 바꾸는 날이라서, 반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선생님도 약간 짜증이 나셨는지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었거든요. 그렇게 처음 얼마간은 친구를 못 사귀고 혼자 왔다 갔다 하며 학교를 다녔습니다. 다행히 며칠 지나니까 학교에서 있었던 일도 얘기하고, 친해진 친구 이름도 얘기하더라고요. 어느 날 “엄마. 오늘 영주네 엄마가 아이스크림 사왔어. 우리 반 애들 다 같이 먹었어” 이런 얘길 하더라고요. 며칠 후엔 “엄마. 오늘은 태준이네 엄마가 치킨이랑 콜라랑 같이 먹는 ‘콜팝’ 사줬어. 그리고 내일은 동진이네 엄마가 올 거래”하더군요. 이렇게 비슷한 얘기를 또 들으니까 그 때부터는 슬슬 걱정이 됐습니다. 사실 전 엄마들이 학교에 찾아가고 그러는 게 다 남의 얘긴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딸아이 입을 통해 친구 엄마가 뭘 해줬다 그런 얘기가 나오면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걸 해줘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면서도 어느새 제 발길은 마트로 향하고 있더군요. 마트 안에서 ‘애들이 뭘 좋아할까’ 고민하다 쌀과자와 떠먹는 요구르트를 샀습니다. 그리고 딸아이의 교실을 찾았는데, 교실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건가!’ 확신이 안 서더라고요. 그런데 딸의 눈과 딱 마주치는 순간 ‘그래, 무조건 잘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래서 엄마들이 자식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모양입니다. 이달 생활비 생각하면 사실 답답하고 속상하지만, 그래도 이번 일은 잘한 것 같아요. 좋은 부모노릇 하는 거 참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렵고 힘든 것 같습니다. 광주광역시 | 지은혜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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