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재수하는우리딸,엄마위로도…참예쁘죠?

입력 2009-05-0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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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딸아이를 학원에 내려주었더니, 딸아이가 저를 보고 파이팅! 그러더군요. 씨익 웃는 모습이 얼마나 상큼해 보이던지, 덩달아 제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집에 올 때는 저도 모르게 엉엉 울고 말았어요. 창피한 얘기긴 하지만, 착한 제 딸이 힘들게 재수하고 있다는 게 마음 아파서 저절로 눈물이 나더군요.소중하고 귀한 큰딸인데, 대입원서 넣을 때, 운이 많이 안 따라줬어요. 속상해하는 딸을 보며 제가 먼저, “너.. 재수 한 번 해 볼래? 엄마가 도와줄까?” 그랬는데, 딸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그러더군요. “엄마 정말? 나 정말 재수해도 돼? 내가 재수해도 엄마 안 힘들겠어?” 그러더군요. 자기도 재수를 하고 싶은데, 차마 그 말을 먼저 못 꺼낸 모양이더라고요. 어쨌든 제 딸이 재수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백화점에 가서 딸아이 선물을 하나 사왔습니다. 제 딸한테도 뭔가 해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예쁜 지갑을 하나 봤는데, 제 딸이 좋아할 만한 그 지갑이 생각보다 가격이 꽤 비싸더라고요. 하지만 이거 받고 좋아할 딸아이 모습을 상상하며 그 지갑을 사고 예쁘게 포장도 했습니다. 아니다 다를까. 포장을 풀러 보더니, 저희 딸이 너무 너무 좋아하더군요. 저희 딸은 요즘도 그 지갑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있습니다. 학원 다녀오면 가방에서 제일 먼저 꺼내 침대 머리맡에 두고, 오며가며 몇 번씩 쓰다듬지요. 잘 때도 쓰다듬어보는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저는 저희 딸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얘가 나보다 낫구나. 어쩌면 우리 딸은 벌써 적응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혼자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 아닐까.’ 고 3때 제 딸은 아침밥도 안 먹고, 공부하기 힘들다며 투정도 꽤나 잘 부렸거든요. 성격이 참 많이 까칠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제 마음부터 헤아리고, 제가 힘들까봐 늘 제 걱정을 해줍니다. 그런 딸이 저는 미치도록 예쁘기만 하지요. 얼마 전엔 저를 꼭 안아주더니 “요즘 공부하다가 생각한 건데, 나를 제일 위로 많이 해주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우리 엄마인 것 같아. 그래서 난 엄마가 제일 좋아요” 하는데, 저도 모르게 감동 받았답니다. 마치 무슨 뮤지컬 배우가 멋진 대사를 읊어주는 것 같았어요. 요즘 저는 예쁜 우리 딸의 숨결을 아침저녁으로 느끼며 이런 말을 떠올려봅니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 저희 딸과 함께 하는 올해 1년의 시간이 제게는 참 소중하고 잊지 못 할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광주 남구|임명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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